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여성들, 어떤 뉴스로 울고 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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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여성들, 어떤 뉴스로 울고 웃었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12.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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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여성정책포럼, 여성 10대뉴스 선정…좋은 소식보다 궂은 소식 많아
충북여성정책포럼은 지난 18일 충북도청에서 올 한 해를 달군 ‘충북여성 10대뉴스’를 발표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올해 충북 여성계는 뜨거웠다. 어느 해보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다. 충북여성정책포럼은 도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16인으로 ‘충북여성 10대뉴스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언론에 보도된 뉴스를 추렸다. 여기서 15개 뉴스를 가리고 300명의 투표인단을 구성해 설문조사를 했다.

올해 10대 뉴스에 선정된 것은 ▲6·13 지방선거 당시 공천에 영향을 미쳤던 미투사건 ▲스쿨미투 파문과 충북미투공동행동 발족 ▲지방선거를 통한 충북 선출직 여성의원 비율 확대 ▲제천 화재사건으로 돌아본 도내 목욕탕 소방시설 엉망 ▲여성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제1차 충북양성평등기본계획 수립 ▲옥천 가족 살해사건과 증평 모녀 사망사건 등 여성피해 심각 ▲도내 자치단체장 여성분야 공약 여전히 뒷전 ▲돌봄서비스 노동자의 저임금 심화 ▲도내 대학생들의 자발적 여성인권·페미니즘 활동 ▲불법촬영 범죄와 데이트 폭력 증가 등이다.

 

정치권 미투와 스쿨미투 활발
 

10대뉴스 선정위는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을 미쳤던 미투사건이 선거인단으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그러나 위 열거 순위는 득표순이 아니다”고 말했다. 충북여성 10대 뉴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해 한국사회가 보인다. 서지현 검사로부터 시작된 여성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열풍은 충북지역에서도 뜨거웠다. 특히 올 지방선거에 불어닥친 미투는 후보 사퇴와 낙선으로 이어졌다. 충북지역 후보 중에서는 더민주당 청주시장 경선에 나섰던 유행열 씨가 미투 파문으로 후보를 사퇴했고, 같은 당 우건도 씨는 충주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0대뉴스 선정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미투는 30년 전 사건을 이제야 입증할 수 있느냐, 이런 식이면 미투에 걸리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느냐, 이런 것까지 미투냐는 반발 속에서 진행됐다. 피해자들의 용기가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마침내 우리사회가 뿌리깊은 성폭력 문화를 척결하고 한 발 나아가는 과정에 시민이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건도 후보 낙선은 여성계 반발과 지역사회 여론을 거스르면서까지 더민주당이 강행한 일방적 공천 결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더민주당 충북도당은 충주시장 후보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우건도 전 충주시장을 공천했다.

정치권 미투는 교육계 미투로 이어졌다. 교육계에서 터져 나온 미투를 스쿨미투라고 불렀다. 서원학원 산하 충북여중은 전국 스쿨미투 운동의 포문을 열어 화제가 됐다. 충북여중 학생들은 지난 9월 7일 첫 트위터 계정을 열고 교사들로부터 당한 성희롱과 성추행을 고발했다. 이후 스쿨미투운동은 충북여고, 청주여상, 대성여중 등 다양한 학교로 전파된다.

이에 대해 10대뉴스 선정위는 “스쿨미투는 예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터져나올 것이다. 그러나 충북도교육청의 대안은 매뉴얼과 선언 수준에서 그치고 실행단계에는 한참 뒤처져 있다. 개인들로 촉발된 미투운동이 사회적 변혁운동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변화를 갖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충북여성계는 미투운동에 대처하기 위해 충북미투공동행동을 발족했다.

올해 충북 지방선거에서 여성은 비례대표를 포함 도의원 6명, 기초의원 30명이 당선됐다. 2014년에는 도의원 4명, 기초의원 28명을 배출했다. 충북은 아직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여전히 비례대표 당선자가 많은 편이다. 그리고 여성 광역·기초단체장은 한 명도 없다. 앞으로 여성 대표성 제고와 활발한 여성정치참여가 필요하다.

 

‘대학가 페미니즘 활동’ 좋은 소식
 

 

10대뉴스 선정위는 제천 화재참사로 여러 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은 사건도 빼놓지 않았다. 제천화재 참사는 1층 필로티 구조, 건물내부 방화구획의 적정성 여부, 드라이비트 마감재 시공 등 건물의 구조적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스프링클러 폐쇄, 2층 비상구 앞 장애물 비치 등도 드러났다. 10대뉴스 선정위는 “여성은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아니라 신체적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방안에 대한 연구조사가 필요하다.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한 안전교육 매뉴얼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충북도가 충북여성발전기본법을 충북양성평등기본조례로 전면 개정했고, 이에 근거해 올해 제1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도 10대 뉴스에 선정됐다. 옥천 가족 살해사건과 증평 모녀 사망사건을 통해서는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 뿌리깊은 가족주의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잘못된 공동체 의식, 사회보장제도의 미비점 등을 읽을 수 있다.

올해 지방선거 때 자치단체장들은 어떤 여성 공약을 했는가. 이시종 지사는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여성장애인 친화병원 지정 확대, 임신 육아기 여성 30분 늦게 30분 일찍 출퇴근 등을 공약했으나 기존에 해오던 것을 확대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평이다. 그 외 기초단체장들은 특화된 여성 공약이 없어 비판을 받고 있다.

충북도내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페미니즘 활동은 모처럼 좋은 소식. 올해는 전국적으로 페미니즘이 확산돼 오랜 시간 페미니즘 서적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대학생들은 각종 학회와 동아리를 결성해 주체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런가하면 올해 충북에는 불법촬영과 데이트 폭력이 증가했다. 10대뉴스 선정위는 “불법촬영 범죄는 촬영물 유포로 인한 2차, 3차 피해가 예상돼 매우 심각하다. 데이트 폭력은 청소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충북여성재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신고율은 6%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10대 뉴스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10주년, 옥천 마을이장의 장애인 성폭행 사건, 청주시립국악단 지휘자 재임용 탈락사건은 언저리뉴스에 뽑혔다.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는 도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여성친화기업 발굴 및 지원에 나서 여성일자리 지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 옥천 마을이장 장애인 성폭행사건은 60대 이장이 같은 마을에 사는 장애여성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 이 이장은 장애여성 어머니가 장애인 보호시설에 입소하자 초등학생이던 당시 피해자를 돌봐준다며 집으로 데려가 20년 동안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지역사회 공분을 샀다. 청주시립국악단 지휘자 재임용 탈락은 지휘자의 지방대 비하 발언, 단원 성희롱 등이 문제가 돼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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