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나서 명명백백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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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나서 명명백백 밝혀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5.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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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식 청주시의원 육참골단? 청주시-업체 유착 의혹 제기
업계 관계자 “해당업체, 골프여행 로비 처음 아니야” 주장

지난 17일 신언식(더민주, 오창·옥산) 청주시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 연관성이 깊은 업체 관계자와 골프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고백했다. 신 의원이 용서를 비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기자회견은 청주시와 업체의 유착관계를 고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부끄러워하지 않는 신 의원의 모습에 회견장내는 웅성거림이 끊이지 않았지만 신 의원은 개의치 않고 자신을 음모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노지형 쓰레기매립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주시 해당부서 과장과 업체 본부장, 도시건설위원회 안성현 위원장이 한 통속이 돼 함정을 팠다는 게 신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론은 신의원에게 더 냉담하다. 부적절한 여행이라는 것을 알고도 동행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두 가지로 나누어 조사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신 의원의 부적절한 골프 여행이 김영란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하나이고, 매립장과 관련해 잡음을 일으켰던 일련의 일들이 ‘청주시와 업체의 유착관계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밝히는 것이 또 하나이다.

지난 17일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 소속 더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안성현 도시건설위원장이 신언식 의원의 부적절한 골프여행을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예산안 통과를 종용했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유착

유착(癒着)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떨어져 있어야 마땅한 둘이 깊은 관계를 가지고 결합한 상태’를 말한다. 쓰레기매립장 조성과정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이 품고 있는 의심이 바로 청주시와 ES청주-모회사는 오창 소재 폐기물처리업체 ES청원이다-의 유착관계이다.

그 첫 번째 의심은 논란의 핵심이기도 한 쓰레기매립장 조성방식을 변경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다.

앞서 청주시가 밝혀왔던 변경의 타당성은 제쳐두고, 왜 조성방식 변경이 ES청원 특혜로 귀결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해당지역 부지를 가장 먼저 선점한 것은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이다(2013년 11월 충북도에 투자의향서 제출). 2016년 1월에는 산업단지 예정지와 맞붙은 후기리 산 43-1 일대가 제2 쓰레기매립장 부지로 선정됐다.

두 시점 사이 어느 지점에 ES청원이 있다. ES청원은 청주시와 체결한 MOU(2015년 3월)를 근거로 두 번째 사업장 부지를 찾아 나섰고, 공교롭게도 이들이 선택한 부지가 산업단지 부지와 일부 겹치고, 후기리 매립장과도 일부 겹치는 지금의 자리이다(그림 참조).

‘알박기’ 의혹이 불거질 때부터 이 같은 우연은 여러 얼굴을 하고 반복해서 일어났다. ES청주의 사업부지는 산업단지 부지와 겹쳤지만 해당부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계획 적합 통보’를 내렸다. 당시에도 의혹이 제기됐지만 청주시는 단순한 행정적 실수라는 입장을 취했다.

ES청주가 나타나기 전까지 제2매립장 사용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연차적으로 2개 동을 건설해 최대 48년(1개동 당 20년+4년)을 매립지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주시가 ES청주이 추진하는 사업을 인정한 후부터 이 같은 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ES청주의 등장으로 설계변경이 불가피해졌고, 결국 매립장부지와 산업단지 부지 모두 축소됐다. 변경된 매립장 예정지는 2개의 지붕형 매립장이 들어설 수 없을 만큼 작아졌고, 청주시는 입장을 바꿔 노지형매립장 예찬론을 펴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청주시는 맹지나 다름없는 ES청원(현 사업장) 내 부지를 100억원대에 매입하려다 의회에 의해 저지당했고, 노지형 전환도 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추진이 어려운 상태이다.

#소문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떠도는 이야기를 소문이라고 한다. 신언식 의원의 고백으로 수년전 업계에 떠돌았던 소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2012년 11월, 오창주민들은 ES청원의 불법 행위를 지적하며 청원군에 사업 중단과 허가 취소를 요구했다. 그보다 한 달 전인 10월에는 오창환경지킴이가 ES청원이 3단계(세번째) 매립장을 조성하면서 저지른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ES청원이 허가 도면보다 최고 12m를 더 깊게 파 매림장을 조성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매립장 조성은 땅을 파내 매립공간을 확보하는 공사로 만약 주민들의 적발이 없었다면 ES청원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얻게 됐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환경부와 청원군은 적절한 조치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제재도 없었다. 더 판 공간을 메우도록 지시한 것이 전부이다. 도둑질을 했지만 훔친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줬으니 죄를 묻지 않겠다는 식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때 업계에서 돌던 소문이 바로 ‘골프여행’이다. 당시 업계관계자는 본보 취재진에게 “해당 업체 임원과 공무원이 함께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수차례 돌았다”며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인데, 수사기관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임원 출국 날짜에 관련 공무원 출국기록만 확인해도 동행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대접을 받았는데 제대로 처분을 내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뒷배

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드러나지 않게 보살펴 주는 일을 뒷배라고 한다. 이런 거래(?)가 가능하도록 기업들은 몇 가지 안전장치를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벌이는 퇴직 공무원 영입이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해 ‘관피아 방지법(공직자 윤리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충돌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는 4급 이상의 국가직 공무원에 대해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근무했던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때 심사를 거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목적과 달리 적격심사를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기도 하고, 범위 밖 퇴직 공무원들에게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ES청원의 염 모 부사장은 환경부 사무관 출신이다. 도내 폐기물업체를 관리·감독하는 금강환경유역청 일선부서 과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초 퇴직하자마자 ES청원 부사장으로 재취업했다. 염 부사장의 전임인 윤 모 부사장 또한 환경부 고위직(이사관) 출신으로 3년간 ES청원의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윤 전 부사장은 3년간 재취업 제한 규정이 풀린 직후 ES청원에 영입됐다. 이들이 실제 기업 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전직 공무원을 고위직으로 영입하는 데에는 여러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청산

어떤 일이나 부정적인 요소를 깨끗이 정리해 결말을 짓는다는 뜻의 청산은 새 정부 들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적폐(오랜기간 쌓여 온 폐단)’라는 단어와 쌍을 이뤄 쓰이면서 시대 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신 의원은 골프여행에 대해 “내 돈 내고 간 것”이라며 합리화했고, 협박 의혹을 사고 있는 안성현 도시건설위원장 또한 “예산통과에 동의했다면 같은 의원끼리 뭘 따지겠나. 묻어두려고 했다”고 기자들의 질문에 부끄러움 없이 답변했다. 두 의원 모두 비뚤어진 윤리 인식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의원으로서의 결정을 개인의 권리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자들 상당수는 이번 일이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는 적폐청산의 기회가 되길 바랐다. 특히 청주시와 ES청원의 유착관계에 따른 특혜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되길 바랐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신 의원이 청주시와 ES청원 간 특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계 임원과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평가하며 “업체 측에서 반대 의원 설득 회유 차원에서 부적절한 접대를 한 것 아닌가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경찰이 해당사건을 수사하는 것으로 보도됐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정보를 수집하는 정도의 단계”라며 “수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오옥균 기자 oog99@hanmail.net

ES청주의 매립장·소각장 시설 허가로 변경된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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