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반 아이가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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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 아이가 되어보고 싶다
  • 충청리뷰
  • 승인 2018.04.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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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동철 교사의 <하느님의 입김>, <아이는 혼자 울러 갔다>

심진규
진천 옥동초 교사·동화작가

책 <하느님의 입김>은 제목만 보고 종교 서적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강원도 양양에서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탁동철 선생의 일기를 묶은 책이다. 교사들에게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미 다 커서 어른이 되어 버렸는데, 아이와 눈높이를 같이 하라니 말이다.

하지만, 탁동철은 그냥 아이다. 나이만 먹었지 그 반 아이와 똑같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선행상을 줄 사람을 뽑으라니 <교실 일기> 공책을 펴고 칭찬할 일을 한 사람을 찾아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에게 주겠다고 하고 한다. 아이들이 적은 걸 보고 “이거 칭찬할 일 맞아?”라고 묻고 맞다고 하면 그 글을 쓴 사람과 칭찬 받은 사람이 각각 한 표씩. 끝까지 해보니 탁동철이 3표로 선행상을 받게 되었다. 화가 난 아이들이 아침에 자기가 준 마이쮸 과자 도로 내놓으라고 하고, 내일 사탕을 가져와서 선생님만 안 준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 말에 탁동철은 자기 이름을 지운다.

아이는 혼자 울러 갔다탁동철 지음양철북 펴냄

탁동철의 일기를 읽다보면 선생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많은 학교에서 텃밭 농사를 짓는다. 기계를 이용해 밭을 그럴듯하게 만들고 비닐도 어른들이 다 씌워준다. 아이들은 그저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땅에 심고 나중에 그걸 수확할 뿐이다.

탁동철은 다르다. 모든 걸 아이들에게 맡긴다. 나중에 수확을 해서 장에 내다 팔 것이니 너희들이 알아서 키워라, 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나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자꾸 말을 걸어준다. 아이들이 수확한 것을 가지고 진짜 장에 가서 팔기도 한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아이들 물건을 너무 쉽게 사주는 것에 불만을 갖는다. 아이들이 돈 버는 일이 너무 쉽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면서. 아마 이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하늘 한 번 보고 한숨 한 번 쉬지 않았을까?

선생은 아이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사람

탁동철과 한 반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아주 작은 것에서도 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보면 이런 일도 있었다. 흔히 말썽꾸러기라고 하는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나서 “너도 바쁠텐데 심부름을 해줘서 고맙다”면서 햄버거를 사주겠다고 한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자기들도 사달라고 한다. 탁동철은 “교장 선생님 앞에 가서 엉덩이 춤 춰”라고 한다. 그러면 사주겠다고. 아이들이 교장 선생님 앞에서 춤을 췄으니 햄버거 사달라고 한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은 그걸 본 적이 없단다. 아이들에게 물으니 살짝 엉덩이만 움직였단다. 결국 무효로 하고 교장 선생님이 통과라고 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춤을 만들고 연습한다. 그 모습에서 협동하는 모습,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들이 저희들만의 삶을 가꾸어 나가게 옆에서 함께 있어주는 참 멋진 선생이다.

<아이는 혼자 울러 갔다>는 2012년에 냈던 <달려라, 탁샘>에서 아이들 글은 빼고 탁동철의 글만 따로 실은 것이다. 책이 나오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첫 표지와 뒷 표지 그림을 그린 화가는 탁동철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림은 탁동철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마치 탁동철과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람이 그린 것 같다. 그만큼 글에서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다.

학교에서 지낸 이야기를 일기로 쓴 것을 보통 ‘교단 일기’라고 하는데 탁동철의 글은 다르게 부르고 싶다. 삶 그 자체가 아닐까? 교사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정말 좋겠고, 교사가 아니어도 사람 탁동철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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