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도 부담없이 아이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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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도 부담없이 아이 키운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10.31 10: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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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방황하는 아이들을 안전 위해 솔꿈창작소 탄생
바쁜 엄마들과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늘 열린 공간

‘솔꿈’은 오송에 자리 잡은 청주행복교육공동체다. 전우성 대표는 “솔꿈은 오송에 처음 생긴 행복교육공동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오송 엄마들을 중심으로 마을동아리활동, 동네 작은 도서관들의 돌봄 활동이 진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솔꿈이 생기면서 오송에서 진행되던 활동을 연결하는 고리가 생겼다. 현재 인근 학교들의 학부모회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는 “더 많은 오송의 교육공동체들이 참여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 서로 운영하며 잘됐던 점, 그리고 어려웠던 점을 공유하고 문제는 함께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싶다”고 말했다.

솔꿈창작소에서 돌봄교실 엄마들. 엄마들은 주말 쿠키수업을 앞두고 준비를 위해 아침부터 모였다.

전 대표는 솔꿈에서 홍일점이다. 방송사에서 한 평생 근무하고 교수생활을 거쳐 은퇴 후 오송으로 이사왔다. 그는 “오송은 교통이 편리하고 살기 좋은 동네다. 은퇴 후 봉사활동을 하며 생활하려 했다. 늦둥이를 키우다보니 오송이 갖는 자원에 비해 교육인프라가 너무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위해 조금씩 활동을 했고 오송 엄마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 전 대표와 엄마들은 지난해 마을동아리지원사업을 하면서 만났다. 이후 마을선생님 지원사업도 함께 했다. 솔꿈의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이정아 사무국장은 “사회경험 많은 전 대표 덕에 엄마들이 마을동아리를 운영하며 여러 조언을 받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 대표를 중심으로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동네 아이들이 한 겨울 잠시 갈 곳이 없어 동네 무인 빨래방 안에서 놀다가 어른들에게 발견된 일이 발생했다. 오송에는 2만여 명의 인구. 초등학교가 3곳이다. 하지만 갈 곳이 없다보니 시간이 빌 때 아이들이 놀이터 등에서 모여 떠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전 대표는 “다행히 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마을에 아이들이 갈 곳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엄마들이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솔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안전한 마을만들기 위해 뭉쳐

솔꿈은 청주 행복교육지구 마을속특색프로그램사업과 돌봄사업을 진행한다. 이 국장은 “사업의 목적은 ‘마을은 아이를 품고 아이는 마을을 키운다’는 것이다”며 “이를 토대로 우리가 꿈꾸는 마을은 아이와 함께 하는 안전한 마을이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아이들이 갈 곳 없이 방황하다 세탁방에 들어가 노는 일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 뜻에 주변 공동체들도 동참했다. 오송휴먼시아아파트 관리소는 거주민들이 뜻을 모아 관리소 지하에 비어 있는 유휴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책상을 기부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에어컨 등의 집기를 채웠다.

모두의 힘으로 지난해 12월 공간이 탄생했다. ‘솔꿈창작소’라고 이름 지었다. 아이들의 꿈이 자라난다는 뜻. 이 국장은 “솔꿈창작소를 만들고 안에 프로그램을 채우기 위해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참여했다. 정관을 만들고 사전작업을 거친 뒤 3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솔꿈에서는 15개 마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마을특색프로그램 5개, 동아리활동 7개, 돌봄교실 2곳. 돌봄 프로그램을 위해 9명의 엄마들이 봉사하고 5명의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엄마들이 프로그램에 동참한다. 시작은 5명의 엄마들이었지만 지금은 각 학부모회와 인근 작은 도서관들이 도움을 준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아이들의 호응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꿈길동’을 꼽았다. ‘꿈길동’은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활빈당 홍길동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이 그때그때 바뀌다보니 고정된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그저 수요에 맞춰 움직일 뿐이다. 아이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엄마들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프로그램진행에 도움을 주고 있는 김수현 씨는 “아이들이 무얼 하고 싶은지 늘 파악해야 하고 대부분 요구가 정형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마들도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꿈길동 기획단에서 농구 교실을 열었다. 엄마들은 학교와 도서관, 기업체에 부탁해 장소와 물품을 빌려 행사를 준비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의지처

솔꿈은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중에서도 ‘퐁당퐁당 돌봄’ 프로그램이 인기다. 오송에는 6개의 지역아동센터들이 있다. 이곳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이 필요하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엄마들도 있다. 이 국장은 “엄마들이 일주일에 한 두 번, 부담 없이 아이를 돌 볼 수 있는 곳이 동네에 필요했다. 그러기에 지역아동센터는 조건과 인원을 채워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루씩은 잘 안받아주는 곳도 많다. 그래서 유동적인 엄마들의 욕구를 위해 퐁당퐁당 돌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퐁당퐁당 돌봄’은 말 그대로 하루건너 하루 아이를 맡겨도 상관없다는 취지. 그래서 등록된 아동 수는 15명이지만 하루에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찾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매번 다르다. 이 국장은 “처음에 아이들을 받으며 한부모가정 인지 등 기본적인 요건을 물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혹 아이에게 상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후로는 요건을 묻지 않고 오는 아이들을 다 수용한다”고 말했다.

솔꿈창작소에서 매일 한시부터 진행하는 퐁당퐁당 돌봄에 많은 아이들이 찾는다. 봉사하는 엄마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돌봄 수업을 진행하는 봉영화 씨는 “엄마들이 하루에 조금씩만 고생하면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진다. 동네 엄마들은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고 또 내가 일이 있어도 마음 놓고 볼일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는 한 가정이 인근 단지로 이사를 가서 아이 맡길 곳이 필요했다. 이 국장은 소식을 듣고 급하게 ‘쿠키 만들기 수업’을 계획했다. 그는 “엄마들은 몇 시간만 아이를 맡아줄 곳이 있으면 된다. 이것만 해결하면 몇날 몇일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며 “아이를 맡아줄 곳이 확실히 있고 여기에 엄마들이 참여하면서 마을 공동체도 더 살아난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며 솔꿈은 오송 엄마들의 의지할 곳이 되고 있다. 그 뒤에는 엄마들의 희생정신이 있다. 엄마들도 일하랴 가정 돌보랴 일상에 지쳐 피곤하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함께 아이를 키운다. 그 덕에 오송에서는 사람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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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주 2018-11-12 16:17:10
솔꿈창작소의 따뜻한 엄마품 공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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