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야행’ 교훈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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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야행’ 교훈 잊지 말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08.30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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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밀도 있던 축제, 자발적 시민 약 10만명 몰려 대성황
재미있는 행사 만들면 된다 확인…향후 프로그램 개발 과제
한여름밤 '청주야행'을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 사진/육성준 기자

가을, 행사의 계절
시민들이 원하는 것 끌어내면 성공

지난 주말 저녁 충북도청 주변에 경찰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난데없는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또 일부 구간은 차량통행도 제한됐다. 주변 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들은 영문을 몰라 불평했다. 하지만 그 시간 도심축제 ‘청주야행, 밤드리 노니다가’가 성황리에 열렸다. 지난 25~27일 청주 구도심에서 진행된 청주야행은 어느 축제보다 사랑을 받았다.

청주야행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렸다. 문화재청은 3일 동안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9만7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5만명 가량 됐는데 두 배 정도 됐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관람객은 동원한 게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몇 십 억원의 예산을 쓴 거창한 행사는 학생, 공무원, 직능단체 회원들을 동원하는데 청주야행은 자발적인 시민들로 넘쳤다.

문화재청과 충북도·청주시가 주최하고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주관한 청주야행은 원도심 지역의 문화유산과 문화콘텐츠를 하나로 묶어 청주만의 특화된 문화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행사 경비는 국비 3억5000만원, 지방비 3억5000만원 등 총 7억원이 들어갔다.

청주시는 삼국시대 이래 1500년이나 된 역사문화도시이다. 중앙공원~철당간~충북도청~향교~청주 성공회 성당 구간에 망선루, 압각수, 충청병영문, 척화비, 청녕각, 충북도청 본관, 청주향교, 성공회성당 등 문화재 12점이 있다. 이 문화재들은 차를 타고 이동하지 않고 걸어서 30분이면 볼 수 있을 만큼 근처에 몰려 있다.

시민들 속으로 파고 든 프로그램
 

청주야행은 폭염이 한 풀 꺾인 서늘한 여름밤에 구도심을 걸어다니며 보고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청주시의 문화재를 다시 보고 활력이 떨어진 구도심의 성안길, 수동 일원을 과거 활기 있었던 1990년대로 돌려놓았던 점이 참신했다는 여론이다. 실제 이 일대는 구도심 공동화가 심각한 곳이다. 각 문화재에는 조명등이 설치됐고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변했다. 철당간 광장에서는 특별히 레이저 쇼, 향교 계단과 정원에서는 미디어파사드를 선보였다. 문화유산 철당간 워크숍에서 3D시뮬레이션을 통해 그동안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용두사의 사역(寺域)을 최초로 조명한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또 곳곳에서는 근대 기록사진 특별전, 변사 최영준과 함께 과거로 떠나는 무성영화관, 지역 청년들이 만든 야(夜)랑마켓, 청주읍성 등불체험, 청주에서 하룻밤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주최측은 옛 중앙초~청주향교를 근대문화거리라 명명하고 3일 동안 자동차 통행을 막았다. 이 거리에 과거 번성했던 청주장날을 재현하고 각종 먹을거리와 공예품, 의류 등을 판매했다. 도심 공동화로 불이 꺼졌던 빈 공간에서는 예술인 50여명이 ‘예술로 점포재생 프로젝트’를 운영해 다시 불을 밝혔다.

이 축제에 왔던 사람들은 많은 인파에 놀랐다. 유모차를 밀고 나온 부부, 부모님과 손잡고 나온 가족, 친구들과 떼지어 나온 사람들 등 남녀노소 없이 한여름밤을 즐겼다. 덕분에 군데군데 놓인 푸드트럭 음식은 동이 났고, 옛 중앙초 후문 잔디밭의 수제맥주 광장과 청주향교 주차장의 빈대떡집은 불이 났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측은 “1천500년 역사를 간직한 삼국시대, 고려, 조선, 근대 남주동시장 등 청주만의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청주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해 ‘남주동시장 유량극단’, ‘6080 성안길 청춘의 거리 퍼포먼스’, 압각수 앞 ‘나무가 전해주는 이야기’ 등 시대별 스토리텔링콘텐츠를 도심거리에서 운영해 인기를 모았다”며 “도심의 새로운 야간형 여행지로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미디어 파사드로 화려한 옷을 갈아입은 청주향교. 사진/육성준 기자

중앙공원, 철당간 야간관광지로 부상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은 “3일 동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청주야행 프로그램을 즐겼다. 이번에 지역문화의 시장성을 확인했다. 이제까지 형식적으로 해왔던 행사를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내 취향보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주야행은 Fun&Joy에 초점을 맞추고 청주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랑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사가 되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젊은 친구들이 “이젠 홍대 앞까지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하는 걸 듣고 감동했다고 전했다. 이는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즐길거리, 볼거리를 만들면 자발적인 관람객들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아직도 행정기관이 관람객들의 취향을 생각하지 않고 내놓는 상품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김 총장은 이어 향후 재래시장 살리기와 구도심 활성화 전략을 짤 때 청주야행에서 얻은 교훈을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행사는 행정기관인 충북도·청주시와 청주향교가 협치해 주차장과 내부시설, 화장실 등을 개방해 가능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온·오프라인 홍보를 많이 했고, 무엇보다 날씨가 좋았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청주야행 성공은 현장에서 확인됐다는 후문이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추진하는 문화 10만인클럽에 회원 3000명이 가입했고, 청주공예비엔날레 입장권이 1일 100만원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축제가 열렸던 중앙공원과 철당간 주변의 상가도 덩달아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주야행 이후 중앙공원과 철당간 문화재는 당장 오후 7~11시 조명을 밝힌다. 또 청주향교에서 묵으며 선비체험을 하는 야숙 프로그램도 개발된다.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와 시민들이 몰리면서 나타났던 화장실, 쓰레기처리 등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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