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사 신축,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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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청사 신축, 어렵다 어려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02.0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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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전 신축 명시 했으나 이승훈 전 시장 리모델링 추진으로 시간 허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평가+지역 여론조사로 현 시청사 위치 1위 선정

현안중의 현안’ 청주시청사 건립
청사건립의 역사

 

건물 하나 잘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것이 정체성과 예술성, 에너지 효율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많은 고민이 따라야 한다. 청주시는 청원과 통합하면서 통합정신이 깃든 신청사를 신축하기로 했다. 청사는 공무원들만의 사무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쉬고, 즐기고, 보고, 듣고, 교류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민선6기가 출범한 이후 청사건립과 관련한 몇 번의 토론회가 있긴 했으나 논의가 활성화 되지는 못했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에 관한 의견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차제에 토론을 활성화해서 제대로 된 시청사를 짓자는 게 시민들의 의견이다.

지난 2014년 7월 1일 역사적인 통합 청주시가 출범했다. 청주·청원은 3전4기 끝에 어렵게 통합을 결정했다. 양 지역은 통합을 하면서 통합시청사를 신축하기로 했다. 통합시 출범에 앞선 지난 2013년 6월 통합청주시 청사 위치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평가위원들의 평가와 양 지역 주민 여론조사 결과 현 시청사 일대가 1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청원·청주통합추진공동위원회’는 이 곳을 최적지로 결정한다. 이 때 오는 2020년까지 현 시청사 부지를 남북 방향으로 확대한 2만8450㎡ 터에 지하 2층, 지상 15층 의 신청사를 건립키로 했다.

각각 9명으로 구성된 후보지선정위원회와 시청사위치선정평가단은 청사 위치 결정시 토지적합성·개발경제성·지역상징성·접근성·균형발전성 등 5가지 기본평가 항목과 12가지 세부평가 항목으로 점수를 냈다. 청원군에서는 강내면 학천리 광역매립장 일대, 청주시에서는 사직동 청주 종합운동장 일대와 복대동 대농지구, 중앙동 현 시청사 일대가 후보로 뽑혔다. 현 시청사 일대는 100점 만점에 87.2점을 얻었다.

청원군 주민들은 현 시청사, 청주시민들은 청주종합운동장 일대를 1위로 꼽았다. 청원군이 청주시를 빙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통합청사가 청원군 지역 어디로 가도 불만이 생길 것이 뻔하자 군민들이 현 청주시청사 일대를 가장 많이 원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통합 이후 청주시가 정부에 요청했던 국비지원이 무산되고 자율통합 기반조성비 500억원을 받는데 그치자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얘기가 솔솔 나왔다. 리모델링을 처음 꺼낸 사람은 이승훈 전 시장. 그는 2015년 1월 갑자기 리모델링을 들고 나오더니 5월에 “예전부터 성남시나 용인시처럼 시청사를 새로 짓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 왔다. 고민하던 차에 요즘 도시는 사람 위주가 아닌 건물 위주로 간다는 이어령 전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시청사를 신축하면 2020년까지 1360억원이 부족하고, 리모델링을 하면 57억원 흑자가 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을 해도 앞으로 20년은 충분히 쓸 수 있다. 2030년이면 청주 인구가 105만이 되는데, 그때 가서 필요하다면 100만 도시에 맞는 시청사를 지으면 된다"고 설명하고 리모델링 타당성 연구용역까지 했으나 청주시의회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힌다.

지난 2015년은 시청사 논란으로 한 해를 보냈을 만큼 시끄러웠다. 이어령 전 장관의 말 한마디로 이렇게 중요한 현안을 시장 마음대로 바꾸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게 많은 시민들 말이었다. 시청사는 청주·청원 통합정신을 구현하고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문화 및 커뮤니티 공간 기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양 지역 통합은 두 번 다시 못 올 역사적‘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기념해 시청사를 건립하자는 것이다.

결국 이 전 시장은 공무원집단과 청주시의회가 신축을 적극 주장하자 2015년 12월 신축으로 결정한다. 리모델링 논란으로 1년을 허비하고 난 이후였다. 당시 정치권이 힘을 모아 시청사 건립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으나 국비는 500억원을 받는데 그치고 말았다. 앞으로도 부족한 재정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는 지난 2015년 5월 청사건립기금조례를 제정하고 2017년까지 937억원을 출연했다. 그러나 본청과 상당·흥덕구청 부지매입 및 공사대금으로 대부분 들어갔다고 시 관계자는 밝혔다. 양 구청과 본청 건립에 필요한 예산은 총 3389억원이다.
 

서울시민이 함께 사용하는 시청사
직원 사무공간 62%+시민 문화공간 38%

 

서울시청사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건립 과정을 보면 배울 점이 있다. 매우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이미 민선1기 때인 1996년 조순 시장은 청사건립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서울시 신청사건립 기금설치 및 운용조례’를 제정하고 그 해에 300억원, 다음 해에 500억원 등 총 800억원을 조성했다. 이 돈이 나중에는 이자가 붙어 1892억원이 되었다는 것. 총 공사비는 2989억원. 종잣돈에 1000여 억원을 더 합쳐 지하 5층, 지상 13층으로 지었다고 한다.

서울시청사는 2008년 3월 착공해 2012년 8월 완공됐다. 지난 1926년 지어진 본관은 리모델링해 서울도서관 등으로 쓰고 신관은 신축했다. 신관은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처마를 재해석한 친환경적인 건물이라고 한다. 신관에는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공법을 도입했고 온·습도 등 미세한 기후조절과 소음경감 등을 위해 수직정원을 조성했다. 수직으로 정원을 만들고 거기서 나무가 자라고 있다.

특히 서울시청사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서울시 측은 “신청사는 공무원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서울도서관과 시민청, 하늘광장 등 시민문화공간도 있다. 직원들의 사무공간이 62%, 시민 문화공간이 38%”라고 설명했다.

시민청은 토론·전시·공연·강좌·놀이 등 각종 시민활동이 가능한 곳.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시민청에서 하는 각종 행사 소식을 올려 놓았다. 실제 가보니 수많은 시민들이 이 곳을 이용하고 있었다. 전시를 보러 오거나 강좌에 참석하거나 카페에서 모임을 하는 사람 등이 상당히 많았다.

서울시는 또 ‘시청사 通通투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은 본청사와 옛 청사, 시민청을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1시간~1시간 30분가량 돌아본다. 기네스북에 오른 수직정원, 옛 시장실 복원공간, 청사 건립시 발굴된 조선시대 무기창 군기시유적전시실, 건물의 친환경에너지 등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서울시청사 조감도. 자료=서울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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