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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사태, 정부부터 각성해야
윤호노 충주·음성담당 부장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교육사업을 하면 돈을 번다’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최근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아이들을 그저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이윤 추구 활동에 따른 사립유치원의 횡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유아 사회복지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1980년 권력을 손에 넣은 신군부는 교육 분야에 가장 먼저 손을 댔다. 당시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인 과열 과외 등 대다수 가정이 고민하는 교육문제로 민심을 다독이려 한 것.


‘7·30 교육개혁조치’에 따라 과외 전면 금지, 대학 본고사 폐지 등의 조치가 시행됐고, 이듬해 전두환 대통령 취임 후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이 수립됐다. 보육문제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만 5세 아동의 유치원 취학률은 1% 정도 밖에 안 됐고, 정부는 취학률을 38%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없던 정부는 사립유치원 확대에 전력을 쏟았다.


전국의 사설 학원, 무인가 유치원에 정식 유치원 인가증을 내줬다. 자격은 상관없었고, 돈 있고 경영만 원하면 됐다. 개인이 유치원 사업에 뛰어들었고, 돈 있는 사람들은 부인이나 자녀를 시켜 유치원 하나씩을 설립했다.


1980년 861개였던 유치원은 1987년 3233개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후 학부모가 선호하는 국공립 유치원도 계속 늘었지만 원아 수는 사립에 크게 못 미쳤다. 사립이 터를 잡은 곳에 국공립을 늘리기 어려웠다.


그리고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2018년 4월 현재 전체 유치원 수는 9021개다. 이 중 국립, 단설, 병설을 포함한 국공립 유치원이 4801개, 사립유치원은 4220개다 전체 유치원의 47% 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유치원 수에 비해 학급 수와 원아 수는 사립유치원이 더 많다. 약 75% 가량인 52만 명을 돌보고 있다.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아이들은 공교육 대상이지만 실제 교육은 사립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으며 좋은 시절을 보냈던 사립유치원들은 2012년 무상보육이 시작되면서 전기를 맞았다. 누리과정으로 사립유치원에 지원된 국가예산은 2016년 총 2조 330억여 원에 달한다.


사립유치원 한 곳당 4억 7000만 원이 넘게 들어갔다. 국민 혈세가 대거 투입되니 당연히 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개인사업’, ‘사유재산’ 운운하며 극렬히 저항했다. 더 나아가 저출산에 따라 원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에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40년 전 정부가 실시했던 유아 보육정책으로 덩치가 커진 사립유치원들이 국회의원 주최 토론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교육청 감사를 방해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 책임을 져야 하고 각성해야 한다. 관리 감독 의무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육부는 사립유치원들이 반대하자 국공립에서 쓰는 회계시스템 도입을 미뤄왔다.


또 감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비리를 방치했다. 심지어 비리를 감사했으면서도 쉬쉬하며 제도개선을 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뒤늦게 유치원 비리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공염불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

윤호노 기자  hono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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