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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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좋다
  • 충청리뷰
  • 승인 2018.07.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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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완결됐으면서 다른 요리 들러리도 곧잘 하네

지난주에는 내가 어찌하다보니 이사역할을 맡고 있는 ‘땡땡책협동조합’ 조합원 농활을 다녀왔다.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농사를 짓고 있고, 지금도 미처 손보지 못한 고구마밭과 사과밭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강원도 인제에서 농사지으며 대학강사들의 생존을 위해 연대하며 싸우고 있는 채효정 선생님 블루베리 밭에 조합원 10여명과 함께 다녀왔다.

올해 과실농사가 기상이변으로 많이 망가졌는데 블루베리도 냉해가 심해 곳곳에 죽은 나무들이 많았다. 수확량도 작년에 비해 상당히 적어서 농사를 돕기보다는 걱정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이젠 농활이라는 것이 예전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농사라는 것이 이러한 농활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좀 더 자주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뭐랄까 농사를 돕는다는 것 보다는 농활을 핑계로 농촌과 농촌에서의 삶이 우리 같은 도시인들에게 어떻게 생존의 문제로 엮이게 되는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식사대용, 술 안주, 밥 반찬
이제 농업이라는 것이 도시 없이 불가능하고, 농촌이라는 곳의 삶이 철저하게 도시에 속박된 삶이 되어버렸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농업의 생산이 철저하게 소비자들의 힘에 의해 결정되고, 도시 또한 소비의 궁극적인 힘들에 의해 재구성되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면, 적어도 공존공생의 삶이 어떻게 가능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농업/농촌의 삶이 도시의 구성요소가 되는지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도시민을 위한 생산기지가 아닌 도시 자체의 문제들이 확장되어져서 같은 현실 속에 살아가는 같은 시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도시가 안고 있는 정주의 문제나 노동의 문제, 이주의 문제와 소비의 문제들이 결국 농촌에서도 같은 파장으로 확산되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농업은 곧 도시문제이다.

여하튼 농사일을 도운 것보다는 우리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나누다 보니 저녁이 되었고 언제나 그렇듯 요리를 하게 되었다. 최근에 공룡들이 수확한 감자가 있어서 감자요리를 해볼까 하다가 결정한 것이 고로케다.

나는 고로케를 좋아한다. 내가 고로케를 좋아하는 건 단단하게 자기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도 그 변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그냥 감자요리처럼 보일지 몰라도 고로케는 식사대용으로도 술 안주로도 밥 반찬으로도 좋다. 그냥 스스로 완결된 요리이면서도 다른 요리에 곁들이는 역할도 훌륭하게 수용하는 요리다.

감자고로케

고로케를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소위 매쉬 포테이토를 만드는 일이다. 매쉬 포테이토는 그 자체로 그냥 먹어도 맛있고, 스테이크처럼 고기요리에 사이드메뉴로도 좋지만 그 자체로 고로케의 가장 중요한 요리과정이 된다. 매쉬 포테이토는 감자를 삶아서 으깨어 놓은 것을 말한다. 보통 감자를 삶은 후에 뜨거운 상태에서 버터 한조각과 소금 후추를 넣어서 반죽처럼 으깨어 놓은 것이다. 가끔 풍미를 위해서 좋은 올리브유를 살짝 첨가하기도 한다. 이것을 둥글게 계란 모양으로 만들어서 계란물을 입힌 후에 빵가루를 묻혀서 튀겨주면 감자 고로케가 된다.

변용해도 감자 맛 잃지 않아
하지만 보통은 너무 감자 맛만 강해서 좀 심심하기 때문에 양파나 당근 다진 것을 프라이팬에 볶아 익힌 후에 매쉬포테이토에 섞어주는 것이 일반적인 감자 고로케의 방식이다. 간혹 집에서는 옥수수콘을 넣기도 하고 식감을 위해서 양송이버섯을 다져서 볶은 후에 넣어주어도 좋다. 결국 맛은 감자 맛인데 다양한 식감과 다른 풍부한 맛들을 각자의 취향대로 첨가하여 만들 수 있다.

최근엔 이런 보편적인 요리법 말고 다른 식으로 변용하여 만드는 고로케가 많기도 하다. 일종의 만두나 송편방식이랄까? 매쉬 포테이토를 만두피나 송편반죽이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 다양한 것들을 넣어서 튀겨주면 된다. 일종의 고로케 속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야채를 볶아서 만들면 야채고로케, 돼지고기 다짐육을 볶아서 넣으면 고기 고로케, 베이컨을 양파와 볶아서 넣어주면 베이컨 고로케가 되는 식이다. 최근에는 볶은 김치를 넣은 김치고로케도 별미처럼 유행한다.

매쉬포테이토

결국 어떻게 만들어도, 어떤 재료들을 넣어도 고로케는 고로케다. 그것은 고로케를 만드는 가장 핵심인 감자가 모든 요리에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주기도 하지만 어떻게 변용을 해도 자신이 가진 그 풍부한 맛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로서의 지역도 마찬가지 아닐까 ? 그것이 도시라고 해서, 혹은 농촌이라고 해서 별개의 문제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 어디이든 간에 결국 우리가 맞닿아 있는 자본과 노동과 삶의 문제는 같은 양상으로 우리 삶의 기저에 깔려 있는 지도 모른다. 감자처럼. 다만 그것을 어떻게 부여안고 요리를 할 것인가가 남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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