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 된 충주관문 가로수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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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년 된 충주관문 가로수 ‘싹둑’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1.1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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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주민 의견 수렴 없이 베어 시민 반발 “있을 수 없는 일”

충주시가 안전을 이유로 심은 지 50년이 다 돼가는 가로수 수십 그루를 베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시는 도로안전에 위협을 준다며 도심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중원대로 충주IC 입구에서 황산마을 입구까지 500m 구간에 위치한 플라타너스 나무를 최근 잘라냈다.

지난 9월 강풍으로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가 인접한 충북선 철도로 쓰러져 2~3시간 정도 열차 운행이 멈췄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시는 이 구간에 새로운 수종을 심기로 했다.

충주시가 안전을 이유로 심은 지 50년이 다 돼가는 가로수 수십 그루를 베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충주시내 관문에 위치한 이 곳 가로수는 녹음을 제공해 운전자들을 안정시키고 아름다운 도로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시 측은 심은지 45년이 된 가로수가 높이 30m까지 자라면서 바로 옆 철로나 도로로 쓰러질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돼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무가 베어지는 모습을 목격한 인근 주민들과 통행하는 운전자들은 수령이 수십 년 된 나무가 큰 이유 없이 제거된 것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도로 경관을 살리려 보존 가치가 큰 가로수를 제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주민 임모(48·충주시 대소원면) 씨는 “가로수의 성장이 30m가 넘는 위험 수위에 도달하기 이전에 가지치기 등의 선제적 대응을 했으면 되는데 무작정 제거하는 것은 관리부실을 자인하는 셈”이라며 “무조건 고목을 제거하고 새로 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도로확장 등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고목을 보호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시는 플라타너스를 벤 자리에 예산 3900만 원을 들여 은행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나 시민의 의견수렴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들은 시의 독단적인 행정을 비난하고 있다.

나무 값 수억 원도 날릴 판

수십 년 된 나무를 베기 전에 안전을 확보하면서 나무들을 지킬 대안은 없었는지 찾아봤어야 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바람에 나무가 쓰러질까봐 걱정이라면 바닷가 동네에 심은 나무도 다 뽑아 버려야 하냐”며 “충주시에 110개의 자문위원회가 있는데 무용지물이다. 자문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구했어야 했다. 주민의 지방자치를 외면한 충주시의 독선과 아집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운전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주민 홍모(45·충주시 호암동) 씨는 “외지에 나갔다가 이 곳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면 충주에 다 왔다는 생각을 했는데 45년 간 단 한차례 일어난 일로 나무를 송두리째 베어버리는 충주시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가 안전을 위해 가로수를 벌목해야 한다면 앞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도시계획을 꼼꼼히 검토해 이 같은 허술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매각 공고도 논란이다. 시는 잘라낸 나무 부산물을 폐기물로 처리할 예정이다. 국유림은 일반적으로 벌목이 이뤄졌을 경우 매각공고를 통해 부산물을 처리하도록 돼있다. 이럴 경우 감정평가를 거쳐 나무 한 주당 가치를 매긴다.

관련업체 관계자들은 45년 된 플라타너스는 한 그루당 수백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냥 매각했으면 수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이번 경우 나무가 ‘위험물’로 지정됐기 때문에 벌목업자는 임의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는 공공재산을 단순 폐기물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는 산척면에 도로 조성을 이유로 메타세콰이어 40그루 중 23그루를 절단해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이 도로는 ‘감자꽃 시인’ 권태응 생가 터에 개설되는 만큼 환경단체는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충북환경운동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윤동주와 더불어 일제강점기 최고 천재 저항시인 권태응 선생의 생가 터에 8차선 도로를 개설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각 지자체마다 시인과 예술가들의 생가를 복원하고 전시관을 건립해 그 뜻과 문학성, 예술성을 알리고 이를 관광에 활용하고 있다. 충주시는 중원문화예술혼을 짓밟는 도로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또 “충주시는 올해 권태응 선생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광범위하게 구성해 그의 작품과 가치를 알리고 생가복원과 문학관 건립에 즉시 나서야 한다”며 “이곳에 위치한 메타세콰이어 나무도 절반 이상 절단됐는데 충주시장은 졸속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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