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을 꽂고 그는 오늘도 미술관으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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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을 꽂고 그는 오늘도 미술관으로 뛴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7.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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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향해 달리는 마라토너 문종연 씨의 미술관 예찬
문종연 씨가 권정생 작가 1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모습

도시문화디자이너인 문종연(48)씨의 전시관람 일정은 누구보다 험난하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이성자 전시회를 보러갔는데 그는 5번의 코스로 나눠 달리고 달려 미술관에 들어섰다.

그의 일정은 이랬다. 첫날 청주 철당간에서 뛰기 시작해 병천터미널에 도착한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둘째날은 버스를 타고 병천터미널까지 간 후 다시 달려 천안터미널에 도착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셋째날은 평택터미널, 넷째날은 오산터미널, 다섯째날은 수원터미널을 오갔다. 굳이 한 번에 버스타고 갈 수 있는 길을 이렇게 나눠 가는 이유는 뭘까.

그는 “정말 누가 시킨다고 할 수도 없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 힘들게 가는 것은 아티스트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명작을 어떠한 수고스러움도 없이 만난다는 게 미안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2008년 빈센트 반고흐 전시회를 시작으로 그는 직접 발로 뛰어 전시회를 관람하게 됐다. 전시회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미술관의 개관일을 기념하여 달리기도 한다. 청주시립미술관 개관 1주년 때에는 청주시내를 원형으로 돌면서 응원했다. 그가 달릴 때, 전에는 가방에 태극기를 매달았지만 종종 태극기 부대로 오인을 받아 지금은 미술관 이름이 적힌 깃발을 매단다.

이렇게 그가 직접 발로 뛰며 본 전시회는 35회, 개관 1주년을 축하해준 미술관은 16곳이다. 미술관 개관을 축하하러 제주도까지 달려가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때에는 9구간으로 나눠 달려갔다.

최근 5구간으로 나눠 달려 도착한 이성자 작품 전시회장 입구.

그는 달리고 난 뒤 작품을 보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고 말하며 미술과 체육을 결합한 문화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강릉아트센터도 미술관과 체육관이 같이 있다. 두 시설이 같이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 공간활용면에서도 그렇고, 운동을 하고 난 뒤 미술작품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많은 사람들과 이러한 문화를 공유하고 싶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설계사무소에서 잠시 일했다가, 17년간 교육사업에 매진했다. 올해 3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구상중이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을 사업화할 생각이다. 벌써 도메인 ‘madebyrun.com’을 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있는 달리기, 그는 문화의 씨앗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강조한다. 사실 그의 본명은 송봉규다. 문종연은 문화종자연구인을 줄여 만든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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