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예쁜 책방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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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예쁜 책방이 있었네
  • 충청리뷰
  • 승인 2018.01.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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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작은책방 열풍 불어, 현재 40여개 영업중

“내가 거기에 무엇을 놓고 왔기에 날이면 날마다 가고 싶은가“ (이생진 시 / 다랑쉬오름 중에서)
제주도를 다녀온 내 맘이 딱 그랬다. 제주도, 그곳은 생에 단 한 번 신혼여행으로나 갈 수 있던 환상의 나라에서 맘만 먹으면 기차표보다 더 싼 비행기를 잡아 타고 언제든 떠나갈 수 있는 현실의 땅으로 내려앉았다. 하루 이틀 스치고 지나가는 여행자의 땅에서 한 달씩 짐을 꾸려 살러 가는 거주의 땅이 되었다. 무엇이 그토록 이 섬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걸까. 바람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이제 제주는 풀 한 포기, 모래 한 움큼에도 돈이 매겨지는 자본의 땅이 되어가고 있다.

그 섬, 바닷길을 따라 지금 작은 책방들이 빠른 속도로 문을 열고 있다. 2017년 발행된 ‘제주도 책방 여행자를 위한 지도’를 보면 38곳의 책방들이 마치 섬을 포위하듯 제주 전역에 걸쳐 고루 분포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후로도 책방은 더 늘어나 지금은 40개를 넘어섰다. 전국에 작은 책방이 220 여 곳 정도이니 인구 60만 제주도에 불고 있는 책방 열풍이 불타오르듯 뜨겁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책방 <북타임>

<북타임>은 이런 작은 책방들 중에 규모로나 운영자 연혁으로나 맏형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서귀포 시내 한가운데 중형급으로 자리잡은 이곳은 제주 설문대어린이도서관 관장을 오랫동안 해왔던 임기수 씨가 3년 전에 문을 열었다. 그는 제주에서 나고 자라 한 번도 제주 땅을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인데다 오랜 도서관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와 폭넓은 교류를 맺고 있는 활동가다. 작지 않은 규모이지만 북타임을 성공적으로 꾸려가는데는 이런 배경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북타임, 서귀포 문화중심

대부분 책방이 독립적으로 카페를 꾸려가는 것과 달리 이곳은 프랜차이즈인 ‘빽다방’과 손잡았고 커피를 산 고객들이 넓고 쾌적한 책방에서 차를 마시며 책도 보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저렴한 커피값, 그에 비해 안락한 공간, 판매용 책과 구분해서 도서관처럼 편하게 볼 수 있는 책들을 비치한 서가를 제공하면서 북타임은 서귀포 일대의 문화 중심이 되었다.

아마도 북타임이 시도한 이런 몇 가지 특징들은 지역 중형서점들에 시사하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십 여년 간 도시에 있는 중소형 서점 중 많은 곳이 독자 감소와 인터넷 서점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걸으면서도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지 대안을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문을 닫거나 쇠락해갔다.

책방 <시와 그림책>

그러나 아무리 외부 환경요인이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독자가 있고, 출판산업이 이어지는 한 서점의 존재이유는 명확하며 시대적 흐름을 읽어 개혁하고 변화하는 서점은 살아 남을 것이다. 그리고 북타임에서 그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읽는다.한 번 방문하면 웬만하면 숙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섬의 특성상, 책이 있는 집에서 하룻밤 머무는 ‘북스테이’ 프로그램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북살롱 이마고>는 처음부터 책방과 민박을 하나로 결합한 북스테이 공간으로 건물을 설계했다. 1층은 ‘북앤쿡(book & cook)’으로 넓은 카페와 함께하는 책방이고 2층은 게스트하우스다. 서울에서 이마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표가 제주에 정착하면서 출판사와 서점을 겸한 것으로 앞으로 지역 콘텐츠를 담은 출판 작업이 기대되는 곳이다.

제주여행 중에는 책방에 가라

제주도에 처음으로 작은 책방 바람을 일으킨 <소심한 책방>, 카페를 겸하면서 그림책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그림책방 노란우산>, 시야 가득 바다가 펼쳐지는 해안도로에 카페를 겸하고 있는 <바다의 술책>, 조천읍 동화같은 마을에 바다를 품고 있는 <시인의 집>과 나란한 골목에 수줍게 숨어있는 <시와 그림책> 등 제주의 책방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하늘과 한라산과 바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제주 땅.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기에 충분한 이 작은 책공간들은 마치 쉼표처럼 제주 여행 동안 장삿속과 유흥으로 피로해진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주에 가서 책방 한 곳 안돌아보고 오는 이는 진정한 제주여행을 하지 못한 것처럼 SNS를 인증샷으로 뜨겁게 달구는 이 작은 책방들.

책방 <북살롱 이마고>
제주책방지도

이들은 모처럼 제주에 불고 있는 책방과 책문화 바람이 순식간에 지나고 마는 한때 유행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해 12월, <제주 동네책방연합>을 만들고 제 1회 동네책방 운영자 워크숍을 열었다.

“일단은 섬이라는 특성상 원활하지 않은 유통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고요. 제주에 늘어가는 소규모 출판사나 독립서점, 작가들이 연대해 제주도 책문화운동으로 확장시켜 나가자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북살롱 이마고 김채수 대표는 작은 첫 걸음을 떼었을 뿐인데 전국에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북타임, 파파사이트, 북살롱 이마고 등 8개 서점이 시작한 이 아름다운 연대의 발걸음이 부디 굳건하게 이어져 제주도가 자본에 농락당하는 땅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과 일상을 풍요롭게 다져주는, 날이면 날마다 가고 싶은 행복한 섬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백 창 화
괴산숲속작은책방 대표
‘작은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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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미 2018-01-13 19:35:21
제주가면 꼭 들러봐야겠어요~^^ 정보 감사합니다.

풀꽃 2018-01-11 20:14:20
제주 여행중 작은 책방을 만났어요. 아주 좋은 마을의 문화공간이더군요. 충북에도 이런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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