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신 쓰레기가 전시장의 작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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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신 쓰레기가 전시장의 작품이라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7.11.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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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빈 공간’을 파는 보스니아 출신 유숩 작가
물질문명에 대한 경고…30일까지 청주에서 전시

빈 코카콜라병과 우유 팩. 그리고 맥주병과 샴푸병. 전시장에 놓인 보스니아에 온 유숩 하지페이조비이치(Jusuf Hadzifejzovic)작가의 작품은 관객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의 작업의 제목은 빈 공간을 파는 가게(Shop of Emptiness)다.

“이것도 작업인가?”라는 물음표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코카콜라가 담긴 플라스틱 병이 매일매일 프랑스 면적의 2배를 덮을 만큼 나오고 있다. 나는 지금 이 곳 청주에서 먹고 마시면서 나오는 쓰레기를 갖고 작업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쓰레기들은 너무 훌륭하다고 말한다. 그는 택배 상자에다 페인트로 동그라미 패턴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비어있는 물건들은 전시한다. 쓰레기들마다 그의 서명이 붙어있다. 코카콜라 병 한 개를 한국 돈 1만원에 판다.

“내가 쓰레기에 사인을 해서 작품을 팔면 관객은 그 작품을 사서 집에 가져다둘 것이다. 그 다음부터 왜 내가 이런 작품을 샀을까 질문이 시작될 것이다.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때부터다. 쓰레기를 파는 게 아니라 플라스틱이나 물질이 갖고 있는 빈 공간을 관객에게 팔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5년 전부터 ‘빈 공간’에 대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난 작가는 1980년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 씨가 교수로 있었던 뒤셀도르프 쿤스타카미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당시 지도교수는 아니었지만 백남준 씨와 가깝게 지냈다. 나를 데리고 유고슬라비아 레스토랑을 많이 갔다. 그가 해준 두 가지 가르침이 있는데 하나는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이기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규정된 사고 체계를 바꾸라는 것이었다. 나는 두 번째 가르침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고 있다.”

유숩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에 4번 참여했고, 해외 유수 비엔날레의 초청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 쉐마미술관(관장 김재관)에서 진행하는 ‘4개국 국제 교류전-새로운 미술로서의 기억과 상상’전시에 참여작가로 한국에 왔다.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진행하며 유숩 작가 외에도 중국 작가 창신(Cang Xin), 일본 작가 우노 가즈유키(Uno Kazuyuki) 그리고 한국작가로 이건용, 김정희, 이명환 등 모두 6명이 초대됐다.

아방가르드의 후예들인 이들은 일찍부터 회화가 지닌 모순을 새로운 재료와 방식으로 풀어가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유숩 작가는 현장에서 직접 생활하며 나오는 쓰레기를 갖고 작업을 해야하다 보니 이미 한 달 전에 한국에 왔다. 지금은 수름재에 있는 도림공방에서 자신의 작업을 세라믹으로 뜨는 작업도 하고 있다. 또한 내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단기작가로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어쩌면 그의 작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길지 모른다.

유숩 작가는 “골판지 및 기타 포장재는 지구상의 모든 상점 주변에 있다. 매일 100억 가지 이상 포장제품이 나오고 있다. 과다 생산과 과다 소비가 일어나고 있으며 쓰레기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무능한 증인으로 오늘도 바다에 띄워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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