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000명이 부른 ‘청주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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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1000명이 부른 ‘청주아리랑’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1.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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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조동언 씨, 다양한 계층의 시민참여 음반 제작
청주아리랑, 중고제 판소리 음반을 제작한 국악인 조동언 씨.

“10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문 음악인으로서 청주아리랑을 간과할 수 없었다.” 소리꾼 조동언 씨는 청주시민들이 언제든지 부를 수 있는 ‘청주아리랑’을 재현하고 싶었다.

중국 정암촌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던 청주아리랑에 관한 기사를 볼 때부터 큰 프로젝트를 꿈꿨다. 1990년대 임동철 전 충북대 총장은 충청도에서 중국으로 강제이주한 사람들이 정암촌에 모여 고향을 그리워하며 ‘청주아리랑’을 불렀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민요를 부르는 동호인들로 구성된 청주아리랑보존회에서 청주아리랑을 계속해서 무대에 올렸고, 극단 늘품은 청주아리랑의 내러티브를 담은 연극을 제작해 올렸다. 청주MBC방송국은 정암촌 사람들의 소리를 음반으로 남겼다. 하지만 전문 음악인이 청주아리랑에 대해 접근한 사례는 없었다.

조 씨는 “2008년 충북민예총 전통음악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청주아리랑을 처음 무대에 올렸다. 당시에는 연주하는 사람들을 모두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한차례 공연을 또 올렸지만 지속적이진 못했다. 가사에 관한 연구들은 계속해서 나왔지만 음악적인 접근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청주아리랑의 고유한 특징을 밝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음악적 고증 거쳐

이번에 청주문화원은 문화관광부 지원을 받아 문화콘텐츠 제작사업으로 ‘청주아리랑’과 ‘청주재발견 중고제 판소리 원류를 찾아서’ 2개의 음반을 제작하게 됐다. 여기서 조 씨는 2개의 음반 제작을 맡은 것이다.

먼저 청주아리랑 음반에 대해 조 씨는 “강원도아리랑과 비교해보면 음률이 거의 비슷하다. 청주아리랑의 음률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5음계가 아닌 6음계를 사용하고, 후렴구에 가사 ‘라’를 덧붙였다. 아리라랑, 쓰리라랑이 되는 것이다. 민속음악이 시대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논란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가사는 바뀌지 않고 후렴구만 조금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단은 그대로 썼다. 첼로, 플롯, 가야금, 피리, 대금 등의 악기를 썼다. 각계 각층의 청주시민들이 부른 것을 음반에 담았다. 음악적 고증을 거쳤지만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도록 했다”라고 덧붙였다.

청주아리랑은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함께 불렀다. 시민 365명이 청주아리랑을 부르고 난 뒤 청주역사 앞에서 단체 촬영한 모습.

청주아리랑 음반 트랙은 전문 소리꾼 외에도 어린이 130명, 청소년 160명, 청주시민 365명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많은 인원은 동원하는 데는 긴 세월이 필요했다. “제자들이 각 학교의 음악수업에 들어가 청주아리랑을 가르쳤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합창반, 민요반 학생들이 참여했다. 청주시민 365명이 부른 청주아리랑은 한꺼번에 들어갈 녹음실을 구하지 못해 북문교회를 빌려서 했다. 처음에는 500명을 모았는데 장소가 협소해 365명만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불특정 다수 1000여명이 음반에 참여한 셈이다. “일종의 떼창이다. 초등학생, 중·고등생, 기성 앙상블팀, 충효당, 적십자 봉사원, 토요 꿈다락 학교 참가자, 해태제과 공장 직원들이 도움을 줬다”라고 말했다. 이미 청주읍성축제에서 180명이 청주아리랑을 불렀고, 초청약수축제에서도 150명이 참여했다. 최근 성화봉송 때도 청주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청주아리랑의 가사는 충청도 특유의 은유와 맛이 살아있다. 살아있을 때는 시아버지가 미웠는데 죽고 나니 끊어진 망골 자리가 다시 보여 그립다는 것이다.

또 ‘중고제 판소리 부활을 꿈꾸며’음반은 우리지역 태생의 전설적인 소리꾼 박팔괘(1882∼1940)를 다룬다. 충청북도 청원 출신으로 가야금산조의 명인인 어전광대였다. 초창기에 독자적인 충청제(忠淸制)의 산조가락을 만들었다. 1930년 청주에 극장 ‘앵좌’가 있었고 이곳에서 당대의 명인 박팔괘와 이동백이 노래를 부른다.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들이 최근 밝혀졌다. 박팔괘의 음반도 존재하지만 아직 음원작업을 마치지 못해 이번 음반에는 실리지 못했다. 음반에선 박팔괘를 통해 충청도 소리였던 중고제의 원류를 찾아간다. 조 씨는 “중고제는 쉽게 충청도 사람들이 불렀던 소리이다. 이를 재현하는 것은 곧 정체성을 찾는 것과도 같다”라고 강조했다. 음반은 1월 30일 총 1000장이 발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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