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물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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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동물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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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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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작가의 <메리>와 하재경 작가의 <숲으로 간 코끼리>

심진규
진천 옥동초 교사·동화작가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수박 수영장>이다. 커다란 수박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빨간 수박 물에 수영을 하는 할아버지 모습이 신선했다. 그 후에도 출간하는 그림책마다 색다르게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 매력을 느꼈다. 오늘 소개하는 책 말고도 작가 이름을 잘 기억하고 다른 작품도 보길 바란다.

“우리는 소도 없고 닭도 없고 개도 없고. 우리고 강생이 한 마리 키우자.” 설날 아침 할아버지의 한마디에 아버지는 옆 동네에 가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온다. 아이들은 강아지를 반기며 좋아하고, 아버지는 집안에 있던 물건들을 가져다가 강아지가 살 집을 꾸며준다.

요즘은 강아지를 물건 사듯 가게에서 산다. 강아지 집도, 먹이도, 목욕용품도 다양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마을 어느 집 개가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씩 데려오곤 했다. 그리고 집도 집에 있는 물건들로 만들어주곤 했다. 어른들은 그 시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어린이들은 부모의 어린 시절을 살짝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는 엄마 품을 떠나 낯선 환경이라 그런지 밤새 낑낑거린다. 어린 강아지를 분양 받아서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강아지가 안쓰러워 자꾸만 밖을 내다 본 기억도 있을 것이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은 그 시절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기에 충분하다,

할머니는 강아지를 보자마자 ‘메리’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특별한 까닭이 있어서가 아니고 할머니가 여태껏 키운 개의 이름은 모두 ‘메리’였다. 내가 어렸을 때 키운 개 이름은 모두 ‘뽀삐’였던 것처럼.

<메리> 는 시간의 변화를 글이 아닌 그림으로 잘 보여준다. 작은 강아지가 큰 개가 되고, 가족 모두 검은 상복을 입은 모습에서 시간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할머니 혼자 남게 된 집에 메리 새끼가 태어난다. 할머니는 장난꾸러기 강아지들을 혼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 함께 지낸다. 혼자 남겨진 시골집에서의 적적함을 달래기라도 하듯.

그러다가 마실 온 동네 할머니에게 한 마리 데려다 키우라고 한다. “잘 키아라. 가끔 괴기도 미야 잘 큰다.”라는 당부와 함께. 배달 온 슈퍼집 할아버지에게도 한 마리 데리고 가라고 한다. “정자 할매 강생이랑 곰배 붙이면 안된데이.”라는 당부와 함께. 그리고, 부모의 이혼으로 남겨진 손녀를 키우게 된 춘자 할머니에게 마지막 한 마리를 보낸다. 어린 소녀가 심심할까 배려하는 모습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이제 할머니 집에는 다 자란 메리만 있다. 다시 돌아온 명절. 자식과 손주들이 떠나고 난 쓸쓸한 저녁시간, 할머니는 혼자 갈비를 먹다가 밥상을 들고 마당에 있는 평상으로 나온다. 그리고 메리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니도 추석이니까 많이 무라. 이게 그 비싼 한우 갈비다. 오늘 괴기 묵고 내일 다른 거 안 묵겠다카마 안 된데이. 알겠제!”

반려견이 유기견이 된 뉴스들을 자주 접하는 요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화려한 그림도 아니지만 잔잔하게 사람과 동물이 함께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 <메리>와 함께 따뜻한 겨울이 되면 좋겠다.

반면 하재경의 <숲으로 간 코끼리>는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다른 태도에 대해 보여준다. 서커스에 끌려와 재주를 부리다가 늙어 기운이 없어진 코끼리가 있다. 서커스 단장은 이제 더 이상 서커스에서 쓸모가 없어진 코끼리를 동물원에 보내기로 한다.

철창에 갇힌 코끼리. 단 한번만이라도 철창을 벗어나 숲속을 마음껏 뛰어 다니고 싶어하며 잠이 든다. 그런 코끼리 앞에 등장한 요정. 요정이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철창문이 열리고 코끼리는 그렇게도 그리던 숲으로 나들이를 간다. 진흙 목욕도 하고, 꽃들이 가득한 들판에서 숨바꼭질도 한다. 시원한 비도 맞고, 달콤한 나무 열매도 따 먹는다. 그리고 나무아래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아주 편안하게 잠이 든다.

다음날, 서커스에는 소동이 벌어진다. 조련사는 서커스 단장에게 달려가 큰일이 났다고 알리고 서커스 식구들 모두 코끼리 우리 앞으로 달려간다. 코끼리는 우리 앞에 핀 꽃을 향해 코를 내밀고 아주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그 모습은 마치 꽃향기를 맡고 있는 것 같다.

코끼리는 동물원에 보내지는 대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언제부턴가 동물원에 가는 것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우리 안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보면 빨리 꺼내달라고, 고향으로 가고 싶다고 외치는 것 같다. <숲으로 간 코끼리>를 보며 코끼리가 요정과 함께 숲속에서 노는 모습을 상상하니 잠시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평생을 숲과 들을 누비며 살아야 했을 코끼리가 작은 우리에 갇혀 사람이 시키는 일만 하고 살았을 것을 생각하면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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