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피는 소리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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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피는 소리를 들어라
  • 충청리뷰
  • 승인 2018.04.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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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앉아 귀 기울이면 식물이 내는 소리 들려

꽃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철 카슨은 “대지는 꽃을 통하여 웃는다”고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꽃을 피워내며 웃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점식식사를 했다. 우연히 ‘내 마음속의 울림 365’ 중에서 봄이라는 글을 보았는데, 올 봄에는 이것 저것 아름답고, 좋은 것을 많이 경험하고 보자며 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봄에는 연두빛 새싹도 보아야 하고
봄에는 분홍색 벚꽃 송이도 보아야 하고
봄에는 아른아른 아지랑이라도 보아야 하고
봄에는 파릇파릇 봄나물도 맛보아야 하고
봄에는 새 친구도 만나보아야 합니다.
봄에는 겨울보다 볼 것이 많아 ‘봄’인가 봅니다.
올봄에는 사랑도 만나보면 좋겠습니다.”
-이창현의 <내 마음속의 울림 365>중에서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

식물을 좋아하는 친구와 식사 후 산책은 늘 즐겁다. 꽃 이야기도 하고, 유치원 다니는 조카에게 배운 꽃노래를 흥얼거리며, 천천히 길을 걷는다. 이창희가 시를 짓고, 백창우가 곡을 붙인 ‘꽃은 참 예쁘다’라는 동요이다. 노래를 흥얼거리니, 기분이 좋아진다.

“꽃은 참 예쁘다. 풀 꽃도 예쁘다.
이꽃 저꽃 저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 이창희 시, 백창우 곡 <꽃은 참 예쁘다>

노란꽃을 보자마자, 나는 나도 모르게 “산수유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그 노란꽃은 생강나무 꽃이다. 개나리와 영춘화, 철쭉과 진달래처럼 산수유와 생강나무도 꽃모양이 비슷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어렵다. 친구는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에 대해서 나에게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한다. 다 아는 이야기 이지만, 친구가 설명해 주는 꽃 이야기는 재미있다.

산수유

“이맘 때, 개나리, 목련과 함께 숲에는 노란색 꽃이 피어나는데, 그 이름은 생강나무일 확률이 90%이상이야. 집 주변에도 비슷한 꽃이 피는데, 그 꽃의 이름은 산수유꽃이지. 산에 있는 꽃은 십중 팔은 생강나무이고, 집주변에 있는 꽃은 산수유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같은 노란색이지만 산수유와 생각나무 꽃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두 나무 모두 여러 개의 작은 꽃이 모여 피는데, 산수유는 꽃잎과 꽃받침이 합쳐진 화피(花被)가 네 장이고, 생강나무는 꽃대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만큼 짧고 꽃잎도 여섯장이다. 동그랗게 꽃이 꽉차서 줄기에 촘촘히 붙어있으면 생강나무, 가느다란 가지 끝에 꽃이 피어 있으면 산수유이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은 생강나무꽃

나무껍질로도 비교할 수 있는데, 나무껍질이 비교적 매끈하면 생강나무, 나무껍질이 줄기가 거칠고 껍데기가 일어나 더덕더덕 붙어 있으면 산수유이다. 집주변이나 공원에 피어 있는 것은 산수유가 대부분이고, 숲에서 만나는 노란꽃은 생강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김유정의 소설 ‘봄봄’에 나오는 동백꽃은 생강나무꽃인데, 강원도에는 생강나무꽃을 동백꽃 또는 산동백이라고 한다.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김유정의 <동백꽃>중에서

생강나무 잎은 생강의 향이 입맛을 돋우기 때문에, 고기를 생강나무 잎에 싸먹기도 하고 가을에 까만 열매를 따 기름을 내어 머릿기름으로도 썼다.

생강나무

청개화성(聽開花聲)이란 말이 있다. 꽃이 피는 소리를 의미한다. 옛날 선비들은 꽃이 피는 소리를 들으려고 새벽에 연못에 배를 띄워 연꽃이 피길 기다렸다고 한다. 가만히 숲 속에 앉아 귀 기울이면 잎이 피는 소리, 꽃이 피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올 봄에는 마음을 열어 봄꽃이 피는 소리를 들어보는 행운을 맛보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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