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청주TP조성기
“발굴된 유물 역사적 가치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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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청주TP조성기
“발굴된 유물 역사적 가치 충분”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12.11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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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틀에서 유적지 살펴야 하는데 지금은 공사 전 땅 파보는 수준
아무도 문제제기 안하는 가운데, 땅은 덮이고 건물 올라가

12월말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서는 ‘청주테크노폴리스(이하 TP) 일반산업단지 확장부지 내 분묘유적’에 대한 전시회가 열린다. 발굴에 참여한 충북도문화재연구원관계자는 “TP 개발부지에서 시굴조사를 하다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발굴조사를 진행한다. 현재 발굴을 통해 나온 유물들은 초기 청주의 역사를 규명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자료들이다”고 말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지구에서 진행한 발굴조사 현장 /육성준 기자

전시회는 무덤에서 출토된 70여개의 유물을 소개한다. 그중 특징적인 유물은 ‘토제 마형대구’라고 불리는 흙으로 만든 허리띠 버클이다. 이는 무덤에 쓰기 위해서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당시 거주생활등을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봉명동부터 송절동까지 구간에 가치가 높은 유적들이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 한 학계관계자는 “과거 봉명동에서도 토량묘 230기가 발견됐다. 흔치 않은 일로 학계에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건축은 진행됐고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애석한 일이다. 지금은 큰 도로를 따라 구분하지만 1800여 년 전에는 봉명동, 신봉동, 송절동이 하나의 중심지였다. 과거 차례차례 개발되고 그나마 녹지였던 송절동도 무분별하게 파헤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할 가치 충분

학계에서는 송절동 인근이 조사해볼 가치가 있는 구역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지난 여름, 5년 전 송절동 일원의 청주TP지구 발굴에 참여했던 도내 5개 기관들이 유물을 모아 ‘청주 마한 백제를 품다’ 전시를 개최했다. 발굴기관이 전시를 연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발굴에 참여한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은 “1차 발굴 조사의 결과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 지역은 청주역사를 규명할 수 있는 장소다. 면적이 확대되면 어떤 유적이 발굴될지 모른다”며 큰 그림을 갖고 유적을 발굴할 안을 짜야한다고 주장했다.

보통 발굴조사는 시굴조사를 진행하다 가치 있는 유물들이 발견되면 절차를 거쳐 발굴하는 형태로 추진한다. 청주TP지구 발굴조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이 지역만큼은 기존과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일대가 초기 청주의 역사뿐 아니라 고대백제의 초창기 핵심지역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분야 전문가인 성정용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한 지역에 이렇게 많은 마한 시대 무덤이 몰려있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4세기 집터도 있다. 1세기에서 5세기 무덤이 1000여기나 넘게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이 고대의 핵심지역이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발굴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2~3m만 파도 유물들이 나온다. 과거 잦은 무심천의 범람으로 인해 잘 보존됐다고 추정한다. 다만 흙바닥 위에 지은 집들도 많아서 발굴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큰 틀에서 발굴 계획이 필요하다”고 상황을 말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은 전반적으로 송절동 지역에서 발견되는 유물에 대해 가치가 높다는 평가들이다. 다만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를 알 수 있는 좁은 업계의 현실, 그리고 많은 공사들이 관급으로 시행되는 현실이 누구하나 선제적으로 문제제기하며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학계 관계자는 “이럴 때 문화재를 보호할 정부단체, 그리고 지자체에서 나서야 한다. 학계에서는 이례적이라며 발굴기관이 진행하는 전시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관련 관청도 내용을 알 것이다. 그래서 전시관을 건설한다는 방안을 마련했겠지만 차선책에 불과하다. 활용방안을 두고 원초적으로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일반산업단지 확장부지 내 분묘유적 모습 /충북문화재연구원 제공

 

3차 부지확장은 어디까지 왔나?

 

부지확장 절차는 충북도 심의위원회의 결정만 남아

분개한 원주민들 “개발보다 차라리 문화재 발굴이 낫다”

 

현재 청주TP는 3차부지 확장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8월 주민들의 반대로 주민설명회가 무산되자 청주TP측은 “더 이상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생각이 없으며 공고 절차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관련절차는 진행됐지만 주민들은 그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한 상황. 진행상황에 대해 청주TP관계자는 “절차가 진행중일뿐이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형세 청주TP반대대책위원장은 “주민들과 전혀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며 “며칠 전 마지막 절차인 ‘충청북도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제 심의위원들의 심사만 남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TP 관계자는 “그동안 법적 절차에 맞춰 환경영향평가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이제 남은 절차에 따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정할 일이 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정보공개청구에도 어떤 전문가가 포함됐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부지에서 다량의 문화재가 나오고 이를 가지고 3번의 전시회가 진행됐다. 발굴한 교수들이 충분히 사적가치가 큰 유물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분위기를 보면 별다른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 이유로 “지금까지 여러 개발현장에서 문화재와 관련된 이런 저런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덮고 공사한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차라리 역사공원 조성을 전제로 문화재 발굴을 하더라도 그렇게 추진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그러면 적어도 적법하고 합당한 절차를 밟지 않겠나”며 “TP는 총 사업비를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주민들에게 거의 땅을 빼앗다시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작 현지 주민들은 깜깜이인 가운데 충북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의 승인만 남겨놓은 청주TP 3차 부지확장 계획. 청주테크노폴리스는 지난 11월부터 준주거용지,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지원시설용지 등 2차 부지 일부에 대한 분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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