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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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 육성준 기자
  • 승인 2018.01.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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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등장한 청주시 사직2구역의 붉은 글씨

청주시 사직2구역 재개발 예정 지역 골목 곳곳에는 붉은 페인트로 ‘철거예정지’라고 쓰여 있다. 집 대문에서 벽화가 그려진 담장까지 마을은 당장이라도 철거될 것처럼 흉물스런 동네가 됐다.

글씨를 쓴 재개발 시행사 대행업체인 한스산업개발 관계자는 “집 주인의 허락을 받고 쓴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컨설팅 전문 업체인 한스산업개발은 시행사인 쌍용건설로부터 업무대행을 맡아 사직2구역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조합설립과 해산을 거듭해 지칠대로 지친 마을 주민들은 어렵게 설득한 시행사에 반가움을 표하는 반면 보상을 더 바라는 주민들은 이에 응하지 않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 주민들은 결국 재개발을 놓고 찬성과 반대로 극명하게 나뉘었고 업체 측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마을을 돌며 주민들을 설득시키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이곳을 지나는 한 시민은 “문제의 페인트 글이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기 위한 위협적인 수단이 아니었으면 한다” 면서 “골목을 지날 때마다 자꾸 그 때가 연상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공동주택과는 “글씨를 지울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 조합측에 원만하게 해결해 달라는 입장만 내 놨다”고 밝혔다.

사직2구역은 2007년 3월, 처음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정비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2010년 12월 조합 설립인가 이후 건설경기 부진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않자 청주시에 자진해산 신청서를 냈고, 2016년 6월 시는 주택 재개발사업 조합의 승인을 취소했다. 이후 최근 별도의 지역주택조합을 만들어 청주시에 인가 신청을 낸 상황이다.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한스측은 “다소 거북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글귀는 문안이 나오는 대로 현수막으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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