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의 미래, 서전고에서 답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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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의 미래, 서전고에서 답을 찾아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7.11.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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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혁신도시에 위치…교사‧학생의 수평적 관계
한국교육개발원 협력학교…1년 단위 종단 연구도

일반고 혁신학교를 가다 ③ 진천 서전고

올해 개교한 서전고는 한국교육개발원(KEDI)협력학교다. 윤종원 서전고 교사는 “진천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한국교육개발원을 비롯한 국책기관들이 많이 내려왔어요. 한국교육개발원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교육정책기관이니까 충북교육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어요. 한국교육개발원이 생각하는 학교의 모습을 신설예정이었던 서전고를 통해 만들어보자고 한 거죠”라고 설명했다.

2016년 5월 교육과정을 놓고 논의가 시작됐고, 6월에 양 기관이 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윤종원, 남윤희 교사 2명이 개교업무를 추진했다. 윤 교사는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졌어요. 학교비전과 교육이념도 고심해서 세웠고요. 외부에서 견학 오면 처음에는 사립학교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교육이념을 많이 강조하는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학교비전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성장하는 미래형 학교다. 교육이념은 자율, 참여, 상생이다. 학교명은 보재 이상설 선생이 설립한 서전서숙(瑞甸書塾)을 현대적·미래지향적으로 계승했다.

지난 17일 서전고의 1학년 전교생은 지난 몇 달 간 친구들과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앞으로 3년 동안 이 논문 주제를 심화해 발표할 예정이다. 논문의 주제는 다양했고, 수준도 높았다. /사진=육성준 기자

서전고는 개교하면서 모든 걸 새롭게 정해야 했다. 학교상징 마크부터, 교복, 학교 규칙 등. 서전고는 이 모든 과정을 ‘천천히’하고 있다. 윤 교사는 “교복을 놓고는 대토론회가 벌어졌어요. 교가는 아직도 수정중이에요. 모든 결정이 더디더라도 학생들이 스스로 하도록 해요”라고 강조했다. 공모교장으로 국원고 행복씨앗학교 운영부장이었던 한상훈 교사가 왔다. 교감은 충북도교육청에 있던 김정희 장학사가 맡았다.

서전고는 현재 충북에서만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한 학년이 160명인데 진천이 74명, 음성이 78명, 청주에서 5명 등이 왔다. 20명씩 8학급이 있다. 교사들은 “충북에 정말 좋은 학교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판단했죠.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원서를 받아 서류평가와 면접을 통해 선발해요. 올해 입시설명회 때 250명이 왔어요. 몇 년 안에 학교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겁니다”라고 자랑했다. 기숙사는 내년에 지어질 예정인데 성적으로 뽑는 게 아니라 원거리에 있는 학생들을 우선 배정될 예정이다.

윤 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의 통학문제를 해결하느라 진을 뺐어요. 자가통학 하기엔 너무 멀었죠. 버스도 당시엔 없었고요. 이젠 버스도 다니고, 진천군이 예산을 지원해 하교 후 13대의 택시가 일렬로 줄을 섭니다. 같은 동네 학생들은 천원만 내고 삼삼오오 편하게 집에 가죠”라고 말했다.

 

교실은 항상 모듬 배치

 

서전고는 현재 혁신학교가 아니다. 하지만 혁신학교에서 추구하는 모듬 수업을 비롯한 수업혁신, 학생들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일단 교실의 기본배치가 모듬이다. 윤 교사는 “혁신학교가 기존의 관행들을 깨뜨리는 데 주력한다면 서전고는 관행이 없어요.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만들어 가는 셈이죠”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전고의 1학년 전교생은 지난 몇 달 간 친구들과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앞으로 3년 동안 이 논문 주제를 심화해 발표할 예정이다. 논문의 주제는 다양했고, 수준도 높았다. 모듬 수업과 강의식 수업의 만족도에 따른 교육 효과 비교부터 우리나라와 덴마크의 학제 분석, 아토피, 셧다운제, 산후 우울증 등에 관해 발표했다. 설문조사를 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 논문을 작성했다. 학생들의 발제에 대해 교사들은 꼼꼼하게 조언했다. 이현엽 학생은 “1년 정도 새로운 수업방식을 경험해보니까 확실히 공부량이 늘었어요. 학교를 진지하게 다니게 된 것 같아요. 중학교 땐 시험기간에만 벼락치기로 공부했는데, 고등학교에 오니 꾸준히 하게 돼요”라고 말했다.

윤종원 서전고 교사는 ‘믿지 않겠지만’ 지난 1년간 학교폭력사건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서전고는 학교폭력이 제로다. 윤 교사는 그 말을 꺼내며 ‘믿지 않겠지만’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서전고 학생들은 소통, 교류가 엄청 강해요. 학교 만족도도 높죠. 과제를 안 챙기면 챙겨주기도 해요. 서로 이해의 폭이 넓다보니 큰 싸움으로 가지 않아요. 학교폭력 위원회가 정말로 한 번도 열리지 않았어요.”

 

학교폭력 제로

 

서전고는 신설건물답게 기존의 학교와는 다른 모습들이 많다. 소규모 강당에서는 학생자치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중정이 있는 복도에선 전시회가 열린다. 학생들이 직접 쓴 시가 벽에 걸려있다. 학생회의실, 학부모실, 학생신문편집실, 동아리실이 따로 갖춰져 있다. 최근에는 어머니회에 이어 아버지회가 따로 구성됐다.

방과 후 수업도 자율적인데 교사들이 개설한 수업을 학생들이 선택해 듣기도 하지만 학생들 5명만 모이면 원하는 수업을 개설할 수도 있다. 이른바 주제중심 선택활동이 이뤄진다.

지역인프라를 활용해 통일, 노동, 인권, 환경, 문학, 언론 등의 주제 강연 및 아카데미도 이뤄지고 있다. 교사들은 수업을 여는 것에 익숙하다. 학생들도 교사들에게 스스럼없이 요구한다. 김유경 학생은 “1학기 때 진로찾기 수업이 있었는데 전 그 시간을 통해 진로를 찾았어요. 회계사가 꿈이에요. 꿈을 정하니까 관련 과도 보이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어요. 전 모듬수업이 많다는 걸 알고 일부러 이곳에 왔어요. 잘 선택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서전고에 대한 종단연구를 단계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 12월 1년차 활동에 대한 결과보고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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