재활병원 공모, 반복되는 소모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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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병원 공모, 반복되는 소모적 논쟁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4.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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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재활치료 전문성을 높이고, 공공의료 강화”
반대 “민간 구분 의미 없어, 대체 병원 차고 넘쳐”

보건복지부가 권역별 재활병원 설치 모집 공고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 재활병원 설치 필요성이 의료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충북도는 2015년 이미 한차례 불참한데 이어 이번 공모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권역별 재활병원 설치 모집 공고를 진행하면서 권역별 재활병원 설립이 지역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사진은 청주지역 한 재활요양병원.

권역별 재활병원은 2006년 첫 공모 후 지금까지 7곳이 선정됐고, 6곳이 운영 중이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장애로 인한 2차 장애와 후유질환 치료(회복기)를 전문으로 하는 집중재활의료기관의 지역별 균형 분포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를 목적으로 권역별 재활병원 설립을 추진했다.

첫해에는 강원도와 인천시가 선정됐다. 이듬해 제주도가 선정됐고, 2008년 호남과 대전, 영남이 선정됐다. 이후로 7년간 추가 공모가 없다가 2015년 대구경북권이 일곱 번째 재활병원에 선정됐다.

민간 재활병원 포화상태

재활병원은 지자체가 신청해 의료원이나 국립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이 위탁·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이 아닌 곳은 호남(조선대 운영)이 유일하다.

병원설립 비용은 국비와 도비로 충당한다. 국비와 도비 최대지원액은 270억원이다. 모자라는 비용은 운영기관이 투자하는 방식 등으로 충당한다. 운영에 따른 손실은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재활병원 등장 초기, 회복기 재활환자들의 불편함이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재활병원이 없던 시절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급변했고. 현재는 많은 병원이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포화상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청주지역에도 청주푸른병원(200병상), 씨엔씨재활요양병원(155병상), 청주아이엠재활요양병원(178병상), 씨엔씨율량요양병원(152병상)이 운영 중이다. 여기에 청주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재활서비스까지 더하면 동시에 1000명 이상의 재활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은 “현재 청주지역에서 회복기 집중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상의 수요는 450병상 정도이다. 이미 수요보다 2배 이상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데 공공 재활병원이 추가로 설립되면 공급과잉현상이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권역별 재활병원의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제대로 된 재활병원이 없다고 말한다. 앞서 거론한 병원들 또한 재활서비스를 하는 요양병원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한다.

양측의 평가가 다른 이유는 법 때문이다. 적확히 말하면 재활서비스를 하는 병원은 많지만 재활병원은 없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활요양병원은 법적 구분으로 따지면 재활병원이 아니라 요양병원이다.

우리나라의 병원급 의료기관 분류는 급성기와 만성기로만 구분된다. 대학병원, 종합병원 등 사고가 나거나 몸이 아프면 찾아가는 병원이 급성기 병원이고, 만성기 병원은 요양병원을 지칭한다. 재활병원은 이 중간단계인 회복기 병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아직 법적 기준이 없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은 “회복기 재활치료를 담당할 제도적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재활병원 종별 신설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고, 국회를 통과하면 재활병원에 대한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일부 공공의료기관이나 대학병원이 제공하는 재활 서비스를 집 근처 민간 병원에서 받을 수 있게 된다. 여러 불편함이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회복기 병원에 대한 구분이 생기면 상당수 요양병원들이 회복기 병원(재활병원)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회복기 병원이 추가 공급되면 회복기 재활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우 회장은 “급성기 병원 치료를 마친 다음 진행하는 입원 재활치료와 통원 재활치료(회복기 병원·재활병원)를 문턱이 낮은 집 인근병원에서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공모 원하는 충북대병원 왜?

대한재활병원협회를 주축으로 한 의료계는 이처럼 공공 재활센터의 설립에 우려를 나타내는 반면 일각에서는 장애인의 재활 서비스 등 전문성을 높이고, 공공의료의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권역별 재활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충북대병원이다. 한 지역 언론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은 2015년 보건복지부가 공모를 진행할 당시 오송 첨복단지 내 권역별 재활병원을 세우고 장애인 의료기기개발사업을 연계하는 방안까지 큰 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의 요구가 있다면 자부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충북도의 결정을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충북대병원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비와 도비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마치 본인들의 사업인 양 대하는 태도가 불쾌하다”며 “충북도가 사업을 신청해 선정되더라도 위탁운영 공모를 거쳐서 운영자가 정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충북도의 선택은 불참이다. 135억원의 사업비 지원도 부담이지만 해마다 발생하는 운영 적자가 더 큰 문제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재활시설이 없어 도민들이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면 모르겠지만, 민간 인프라가 충분하다. 더욱이 권역별 재활병원과 민간병원의 치료비 부담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 오옥균 기자 oog99@hanmail.net

 

애물단지 경인의료재활병원 7년째 ‘적자’

인천시, 타 지역 환자 이용률 근거로 국비 요청

 

6개 권역별 재활센터 가운데 가장 먼저 문을 연(2010년) 경인의료재활병원이 7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지난달 열린 중앙·지방 정책협의회에서 경인의료재활병원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전체 환자 중 타 지역 환자 이용률이 41.2%라는 점을 들며 “소아 재활과 수중치료실 등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하는 공익 시설이 있다. 외부 환자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인천시가 모든 적자를 감수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천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적자폭을 일부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할 전망이다. 인천시는 2010년 병원 개원과 함께 대한적십자사와 공동 운영 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장애인 복지 차원에서 운영비 적자분을 공동 지원하기로 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적자폭이 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의료재활병원의 연간 적자 규모는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노후 장비 교체시기까지 겹쳐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인천시는 장비 교체에만 40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권역별 재활병원의 고비용, 저수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원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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