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마수리 농요 무형문화재에서 퇴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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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마수리 농요 무형문화재에서 퇴출 위기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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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이례적으로 문화재 지정 해제 건의

충북도 무형문화재 5호인 ‘충주 마수리 농요(忠州 馬水里 農謠)’가 문화재 지정 해제 위기에 놓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북도와 충주시에 따르면 도와 시는 오는 28일까지 기관·단체와 개인 의견을 받아 마수리 농요의 지정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

충북도 무형문화재인 ‘충주 마수리 농요’가 문화재 지정 해제 위기에 놓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청북도 문화재 보호 조례’ 30조는 ‘가치를 상실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을 해제할 수 있고,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전수교육 또는 무형문화재 기능·예능을 특별한 사유 없이 2년 동안 하지 않으면 인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마수리 농요의 문화재 지정 해제 절차는 지난해 5월 충주시가 신니면 마제마을에 전승된 마수리 농요의 문화재 지정 해제를 충북도에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 지정 해제를 건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 충주시는 왜 마수리 농요의 무형문화재 지정 해제를 추진한 것일까.

이는 기능보유자와 보존회의 갈등 때문이다. 보유자와 보존회는 그동안 전승지원금과 보조금 등 금전 문제와 운영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이 때문에 해마다 1회 이상 추진해야 하는 공개행사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째 열리지 못했다. 도와 시, 관련 협회 등에서 수년간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 사이 갈등은 여전했다.

‘충청북도 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르면 무형문화재 보존·전승을 위해 전승지원금과 보조금이 지급된다. 마수리 농요 보유자와 보존회의 갈등도 이런 지원금이 발단인 것으로 전해졌다.결국 시는 갈등이 봉합되지 않자 도에 문화재 지정 해제를 건의하게 된 것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도 중요하지만 마을 구성원들 간의 화합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도 문화재위원회의 현지 실태조사와 심의 등을 거쳐 마수리 농요의 문화재 지정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청문 등을 거쳐 문화재 지정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백결 선생 유래 담긴 농요

신라 20대 왕인 자비왕 때 어느 해 설날을 앞두고 이웃에서 집집마다 떡방아 찧는 소리를 듣고 악성 백결 선생의 부인이 탄식했다고 한다. 가난해 떡방아를 찧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백결 선생이 거문고를 당겨 방아찧는 소리를 내어 부인을 위로한데서 중원마수리 농요, 일명 탄금대 방아타령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중원 마수리 농요는 구전으로 전해졌고, 조상들은 풍년을 기원하며 불러왔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말부터 잊혀졌다. 그러던 중 명인 지남기(1926~2005) 선생이 마제마을에 정착한다. 목청이 좋고 노래를 잘하는 그는 농사철에 메김소리를 도맡아 하게 됐다.

그는 소리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재질도 뛰어나 1960년대 마수리 농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1960년대 말 충주지역 농요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1969년 마수리에서도 지 선생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는 좀 더 큰 규모의 연희를 구상하게 됐다.

마수리농요 전수관 전경.

마수리 농요는 농악과 농요를 중심으로 민속놀이적인 성격이 약간 가미된 종합예술로 볼 수 있다. 1972년 마수리 농요는 음악적인 요소에 연희적인 요소를 결합해 탄금대 방아타령이라는 이름으로 13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또 1982년에는 중원농악제에서 대상을 받는 등 충북지역 대표 농요로 인정받았다.

이후 세월이 흘러 중원 마수리 농요는 1994년 12월 30일 충북 무형문화재 5호로 지정됐고, 지남기 선생은 기능보유자가 됐다. 하지만 지남기 선생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마수리 농요를 재현하는 일이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전수자 박재석 씨가 2007년 7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됐다. 전수자로 최종남, 이수자로 유진형, 이원윤, 박용기, 이유성, 변준수, 성숙희, 이태순, 정옥순 씨를 지정해 맥을 잇게 됐다. 2004년 4월에는 충북도로부터 중원마수리농요보존회가 무형문화재 보유단체 인정을 받았다.

“불신의 벽 허물고 위기 극복해야”

마수리 농요는 그동안 박재석 씨가 이끌고 농요 보존회장인 박기서 씨가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특히 충주는 국악을 하는 교사나 국악 관련 학생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 박재석 씨는 마수리 농요전수관이나 우륵당 등에서 마수리 농요를 전수했다.

하지만 2013년 보존회에서 보유자를 제명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시는 문화재 지정 해제를 도에 건의한다.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지역 주민 및 단체들은 안타까워 하고 있다.

충주지역 한 문화예술인단체 관계자는 “농요는 농사를 지을 때 부르는 노래로 노동의 고단함을 덜고 주민 간 화합을 유도한다. 전승지원금과 보조금 등 금전 문제와 운영을 놓고 화합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불신과 갈등이 심화된다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존회와 이 단체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보유자의 화합이 필수”라며 “양측이 불신의 벽을 허물고 문화재 지정 해제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북에는 30개 종목(국가지정 3, 도지정 27)의 무형문화재가 있고, 충주에는 7개 종목(국가지정 1, 도지정 6)의 무형문화재가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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