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사회를 발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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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가 사회를 발전시킨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02.0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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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말 한마디에 난리가 났다. 현직검사가 방송에 나와 2010년 법무부 간부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실을 밝힌 것 만으로도 ‘쇼킹한’ 일임에 틀림없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애써 묵살하거나 속으로 욕하고 만다. 후유증이 두렵기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큰 용기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다니.

이 방송 보도후 법무부 태도는 확 달라졌다. 지난 1월 30일 성추행한 가해자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실명이 나왔고, 법무부는 서 검사가 제기한 직장내 성폭력문제와 인사상 불이익이 없었는지 등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무마하고 말았다는 법무부의 태도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실제 발빠른 대처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가는 악화된 여론이 어떻게 튈지 모르는 형국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남성들은 “8년이 다 돼가는 성추행 사건을 이제와서 얘기하는 저의가 뭐냐” “피해자는 그 당시 왜 참았나” “어떻게 방송에 나와 저런 말을 할 수 있나”라고 뱉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남성들이 그렇게 말했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통 모르고 하는 소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 전 국장과 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을 받는 법무부 검찰국장 출신의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글이 많이 올라왔고 청원에 동참한 사람들이 현재 1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언론들은 미투(#MeToo) 운동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 운동은 ‘나도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SNS에 해시태그(#)를 붙여 고발하는 캠페인의 일종으로 미국 등 서구 여러 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마침내 정치권 여야도 성추행사건과 부당한 인사 불이익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얼마전 미국 국가대표 체조팀 전 주치의가 어린 여자 선수들을 30여년간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최대 175년형을 선고 받았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주치의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미국 여자 체조팀 '선전'의 최대 공로자로 대접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한 선수가 주치의한테 성폭행 당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미투(#MeToo)이 운동이 확산됐다고 한다. 그러자 피해자 156명이 1주일간 법정에서 털어 놓는 ‘증언 릴레이’가 일어났고 가해자를 중형에 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성폭력사건은 중대 범죄이다. 성폭력사건은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포함하는 단어이다.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여고 시절 남자 교사가 친구들에게 가한 성추행 사건을 기억한다.

특히 직장내 성폭력사건은 거의 상사, 힘있는 사람, 남성이 부하직원, 힘없는 사람, 여성에게 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약자인 피해자는 참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 검사를 보고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얻을 것이다. 세상은 용기있는 사람들을 통해 발전한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문제를 알리고 저항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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