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재래시장 몰려가 사진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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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재래시장 몰려가 사진 ‘펑펑’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02.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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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후보들
더민주당 청주 서원구의 명절 장보기행사. 사진제공=더민주당충북도당

명절에 전국의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전통시장이다. 언제부터인가 정치인들은 명절을 앞두고 재래시장 장보기 행사를 해오고 있다. 올해는 6·13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더 심했다. 이들은 시장에서 채소나 과일, 생선 등을 사고 즉석에서 꼬치·순대·떡볶이 등을 먹으며 사진을 찍는다. 대동소이하다.

명절에 전통시장을 찾아가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시민들의 밑바닥 정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럴 때만 전통시장에 가고, 시장 음식을 먹으며 서민 흉내를 내는 점이 식상하다는 게 시민들의 말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런 정치인들의 연례행사를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충북지역 정치인들도 이번 설에 빠짐없이 전통시장을 누볐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각 지역위원회 별로 지난 5~14일 충북도내 전통시장에서 장보기 행사를 열었다. 청주 서원구지역위는 청주 원마루시장, 흥덕구지역위는 복대가경시장, 청원구지역위는 북부시장, 상당구지역위는 육거리시장 등지에서 행사를 했다.

자유한국당충북도당의 명절 장보기 행사. 사진제공=자유한국당충북도당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은 지난 12일 각 당협위원장과 소속 지방의원, 주요 당직자들이 청주시 우암동 북부시장을 찾았다. 국민의당 충북도당 당직자들과 지방의원, 당원들도 청주 육거리시장을 찾아 물품을 구입하고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선거철이 되면 청주 육거리시장은 후보들의 단골 집합소가 된다. 역시 물건을 사고 시장 음식을 먹으며 인증샷을 찍는다. 또 정치인들은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홍보한다. 이에 대해 육거리시장 상인 유 모씨는 “시장을 찾아주는 것은 고맙지만 정치인들의 행사는 식상하다. 매출이 크게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전통시장이 홍보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치인들의 행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은 이런 일회성 행사를 하느니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불편한 점을 개선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 김 모씨도 “시대가 바뀌면 선거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정치인들은 언제까지 순대나 떡볶이를 먹으며 서민 흉내를 낼 것인가. 이런 흉내를 낸다고 서민의 아픔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민들이 원하는 바를 알고 싶으면 이런 행사 하지 말고 서민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북콘서트 하느라 ‘야단법석’
2~3월에 줄줄이 예약, 책 진짜 본인이 썼을까

 

다시 북콘서트 계절이 돌아왔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뜻이 있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북콘서트를 하느라 야단이다. 몇 년 전부터 후보들에게는 이런 행사를 하는 게 통과의례처럼 됐다. 정치인들은 “이 기회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책을 팔아 수입까지 올리니 일석이조다. 남이 하니 안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내에서는 충북도교육감과 청주시장 후보들이 시작했다. 지난 2일 더민주당 한범덕 전 청주시장은 청주S컨벤션에서 ‘새로운 백년의 아침-미래를 여는 과학편지2’ 북콘서트를 열었다. 한 전 시장은 10여년 째 운영해오는 미래과학연구원에서 계속 과학이야기를 써오고 있다. 이를 간추려 책으로 펴냈다. 지난 2014년에는 역시 과학이야기를 담은 ‘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십시오’라는 책을 출간했다.

오는 27일에는 한국당 천혜숙 서원대 석좌교수가 ‘섬마을에서 맨하탄까지’라는 북콘서트를 S컨벤션에서 연다. 28일에는 한국당 황영호 청주시의장이 역시 S컨벤션에서 ‘새로운 미래를 여는 50개의 시선’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3월 3일에는 더민주당 정정순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가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모든 꽃은 흙에서 핀다’는 북콘서트를 연다. 또 이광희 충북도의원은 오는 3월 9일 ‘더 좋은 청주 설계도’라는 북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심의보 충청대 교수는 지난 3일 ‘교육이 희망이다’ 북콘서트를 열었고, 황신모 전 청주대 총장은 내달 6일 S컨벤션에서 ‘충북의 미래, 교육이 답이다’라는 행사를 한다. 충북도지사에 출마하는 한국당 박경국 전 행안부 제1차관이나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도내 많은 후보들도 북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 정치인들은 직접 글을 쓸까? 작가가 아닌데 책을 어떻게 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의 책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첫 째 본인이 특정분야를 연구했거나 평소 써온 글을 가지고 책을 내는 경우, 둘 째 본인이 신문 등 여기저기 기고한 글을 모아 내는 경우, 셋 째 다른 사람이 질문을 하고 정치인은 답변을 하되 책은 질문자 이름으로 출간하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 넷 째는 대필작가가 썼는데 본인이 쓴 것처럼 교묘히 위장하는 것이다. 앞의 두 예는 본인이 직접 쓴 것이고, 뒤는 대필작가가 쓴 것이다. 충북지역 정치인들의 책도 네 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

그런데 네 번째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이런 글은 시골에서 어렵게 자란 뒤 큰 뜻을 품고 도시로 나가 성공했는데 이제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식의 자수성가형 일대기가 대부분이다. 대필작가는 당사자와 몇 번 인터뷰한 뒤 미사여구를 넣어 순식간에 책을 만들어낸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수고비는 부르는 게 값이고, 선거철에는 이런 것만 해서 먹고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성업중이라고 한다. 모 정치인은 “내용의 진정성 보다는 북콘서트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책을 팔아 수입을 올리려는 목적이 더 강하기 때문에 이런 편법이 통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행사를 활용해 수입을 챙기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유권자들이 대개 책 값을 상회하는 돈을 봉투에 넣어 내놓기 때문이다. 액수를 확인할 길이 없어 선거법 위반 저촉도 받지 않는다. 당선 가능성이 높을 수록 손님이 많아 큰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콘서트의 내용, 횟수, 수입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고 이를 단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2014년 이기용 전 충북도교육감의 출판기념회에 줄 서서 입장하는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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