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과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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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과 트럼프
  • 충청리뷰
  • 승인 2018.11.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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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두 사람을 비교하는 건 억지일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둘의 최근 행보는 오십보 백보다. 아니 구본영이 트럼프에 비해 한 수 앞선다고 해야 맞을 것같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질문을 쏟아내던 백악관 출입기자에게 퍼부은 트럼프의 말폭탄은 현란하기까지 하다. “당신같은 사람을 채용하고 있는 CNN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해, 당신은 CNN에서 일하면 안 돼”. 껄끄러운 기사를 쓰는 언론에는 가차없이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딱지를 붙여온 트럼프였지만 이번 CNN 기자에 대한 발언은 가히 압권이다. 언론을 향한 그의 혐오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후 진행된 과정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그대로다. 다만 트럼프가 해당 기자를 출입금지 시켰다가 연방법원으로부터 원위치!를 명령받기 것까지의 진행상황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는 기자의 면전에서 ‘You're a rude, terrible person’이라는 표현을 썼다.

앞에 밝혔듯이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해’ 정도로 해석되겠지만 평소 그의 화법에 근거해 요즘 우리나라 식으로 바꾼다면 ‘너는 참 싸가지없는 기레기’ 쯤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21세기 들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언론을 향해 이 정도로 저주를 퍼부은 것은 처음인 것같다. 그래서 그 이후의 일이 궁금했는데 미국사회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민단체와 오피니언리더들의 비판이 들끓었고 마침내 법원이 트럼프의 반 언론관에 대해 일침을 가하며 해당 기자의 복귀를 명령했다.

이 와중에서 단연 눈에 띈 건 보수매체를 대표하며 그동안 트럼프의 가장 든든한 우군을 자처하던 폭스뉴스의 변절(?)이다. 상식대로라면 트럼프의 CNN기자 출입금지조치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어야 할 폭스가 오히려 트럼프를 작심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더군다나 CNN과 폭스뉴스는 미국의 진보와 보수를 대리하면서 라이벌을 넘어 앙숙관계로 지내오던 터였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언론의 제1 역할은 권력감시와 견제다. 이는 단지 직업으로서의 책무가 아니라 각 각의 국민들로부터 부여받는 소명과도 같은 것이다.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제퍼슨 발 언론담론의 귀착점 또한 이 것이다. 아무리 선한 권력도 이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선 필히 독선으로 흐른다는 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이 것의 견제장치가 곧 언론임을 선정적인 보도를 남발하는 폭스뉴스조차 잊지 않은 것이다. 이번 트럼프와 CNN 공방은 미국민주주의의 힘을 세계인에게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우리 언론인들은 어쩔 수 없이 최근 도내 일간지 충청타임즈와 구본영 천안시장 간에 벌어지고 있는 반 사회적 ‘야만’을 떠올리게 된다.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한 기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도 국제적인 후폭풍에 시달리는 망신을 당했지만 구본영은 이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더 악의적인 보복을 지속하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구본영은 자신의 독직비리 혐의를 보도한 충청타임즈에 대해 신문구독중단과 취재협조거부, 보도자료제공 중지, 홍보광고 중단 등의 조치를 1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언론의 생리를 감안한다면 이는 탄압이 아니라 아예 말살의 의도나 다름없다. 구본영은 이미 채용비리혐의가 인정돼 지난 4월 구속됐다가 보석된 바 있고 지금도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충청타임즈에 대한 보복을 철저하게 자사이기주의로 희석시키며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여타 언론사와 언론단체들의 비열한 행태다. 지역의 언론관련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이런 문제에 대해 가장 분개해야 할 한국기자협회조차 대전충남기자협회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단 한줄의 성명도 내지 않고 있다.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연합 단 한 곳만이 비판성명 발표와 함께 구본영을 직권남용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충청타임즈 본사는 충북에 있다. 구본영 천안시장의 비리를 파헤친 당사자는 충청타임즈 충남 천안주재 이재경 기자다. 이처럼 주재기자가 본사와 광역자치단체를 달리하는 타지에서 근무할 경우 통상 지역언론계에선 적지(敵地) 근무라 한다. 혈연과 지연관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서에서 적지근무는 모든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있다. 대전충남의 기자협회와 언론단체들이 이 문제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언론계의 이같은 관습과 관행에 원인이 크다.

그렇더라도 환경감시를 최고 덕목으로 해야하는 언론이 지방권력자의 비리를 보도한 기자가 초유의 탄압을 받는 상황에서조차 침묵한다는 건, 결정적인 순간에는 앙숙관계인 상대편을 역성들면서까지 언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폭스뉴스와 비교돼 낯부끄럽기 그지 없다. 기자가 무슨 비위나 비리에 연루된 것도 아니고 오로지 공직의 일탈을 견제한 것 뿐인데 이처럼 말도 안되는 보복을 당하는데도 다른 곳도 아닌 언론사와 언론단체가 방관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1인언론과 가짜뉴스들이 넘쳐나면서 그 어느때보다도 언론종사자들에 대한 ‘기레기’ 폄훼가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서 구본영의 사례처럼 공적 영역의 구체적인 독직비리 혐의를 대하고도 이처럼 권력에 순치되어서야 언론과 언론인으로서 무슨 긍지를 가질까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구본영과 트럼프는 언론에 대해 유사한 DNA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를 대하는 언론의 자세는 천안이라는 기초자치단체와 미국이라는 거대국가의 간극만큼이나 너무도 컸다.

어차피 구본영의 언론탄압은 조만간 끝나게 된다. 그가 집권여당의 신분으로 호화변호인단을 꾸려 자신을 방어하는 만큼 지역사회의 양심 또한 그만큼 성장할 것이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철통같이 약속한 ‘적폐청산’은 머리좋고 수단좋은(?) 지방권력자의 전횡이라고 해서 절대로 예외로 두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많은 사람들은 어벤저스급 초호화 변호인단으로 무장했다는 구본영의 재판을 놓고 ‘유전무죄’와 최근 온 나라를 옥죄고 있는 ‘사법농단’을 동시에 떠올리면서 눈을 부라리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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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언론인 2019-01-21 11:03:23
일방적 소설을 쓰셨네요. 천안 언론환경을 제대로 취재는 하고쓰셨나요. 기사의 본질은 진실이고 균형입니다. 불손한 의도의 기사는 쓰레기일뿐이죠. 동료기자라해서 모른척 할뿐입니다. 그 진실은 이재경기자 본인만 알고있죠. 적지기자라고 했는데, 충북언론인이 그런말쓰면 안되죠. 언론에 있어 천안은 열린도시입니다. 전국최고의 폐쇄적 도시 청주에 비하면 말이죠. 이 기자는 그런 열린환경에서 30년가까이 특혜를 누려온 사람중 한사람입니다. 정의의사도인양 포장하지 마십시요. 언론의 기본인 균형조차 없는 1원짜리기사 잘읽고갑니다.공부좀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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