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우건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더민주당 충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8일 오후 늦게 도당에서 회의를 열고 우건도 예비후보를 6·13지방선거 충주시장 후보로 발표했다.
우 후보는 도당의 발표 후 “뜻하지 않은 어려움으로 공천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쳐 시민과 당원, 그리고 지지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 믿고 묵묵히 성원해주고 격려해준 덕분에 집권여당의 충주시장 후보가 될 수 있었다”며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책무가 무겁게 다가오지만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우 후보는 19일 선거사무소에서 개소식을 갖고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충주 출신인 그는 충주고를 졸업한 뒤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충북도 자치행정과장과 음성부군수, 충주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선 5기 충주시장으로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년여 만에 중도하차했다. 5년 뒤인 2016년 피선거권을 회복한 우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미투 의혹’에 휩싸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충북도청 공무원 A씨는 우 후보가 도청에 재직하던 2005년 7월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 글을 더민주 충북도당 홈페이지에 세 차례 올렸다.
이후 중앙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가 진상 조사에 나섰고, 충주시장 후보 공천작업도 무기한 보류됐다. 미투 파문이 불거지고 약 3개월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더민주당은 결국 우건도 후보를 공천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미투 의혹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우 후보 외에도 권혁중 전 문체부 과장과 한창희 전 시장 등이 막판까지 공천장을 놓고 겨뤘지만 우 후보가 본선 경쟁력 등을 더 갖췄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망된다.
가해사실 인정서 있나 없나
우 후보의 13년 전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도청 공무원은 불기소 처분될 전망이다.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A씨를 상대로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을 수사했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우 후보와 A씨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자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했고, 최근 수사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달아 수사지휘를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13년 전 발생했고 입증할 수 있는 물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A씨에게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묻기 어렵다”며 “검찰의 보강 수사 지휘로 몇 가지 내용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조만간 불기소 의견으로 재지휘를 올려 수사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 했다.
우 후보는 지난달 A씨에 대한 고소와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하지만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고소 취하와는 별개로 수사를 진행했다. 따라서 미투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공천 확정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한 언론사는 ‘우 후보가 A씨와 만나 자신의 가해사실을 시인했다’는 보도를 냈다. 우 후보가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7시간 기다렸고 이 자리에 충북도 노조위원장도 동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 후보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인정서를 작성했다고 썼다. 아울러 우 후보는 2차적인 명예훼손 행위를 하지 않고 A씨는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썼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 후보 측은 화해 한 것은 맞지만 가해사실 인정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우 후보 측 관계자는 “A씨를 만나 오해를 풀었고 둘이 화해한 것을 그렇게 추측성으로 보도한 것 같다. 또 경찰에서 언급한 ‘A씨에 대한 혐의점을 묻기 어렵다’는 점을 가해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한 것 같다”며 “보도 내용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의 불기소 의견만 봐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 경쟁을 벌였던 한창희 전 시장 등은 언론 보도를 인용해 SNS로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더민주 충북도당은 논란 속에 22일 후보자들을 최종 확정 발표했고 우 후보에 대한 공천 번복은 없었다.
이에 따라 충주시장 선거는 자유한국당 조길형 예비후보와 우 예비후보간 대결구도로 치러진다. 무소속 최영일 예비후보는 22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 후보가 19일 개소식을 열고 세 결집에 나선 날 한국당 조 후보도 세 확장을 위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조 후보는 “충주는 기회와 위기의 기로에 서있다. 조길형을 믿고 힘을 보태달라. 시민을 위한 충주를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1억 6300만 원 조성을 목표로 펀드를 개설했는데 일주일 만에 가입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전·현직 시장 대결구도에서 앞으로 두 후보가 어떤 선거 전략을 펼칠지, 시민들은 누구를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