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농가,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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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농가, 울고 싶어라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7.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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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과수 화상병 충주로 확산, 매몰처분 예정

제천에서 발생한 과수 화상병이 충주시 동량면으로 확산됐다. 지난달 초·중순 제천시 백운면 방학·도곡·화당리 사과 과수원 32곳에서 화상병 의심 증상이 확인됐고, 곧이어 같은 달 하순 충주시 동량면 사과 과수원 2곳에서도 화상병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이에 충주시농업기술센터는 농업진흥청에 검사를 의뢰했고, 최근 확진결과가 나왔다. 충북도는 과수 화상병 관리 매뉴얼에 따라 충주지역 발생 농가와 반경 100m 이내 농가의 과수 등 8개 과수원 3.8ha를 매몰 처분할 계획이다.

화상병은 세균병의 일종으로 사과나무나 배나무가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 검게 그을린 증상을 보이다 나무 전체가 말라 죽는 병이다. 치료할 약제가 없어 과수의 구제역으로 불린다. 4월 중순 이후 사과, 배, 비파, 모과 등의 작물에 발생하는데 벌과 파리 등 곤충과 비바람, 농작업 도구 등에 의해 전염된다. 피해 농가의 한 농부는 “올해 과수 농사는 모두 망쳤다. 지난해는 탄저병으로 큰 피해를 봤는데 올해는 수확도 하기 전 화상병으로 피해를 봤다”고 푸념했다.

충주지역의 과수 동해(凍害)와 냉해(冷害) 규모는 1000ha를 훌쩍 넘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시작된 동해와 냉해 규모는 이 달 현재 사과·복숭아·밤 농가 1914호 1433.2ha다. 시는 지난달 피해 규모를 조사했는데 규모가 점점 커져 재조사를 했고 같은 달 중순 1469호, 1051ha보다 농가 수와 피해면적이 늘었다.

이로 인해 사과의 경우 열매가 노랗게 변하는 조기 낙과현상이 나타났으며, 복숭아도 착과량이 감소하는 등 개화기 이후 피해양상이 확대되고 있다. 시와 농협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피해 과원 관리지도, 피해 보상산정 평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농협은 △영양제 등 할인공급 △금융자금 신규 지원 및 금리우대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 및 할부상환금 납입유예 △보험료 납입유예 및 보험금 조기 지원 △피해 규모에 따른 재해예산과 무이자자금 지원 △피해농산물 판매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 4월 이상저온으로 과수농가를 중심으로 농업인들의 피해가 심각하고 피해증상도 확대돼 걱정”이라며 “농협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피해농가 복구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냉해를 입은 것은 충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음성군도 냉해로 인해 열매를 맺지 못해 낙과현상이 속출하면서 과수농가들이 울상짓고 있다. 특히 사과·복숭아 과수원 농가의 낙과피해가 급격히 늘고 있으며, 피해규모는 앞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농민 “올해 냉해 유독 심해”
음성군에 따르면 이상저온으로 과수원 피해는 지난 4월 155ha에서 이달 현재 1000ha를 넘었다. 때문에 사과 종류의 하나인 홍로의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70%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곡면에서 15년째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수영(54) 씨는 “줄기에 열매가 10개 이상 달려야 하는데 2~3개 밖에 열리지 않았고, 열려도 수정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아 낙과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냉해가 올해 유독 심하다. 손해가 막심하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냉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초 사과꽃이 얼어붙었을 때에도 냉해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후 열매가 달리는 시기인 5월에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농민들은 울상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가을사과 ‘부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부사 낙과현상이 발생한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수 특성상 자칫하다간 2019년과 2020년에도 피해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해보험 대상여부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인한 과수농가 피해에 대해 냉해가 아닌 생리적인 현상으로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보험회사 측 입장 때문이다.

충주 사과피해농가의 한 농민은 “농작물 재해보험과 관련해 피해조사차 현장을 찾은 손해사정인이 ‘낙과피해는 냉해가 아닌 생리적인 현상으로 봄동상해특약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해 억울하고 분했다”며 “전형적인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로 거의 모든 사과열매가 착과가 되자마자 떨어졌다. 그런데 아니라고 하면 비싼 보험료와 특약 하나에 50%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값비싼 봄동상해특약은 뭐하러 가입하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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