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와 민주당충북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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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리뷰
  • 승인 2018.07.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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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최저임금 발표 이후 사람들은 경제문제를 가장 걱정한다. 문외한의 귀동냥으로만 쳐도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태’가 예사롭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주변에서도 자영업자들의 폐업소식이 잇따르는가 하면 기업하는 사람들은 “불안하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경제분야와 관련해 국민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늘 불만이었고 어느 땐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도 슬그머니 지나치기 일쑤였다. 워낙 방대하고 세분화된 ‘경제’를 특정 잣대로만 재단하는 것은 무원칙하다. 단기간의 사회적 부침이나 현상만을 가지고 경제 전반을 논의하는 것 역시 명분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경제문제는 양면성이라서 지금도 당장의 때꺼리가 없어 거리를 방황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현재의 추세가 오히려 호재가 되어 맘껏 누리는 사람들도 있다. 마찬가지로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그 것이 마냥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일방적인 논리는 좀 식상하다. 좀 더 객관적이고 균형된 담론이 절실해지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권력은 언제든지 나락에 떨어진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도 지금의 아우성을 쉽게 받아들였다간 큰 코를 다치게 된다.

현 시점에서 정작 국민들을 더 열받게 하는 것이 있다. 이미 드러난 팩트만으로도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촛불 계엄령 문건 얘기다. 그런 문건이 만들어지고 존재하다가 폭로된 것도 경악할 일이지만 진실규명을 놓고 벌어지는 일련의 논란들은 더 심각한 충격과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마치 박근혜의 궁정농단을 상징하는 “이게 나라냐”가 되살아나는 느낌마저 든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처음 기무사 문건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저 해프닝 정도로 인식하려 했다. 문제의 문건에 대한 당초의 설명인 ‘단순 검토용’ 내지 국회의원 질문에 대한 ‘요식적인 답변자료’ 쯤으로 치부하려 했던 것이다.

한데 구체적 군사이동계획이 연이어 폭로되고 출동부대는 물론 병력과 화력 그리고 각각의 역할까지 실행계획으로 문서화됐음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은 촛불혁명’이 최고점에 달할 즈음 우리는 제 2의 광주사태에 휘말릴 뻔한 것이다. 급기야 전현직 국방장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고 충북출신 군사전문가 김종대의원은 “현 정권 내에 기무사 개혁을 두고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핵심 관련자들의 해명을 보면 이 엄청난 문건은 장난삼아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유사시에 대비해 그냥 한번 그림을 그려본 것이지 무슨 목적을 가지고 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압권이 한민구 전 국방장관의 발언이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자료를 만들다보니 그런 문건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국민을 아예 바보천치나 짱구로 여기지 않고선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이철희 의원이 물은 건 국회의 동의도 없이 발효돼 인신구속 남발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수령(衛戍令)의 폐지여부에 대한 주무장관의 의견이었지 계엄시의 군병력 이동 등 작전이 아니다. 한민구의 말대로 단순 법률검토 차원에서 이 문건이 만들어졌다면 “수방사령관을 위수사령관으로 임명하고 계엄수행군은 기계화 6개 사단과 기갑 2개 여단, 특전 6개 여단이 맡는다”는 식의 군사작전은 왜 기획됐느냐는 것이다. 지난 박근혜의 국정농단 과정에서 상황 상황마다 무사(武士)다운 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자리에 연연하는 바람에 도민들을 실망시킨 한민구가 또 구설에 오르는 것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문건 작성의 최초 지시자와 그 실무책임자는 반드시 찾아내 응당의 조치를 내려야할 것이다. 군대를 동원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세력들이 아직도 존재하는 한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정치인이건 군인이건 이에 동조한 사람들을 반드시 가려내 국민의 심판을 내려야할 것이다. 안 그러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취약함을 넘어 언제든지 다시 무너진다.

황당한 일은 우리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공천 헌금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민주당의 2000만원 돈다발 사건이다. 관련 내용이 이미 불거질대로 불거지고 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의혹의 인물들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수했다면 수사당국이 해야할 일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전화를 안 받는다며 사건을 질 질 끌다가 한 달이 다 되어서야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음성에선 멋모르고 군수후보의 10만원 대 상품권을 받았던 주민들이 30배의 과태료 처분으로 죽기 일보직전이지만 2000만원을 주고받은 집권당의 이들은 아직 끄떡도없다.

이 사건만큼 단순명쾌한 것도 없다. 더군다나 문제의 당사자가 전후과정을 언론에 정확하게 폭로한 사안이다. 돈을 준 사람은 지방선거 공천을 염두에 두고 중간책에게 이 돈을 건넸다. 이를 받은측은 문제의 인물이 공천을 못받게 된다는 분위가 팽배해지자 되돌려 줬다. 그러면서 공천헌금이 아니라 당에 대한 정치후원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되돌려진 돈다발의 봉투도 당초의 것이 아님이 밝혀졌다.

만약 이 돈이 순수하게 정치후원금이었다면 얘기가 이처럼 복잡해질 이유가 없다. 적법하게 받거나 정중하게 고사했으면 그만이다. 돈을 준 당사자가 가정을 내팽개친 채 숨어 돌아다니며 힘든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수사가 늦어진 만큼 이 사건은 얼마든지 변질될 수 있다. 당장 돈을 건넨 사람이 자신의 말을 번복해 후원금이었다고 강변하면 그렇게 종결될 수밖에 없다. 이미 돈을 돌려받은 상황이라 후원금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
이 사건 뿐만 아니라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충북도당의 움직임은 참으로 헷갈렸다.

이미 공천이 확정된 멀쩡한 후보가 갑자기 당내 우선순위를 박탈당했는가 하면 돌연 지역이 바뀌어 공천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민주당과 특정 인사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숱하게 나돌았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번 돈다발 사건의 진실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숨기지 않는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도 공공연히 말한다. 그러니 앞으로의 수사 진행과 그 결과가 예의주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은 “2년 후 총선 때 보자”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가 있다. 박근혜로부터의 학습효과 “이게 나라냐”가 다시 엄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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