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어려움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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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어려움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8.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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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노 충주·음성담당 부장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 인상된 8350원으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동결을 바라던 소상공인들은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경영계는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이해당사자 간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상공인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흔들린다. 이럴 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일부 매체가 쏟아내는 보도는 합리적 비판을 넘어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내년 최저임금도 두 자릿수 인상, 소상공인 비명 외면한 결정’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 때문에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노동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는 역설이 확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일경제도 ‘최저임금 8350원, 소상공인·중소기업 존폐 기로 몰렸다’는 사설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강하게 비난했다. KBS는 ‘최저임금 직격탄 맞는 편의점’이라는 보도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결정 소식에 편의점 점주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편의점의 수익구조를 면밀히 살펴본다며 매출장부를 언급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편의점의 경우 한 달 매출이 8000만 원인데 본사에 내는 제품 구입비용을 제외하면 2300만 원이 남는다고 했다. 여기에서 또 60% 가량을 본사에 임대료와 가맹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건 980만 원 정도이고, 카드수수료 110만 원과 아르바이트 5명(3교대)에게 주는 450만 원의 인건비를 빼면 점주에게 240만 원의 돈이 남는다고 했다. 때문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내년 수익이 50만 원 더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첨부했다. 결국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게 편의점 점주들의 주장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고 정부 대책이 미흡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인 측면만 앞 다퉈 부각시키고 있을 뿐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본질적 원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9년 동안 출자총액 제한 폐지 등 각종 규제 완화로 대기업 우선 정책을 폈다. 그 사이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 등 갖은 갑질 횡포에 신음했다.

영세자영업자의 고통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비용전가, 높은 카드수수료, 골목상권을 넘보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같은 사실을 도외시한 채 마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만 양산할 뿐이다.

갑과 을이 싸워야 되는데 현재의 구조는 을과 을이 싸우는 구조가 됐다. 여야는 소상공인을 위해 카드수수료 제도 보완과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민생 입법 처리에 최우선해야 하고, 언론도 한쪽 면만 보지 말고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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