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고 나쁜 기준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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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나쁜 기준이 뭘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3.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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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좋고’, ‘나쁘다’. 이 형용사를 자주 맞닥뜨린다. 소위 우리지역 보수단체들이 낸 보도자료와 단체명에서 그렇다. 좋고, 나쁜 건 개인의 취향이 아닌가. 이 단어가 어찌 보수를 대변하는 단어가 됐을까.

충북교총은 교육부가 내부형 공모제를 확대 추진하다는 정책을 비판하면서 ‘나쁜 교장 공모제’를 적극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이 말하는 ‘나쁜 교장’이란 교육계 내부의 승진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교장들을 말한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소위 점수를 다 채우지 못한 교사도 능력이 있고 구성원들이 원한다면 공모절차를 거쳐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퇴직을 앞둔 현직 교장들은 한마디로 이들을 ‘나쁜 교장’이라고 규정했다. 교장자격이 없는 교장들은 모두 이들에게 ‘나쁜 교장’들이란 얘기다.

교육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이들이 이러한 단어를 버젓이 쓴다는 것이 이상해 몇 번을 다시 봤다. 혹시 교직에 있을 때 학생들을 좋은 학생, 나쁜 학생으로 구분하지는 않았을지 의구심이 든다. 교장도 좋은 교장, 나쁜 교장이 있는 데 학생들이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이후 두 번째 ‘나쁜’이란 단어는 보수교육감 후보들의 단일화 추대위에서 들려왔다. 이재수 충북좋은교육감추대위원회 집행위원은 나쁜교육감을 저지하기 위해 이 조직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말하는 나쁜교육감이란 김병우 현 교육감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좋은 교육감의 기준은 무엇인가. 정책이 좋은 것인가, 인물이 좋은 것인가. 이 또한 아직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그냥 나쁜 교육감이 싫다고 말한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한다. 이재수 집행위원은 또 충북도인권조례 폐지 운동에도 나섰는데 이 단체명도 나쁜조례폐지운동본부다. 이들의 ‘나쁜’이란 단어 사랑을 뭐라 설명할 도리가 없다. 세상이 좋고 나쁜 것으로만 단순히 나뉠 수 있다면 지금처럼 날마다 시끄럽지는 않을 것이다. 작

은 사건에도 온갖 감정선이 뒤엉켜 있는 데 딱 잘라 좋다,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문득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요구를 번번이 들어주지 않는 문화체육부 한 직원을 향해 ‘나쁜 직원’이라고 했던 말도 떠오른다.

또한 논리와 이유를 들어도 난 무조건 네가 싫다고 하면 무슨 설득이 되겠는가. ‘나쁘다’라는 단어 뒤에 숨은 보수의 속살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가.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보수가 논리를 제쳐두고 그저 내 편은 무조건 옳고, 저 편은 그르다는 인식 안에 갇힌 것 같아 안타깝다. 진보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모습을 갖고 있을 테지만 적어도 이렇게 유아기적으로 구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그들이 믿고 있는 ‘나쁜’것들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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