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자만 아는 후원주점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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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자만 아는 후원주점 매력
  • 충청리뷰
  • 승인 2018.06.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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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까페 ‘이따’에서 3일 동안 매일 5가지 이상 메뉴 선보여

지난주에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은 2년 만에 후원주점을 마을까페 ‘이따’에서 열었다. 원래 후원주점은 넓은 호프집을 임대해서 1일 주점으로 진행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장소를 구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임대한 공간보다는 우리가 활동하고 생활하는 공간에서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다. 여하튼 장소가 좁다보니 1일주점은 불가능해서 3일주점으로 운영했다. 그 덕분에 해보고 싶은 요리도 마음껏 해 보았다.

요즘 시민사회단체들은 후원주점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거의 매년 하던 정기행사에 가까웠으나 이젠 대개의 단체들이 소정의 후원금을 모으고 또 후원회원들을 위한 공연 정도가 포함된 모금행사를 진행하는 편이다.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은 2년 만에 후원주점을 마을까페 ‘이따’에서 열었다.

공룡들도 이런 후원금 모금행사를 고려해보았으나 아직까지는 우리가 손수 준비한 음식과 술을 나누면서 단체가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는 방식인 주점을 좀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재정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동안 공룡을 도와주시던 많은 분들 혹은 다양한 활동 속에서 만났던 분들을 모시고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행사가 보다 더 마음 편한지도 모르겠다. 돈보다는 함께 만나서 음식을 나누는 재미에 행사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여하튼 3일이라는 기간과 매일 5가지 이상의 메뉴를 준비하는 일은 힘들지만 나에겐 크나큰 기쁨이기도 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음식들을 요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다양한 메뉴를 구성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음식을 대접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맨보샤, 사천식 어향가지, 궁보우지딩 같은 중국 음식들이다.

나도 서울에 갔을 때 먹어보았거나 아니면 말로만 듣던 음식들인데 레시피를 찾아서 실현해 보았다. 물론 먹어보지 못해서 과연 이게 그 맛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가급적 그 맛을 살리려고 해 본 것들이다.

새우에 돼지고기 육즙 어우러진 튀김
맨보샤는 일종의 식빵튀김이다. 식빵 사이에 새우살로 만든 속을 넣어서 기름에 튀겨내어 먹는 음식이다. 요즘 서울의 이름난 중국요리 전문점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맨보샤 속에 들어가는 고기속은 원래 새우살을 다진 후에 버터와 소금 후추로 간하고 전분가루로 찰기를 잡아주는 것인데 생각보다 새우살이 비싸서 나는 새우살 다진 것에 곱게 간 돼지고기를 넣어서 만든다.

그러면 양도 늘어나지만 새우맛에 고소한 돼지고기의 육즙이 어우러져 맛있는 튀김이 된다.

흔히 촉촉한 식빵을 튀기면 무척 기름질 것 같지만 높은 온도의 기름에 튀겨내면 바삭하고 고소한 요리가 된다. 물론 식빵사이의 고기속은 각자의 취향에 맞춰 바꾸어도 된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각자의 취향에 따라 바꾸어 볼 수 있는 것이 맨보샤의 가장 좋은 점일지도 모른다는

궁보우지딩
맨보샤

 생각을 했다.

사천식 어향가지는 원래 공룡에서 덮밥으로 요리해 먹던 것이다. 어향가지 덮밥을 할 때는 가지를 썬 후에 튀김옷을 입해서 튀겨 낸다. 그리고 갖은 야채를 다져서 기름에 볶다가 간장, 굴소스, 해선장 등을 넣어서 소스를 만든 후에 튀겨낸 가지를 넣어서 한 번 더 볶아주면 밥에 얹어내는 덮밥소스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 주점에서 쓴 방식은 좀 더 고급스러운 요리방식으로 흔히 사천식 어향가지로 불리는 것이다. 소스는 위와 같지만, 가지의 껍질을 벗겨낸 후 격자무늬로 칼집을 내어 기름에 튀겨낸다.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진 겉면이 보들보들한 가지 속살과 어우러지면 그 맛과 식감이 거의 생선과 같아지는 묘한 요리다. 원래 어향가지라는 요리가 생선을 요리하기 위한 소스에 생선대신 가지를 넣어서 요리한 것에서 유래하는데, 껍질을 벗겨낸 가지튀김에 해선장 소스 맛이 살짝 가미되면서 실제 생선과 같은 맛을 내는 것 같다.

사천식 맛 내려면 고추기름 첨가
궁보우지딩은 일종의 닭고기 고추 볶음이다. 편으로 썬 마늘을 기름에 넣어 마늘 기름을 낸 후에 닭고기 살을 깍두기처럼 썰어 볶다가 청양고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넣어 볶는다. 그리고 땅콩을 한 주먹 넣은 후에 간장, 굴소스, 설탕, 참기름 정도로 간을 해서 볶아주면 된다.
좀 더 사천식 맛을 내려면 중국식 고추기름을 넣으면 된다. 나는 매운 것을 거의 못 먹기 때문에 청양고추 반에 오이고추 반을 넣어서 요리한다. 닭고기와 고추와 땅콩을 같이 집어먹으면 끝내주는 술안주가 되는데, 이 때는 맥주가 가장 잘 어울린다.

어향가지

이 날 주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3일 동안 음식 맛보는 즐거움에 하루도 빠짐없이 놀러 오시는 분들도 있어서 행사를 준비한 우리들도 덩달아 즐거웠다. 단체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지만, 이것마저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내고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한 기회로 삼는 것이야말로 변치 말아야할 원칙들이 아닐까 싶다. 재정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마저도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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