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례 할머니 “나, 시집 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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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례 할머니 “나, 시집 또 냈다”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6.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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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진 우리들 삶에 소소한 교훈 주는 시”

“고운 꽃잎도 봄비 맞으면/ 낙화로 흩날리고/ 노랑 빨강 단풍도 서리 맞으면/ 낙엽으로 밟히는 것을/ 왜 진작 몰랐을까/ 난 바보처럼 살았네.”

조순례(80) 할머니가 지은 시 중 일부분이다. 음성군 대소면 삼호리 쇠머리마을 황새집 맏며느리인 조 씨는 7년 전 ‘늦게 피는 꽃도 향기 짙어’를 발간한 후 7년 만에 시집을 펴냈다.

‘봄은 겨울을 지운다’라는 제목의 이 시집은 궁핍과 질곡의 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가슴 깊이 품었던 한과 신명을 풀어냈고, 고난을 잊고 새 희망을 갖는다는 의미와 백수를 향한다는 뜻으로 시 99편을 담았다.

모두 6부로 구성된 시집은 1부 곱게 물든 저녁노을, 2부 가마 타고 와서, 3부 시작은 뿌리에 있다, 4부 철 따라 꽃을 먹으며, 5부 살다 보니, 6부 가족 축시와 발문을 게재했다.

그가 시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음성군노인복지관 시 치유반에서 시를 배우며 지난 세월의 아픔을 삭였다. 충북노인문화예술제에서 5회 입상하는 등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의 활동은 2012년 한 방송에 방영돼 널리 알려졌고, 지난해에는 종합문예지 참여문학에 등단 시인으로 인준됐다.

시를 지도한 증재록 시인은 “깊어진 주름만큼 오랜 세월을 보낸 어르신의 시에는 초조함이 없고 궁핍한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온 경험이 그대로 표현됐다”면서 “바빠진 우리들 삶에 소소한 교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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