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김병우, 무상급식 넘고 명문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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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김병우, 무상급식 넘고 명문고까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12.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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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하던 두 수장, 극적 타결 배경은 우수인재 육성
“명문고 설립 위해 무상급식 볼모로” 비난여론 여전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지난 10일 무상급식과 인재양성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합의문에 서명했다. 왼쪽부터 장선배 도의장, 김병우 교육감, 이시종 지사, 한범덕 청주시장, 이숙애 도의회 교육위원장. 사진/육성준 기자

무상급식비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이시종 도지사와 김병우 도교육감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아울러 그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인재육성에 대해서도 공동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자 두 기관의 수장이 밀고 당기기를 한 이유가 명문고 때문이었느냐는 비아냥 섞인 말들이 오가고 있다. 실제 무상급식 합의서에 명문고 육성 단어가 들어가 이런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게 생겼다.

지난 10일 장선배 도의장과 함께 서명한 합의서에는 ‘충북도는 식품비의 75.7% 부담, 도교육청은 무상급식비 중 운영비·인건비·시설비 전액과 식품비의 24.3%를 부담한다.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지역의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도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형 학교모델을 창출한다’고 적혀 있다.

충북도의 식품비 75.7% 부담은 지난 2016년 약속한 부담비율과 같다. 2016년에도 양 기관은 1년 넘게 급식비 분담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각각 주장하는 바가 달라 도의장이 특사로 나가 양쪽을 설득했고, 양 기관이 추천하는 사람들끼리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합의했다. 그러자 도민들은 올해도 이런 일이 재판되는 게 아니냐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명문고가 자사고는 아니다
 

얼마전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은 명문고 육성에 이어 무상급식 지원 금액에 대해 입장차를 보이며 한동안 냉기류를 형성했다. 이 지사가 지난 9월 인재육성을 위해 충북에 명문고가 필요하다고 하자 김 교육감은 평준화교육을 들고 나왔다. 급기야 김 교육감은 지난 6일 이 지사를 향해 ‘대포’를 쏘았다. 김 교육감은 이날 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우리는 벽을 보고 얘기하는 기분이다. 전국에서 가장 인색한 교육투자를 하겠다는 마인드와 만났다. 여기에 만족해 충북도에서 주는 것만 감사히 받으면 전국 시·도교육청 중 가장 나쁜 안을 감사히 받는 꼴”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이시종 지사와 충북도가 민선 7기 역점 사업의 하나로 밀어붙이는 명문고 설립과 관련해서도 “명문고라는 것은 그 자체가 옛날 말이다. 지금은 법률적 용어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며 “정말 만들려면 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투자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 지자체가 투자계획서 만들면 우리가 신청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은 이 지사를 겨냥해 이런 말을 쏟아내고 도의회 예결위는 양 기관이 각각 제출한 무상급식 예산안을 합의해 오라며 심사를 거부하는 등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김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협상할 마음이 없는 것 아니냐. 갈 데까지 갔다’는 말도 나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무엇이 두 수장을 움직였을까. 충북도의 한 간부는 “7일 금요일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양 기관이 대화를 했다. 선이 닿는 사람들은 모두 나섰다. 양측 모두 무상급식 문제를 더 이상 끌어서는 안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 양 기관의 간부, 충북도의회, 시민사회단체 간부 등이 물밑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그는 이어 “무상급식만 가지고 얘기하면 숫자싸움이 돼 교육, 인재양성이라는 큰 주제로 접근했다. 충북도가 말하는 명문고가 처음에는 자사고를 의미했고, 김 교육감도 자신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사고가 아닌 좋은 학교, 교육감의 철학과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명문고 설립을 하자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명문고가 자사고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충북도가 한 발 물러난 것. 이재영 충북도 기획관도 “우리가 무상급식비를 지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수인재 육성이다. 이를 주제로 대화를 했고 통했다. 명문고는 우수인재 육성의 한 방법일 뿐”이라고 밝혔다.

 

설득과정은 빠지고 밀어붙이기만
 

그러나 두 수장은 합의했을지언정 도민들을 설득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많은 도민들이 명문고를 설립하기 위해 무상급식을 볼모로 잡은 것이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무상급식 합의는 환영한다. 그러나 무상급식을 볼모로 충북도가 목표한 것이 결국은 명문고 설립이었다는 점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명문고를 세우더라도 필요성에 대해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도민들은 지적했다. 충북도와 충북연구원은 지난 11월 6일 ‘충북 미래 우수인재 육성방안’ 토론회를 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않아 그들만의 토론회로 끝났다. 이후 이런 자리는 없었다.

앞으로 과제도 많다.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에서 그칠게 아니라 향후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와 급식지원센터 설립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명문고는 단순히 명문대학을 많이 보내는 학교가 아니라 우선 미래지향적이며 시대에 맞는 창의성교육을 하는 학교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토대위에서 충북에는 어떤 형태의 명문고를 세울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하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상급식 합의서에 밝힌 ‘자율학교 지정,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형 학교모델 창출’ 문구만 보면 너무 추상적이다.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어떤 학교를 지향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앞으로 양 기관이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견이 생겨 다시 격돌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지사는 오송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명문고 설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지사는 “오송신도시에 와있는 연구원, 기업인 등 중에는 주변 교육환경이 열악해 자녀들을 데리고 오지 않고 혼자사는 사람들이 많다. 오송에는 오송고 한 개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직장은 오송인데 교육여건이 좋은 세종시로 이사를 간다고 한다”며 “세종시 인구 빨대현상을 막고 외지인들이 오송에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좋은 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충북도는 이를 넘어 오송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좋은 교육환경으로 만드는 교육특구를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또한 밀어붙이지 말고 도민과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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