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 환상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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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 근무 환상적이네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11.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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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단축한 (주)에네스티 매출·효율성 증대
문재인 대통령 “일자리 창출의 성공 케이스” 극찬

주4일제 근무가 시행되면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파격적으로 ‘주4일제’를 도입한 충주지역의 한 중소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해당 기업의 경우 주4일제를 시행하면서 업무 효율성과 더불어 매출도 늘어나 화제다.

충주시 금가면에 위치한 화장품 제조업체 ㈜에네스티가 주4일제를 도입한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네스티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주5일제 근무였다. 하지만 디자이너였던 한 여직원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일주일에 하루를 더 쉬게 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 시작이 됐다.

회사 측은 먼저 직원 3명을 대상으로 주4일제 근무를 시범 운영했고, 직원들 반응이 좋아지자 2013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금요일을 쉬게 하는 주4일제를 시행했다. 물론 처음부터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던 것은 아니다. 5일 동안 할 일을 4일 내에 끝내야 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뒤따랐다. 때문에 에네스티는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9시간으로 늘렸다. 출근시간을 오전 8시 30분, 퇴근시간을 오후 6시 30분으로 조정한 것. 여기에 일하는 시간은 줄었어도 월급을 깎지 않고 제도 시행 후 2년간 동결했다.

월요일부터 나흘간 일하고 금요일을 포함해 주말 사흘을 내리 쉬다보니 직원들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 금요일이면 누적된 피로로 토요일 늦게까지 늦잠을 자던 일상이 달라졌다. 금요일에는 푹 쉬고 가족 또는 친구와 심야 영화를 보거나,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 여행을 가는 등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워킹맘’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고 피로를 풀어줄 여유가 생겼다. 이 회사에 다니는 한 ‘워킹맘’은 “가정이 편해지니 회사에서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경력직원으로 입사한 김 모(34) 씨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회사에서는 30~40분 일하고 업무 중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등 늘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4일 근무하면서 업무시간에 좀 더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일하게 됐다”고 했다.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근무환경은 매출증대로 이어졌다. 에네스티 관계자는 “주4일제에 대해 큰 기대를 안했는데 오히려 매출이 신장됐고,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했다. 2013년 83억 원대였던 매출이 점차 늘어 지난해 100억 원을 돌파했다. 직원도 이 제도 도입 후 32명에서 50여명으로 늘었다.

에네스티는 올 1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창출포럼에서도 소개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집권 시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성공 케이스로 에네스티를 언급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에네스티는 업계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입소문이 났다.

사회공헌 활동 ‘주목’

에네스티의 혁신은 국내 최초 온천수 화장품 개발로도 이어졌다. 온천수 제품 특허를 출원하며 2014년부터 본격 시리즈 출시에 나섰다. 원료는 피부에 이로운 11가지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는 수안보 온천수다.

에네스티는 연구를 거듭해 지난 2013년 수안수 에델바이스 기초라인을 출시해 국내 대표 온천수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또 두피 활력제품 믹스베리 단백질 폭탄 샴푸는 지난해 12월 출시된 뒤 6개월 만에 각종 사이트는 물론 에네스티 홈페이지에서도 완판을 기록했다. 현재 에네스티 화장품은 국내 1600여개 마트 및 대형마트, 면제점 등에 입점해 있다. 또 중국, 일본, 싱가포르, 러시아 등 전세계 20여 개 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에네스티는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모범적인 기업이다. 매년 무인판매대를 운영해 얻은 수익금을 홀로 사는 노인 및 청각장애인 학교 등에 지원하고 있다. ‘사랑의 양심 판매대’라고 이름 붙여진 무인판매대는 충주지역 곳곳에 설치돼 있다. 1만 원 미만의 가격에다 꼭 필요한 생활 미용용품인 폼클렌징, 핸드크림, 염색제품 등 에네스티의 주력상품 3~4종을 기본으로 구성해 운영되고 있다.

판매원 없이 진열대 내 설치된 요금함에 직접 금액을 넣는 방식으로 운영 중인 사랑의 양심 판매대는 자발적 기부문화 확산 측면에서 진행됐다. 에네스티는 사랑의 양심 판매대를 충주시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에네스티는 사회환원사업으로 충주지역 엘리트 초·중·고 축구 꿈나무 축구선수의 겨울철 피부 건강관리용 화장품 1200만 원 상당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역 내 경로행사에도 최근 화장품 2000만 원 상당을 지원, 일반적인 선심성 행사 협찬에서 벗어나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선다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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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주 대표 “푹 쉬게 했더니 매출이 더 오르더라”

승합차 한 대로 시작, 무인판매 방식으로 사업 변화 ‘성공’

주4일제 근무가 정착하는데는 에네스티 우성주(45) 대표의 결단이 컸다. 경북 영주시 출신인 우 대표는 20대 초반인 1996년 승합차 한 대를 장만해 제천에서 화장품 도매업을 시작했다. 고교 졸업 후 직장일을 하다 개인 사업을 위해 모아둔 돈 500여만 원을 전부 털어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는 팬시점 안에 화장품 판매대를 설치하면 장사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인천의 화장품 제조공장에서 소량의 물건을 떼와 충주·제천 등지의 팬시점을 상대로 영업했다.

혼자서 일하며 영업처를 확보해야 했던 그는 초저가 무인 판매 방식을 도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무인 판매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인건비와 광고비, 임대료 등 원가를 절감하고 그만큼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데 재투자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키웠다. 제품의 질이 좋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판매처도 전국으로 확대됐다. 그는 화장품 품목을 늘려나갔고, 2005년 국내 최초로 매장에 의존하는 유통방식인 샵인샵(shop in shop)으로 사업의 변화를 꾀했다.

샵인샵 매장은 말 그대로 가게 속에 있는 작은 판매장을 통해 영업하는 방식이다. 이때도 우 대표는 판매장을 차려 놓고 무인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전까지 연간 5억 원이던 매출이 샵인샵으로 전환하면서 두 배 가량 늘었다.
그해 전국 대기업 중소형마켓에 에네스티 매장 700개를 확보하면서 한 해 매출이 17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리고 지난해 에네스티는 직원 근무 주4일제에도 불구하고 100억 원의 매출을 찍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 대표는 “슈퍼와 마트에서 쉽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 문턱을 낮춘 것이 매출 증가의 요인”이라며 “저가지만 품질이 우수하다는 소비자들의 믿음만 얻는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4일제 근무는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면서 “회사가 충분히 쉬게 해주는 만큼 직원들 사이에 근무하는 동안은 더 열심히 일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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