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래,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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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래,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 충청리뷰
  • 승인 2018.01.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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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의 <사피엔스의 마음>

김대선
책방 ‘질문하는 책들’ 운영자

새해의 첫 책으로 <사피엔스의 마음>을 골라 읽었다. 정초에는 새로운 변화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은 지난 9일 오전에 책방에서 열린 독서모임의 선정도서이기도 했다. 눈발이 휘날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굳은 의지로 책방에 모인 여덟 사람이 나눈 대화는 사뭇 따뜻했다.

<사피엔스의 마음>은 저자가 동서양의 여러 세계적 지성과 만나서 '마음'을 주제로 대화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표지에 적힌 몇몇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과연 그들은 급변하는 21세기를 살아갈 독자의 마음에 어떤 감동과 교훈을 전할까? 열두 번의 만남이 전하는 대화는 내 개인적인 몇몇 고민과 얽히면서 깊은 몰입감을 더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세 갈래의 교훈

타인을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먼저 사랑하라.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더 겸손할 수 있다. 이해인 수녀의 두 가지 교훈은 수많은 사람을 만나서 소통하고 사랑을 실천한 경험담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나는 과도하게 비장해지기보다는 차라리 즐거운 모습을 보이는 쪽이 낫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좋아하는 취미와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을 일치시킨 채로 살아가려는 내게는 무척 유익한 조언이다.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이것만은 지키겠다 하는 그 한 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대화의 곳곳에서 권력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부와 명예에 길들지 않겠다는 각오가 매섭게 돋보인다. 현실은, 인생은 절대 녹록지 않다는 노작가의 냉철한 외침이 귓가에 쩌렁쩌렁 울리는 듯하다. 도시에서의 삶을 버리고, 일부러 산골 마을에 자리 잡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모습에는 고독한 야수의 결기가 서렸다. 강렬한 면모 때문에 그의 다른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

죽음을 논하는 철학자 셸리 케이건에게서는 ‘사랑하지 않아도, 믿지 않아도 정의와 선의를 행할 수 있는가’의 질문을 얻었다. 나누고 행하는 만큼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뚜렷한 신념을 품고 있지 않을지라도 타인을 온전히 사랑하며 정의를 행할 수 있을까? 사랑은 우리가 열정적으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식이기에 힘겹게 지고 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견해가 의미심장하다. 이것저것 다 따지면서 무겁게 사랑하기보다는,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 먼저라는 생각이 번쩍 든다. 파랑새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읽고 질문하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책방 운영자로 살다 보니 읽고 생각하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 이 책은 여러 명사와의 이야기를 묶은 인터뷰 형식이라서 읽는 방법에 약간의 고려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친숙한 이름을 따라서 원하는 대로 아무 챕터나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인터뷰 순서를 그대로 따라 읽으면 저자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똑같이 밟아나간다는 장점이 있다. 이전 챕터의 질문이 다음 챕터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급적 책이 구성된 순서대로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의 강점은 인터뷰어인 저자의 역할에 있다. 저자는 대화의 핵심 개념을 잘 정리하고 요약하여 최적의 단어로 질문을 주고받는 데에 능수능란하다. 생각의 핵심 개념을 어떻게 정리하고 요약할 것인가? 묻고 싶은 내용을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적확하게 표현할 것인가? 자기를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

분야나 형식에 따라, 독자의 환경에 따라 책을 읽는 방법이 다양하게 다르다. 이 책은 만남과 대화가 여러 번 나열된 구조이기에, 인터뷰집을 읽는 데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생소한 느낌일 수 있다. 완독한 입장에서 권하는 하나의 노하우는 단숨에 다 읽으려 들지 말라는 점이다. 하루에 한두 챕터씩 느긋하게 나눠 읽고 천천히 소화하기에 어울리는 책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에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물음이 남는다. 요즘 책방에서는 여러 독서모임을 열어서 청주의 많은 독자를 만나고 있다.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함께한다는 행위의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 중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길. 그것이야말로 2018년의 내가 깊이 품고 실천할 하나의 마음가짐이다. 부단히 노력하고 실천하려면 올해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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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누나 2018-01-24 18:44:03
글이 마음에 꾹꾹 들어차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셔서 그런지 책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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