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구나. 활동가들을 위한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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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렸구나. 활동가들을 위한 보양식
  • 충청리뷰
  • 승인 2018.12.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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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버터구이, 전복을 버터로 구운 후 볶은 양파 위에 얹어

날이 많이 쌀쌀해진 만큼 연말 전에 끝내야 하는 일들도 엄청 몰리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일을 마무리하려고 며칠 밤을 새기 일쑤인 공룡활동가들에게도 힘든 계절이다.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는 감기몸살로 고생하는 중이고 누군가는 독감 때문에 독한 약을 먹고 힘들어하는 중이다. 활동가의 삶이란 게 경제적 보상이 극도로 적다 보니 몸이 아프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 고생인데 결국은 일이 급하다는 핑계로 몸을 돌보지 않으니 이런 사달이 나는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몇 년 사이에 몇몇 활동가들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들도 간간이 들리더니 끝내 불시에 찾아온 병으로 인해 삶을 달리하신 분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 분들 중에 숲속홍길동이라는 닉네임의 미디어 활동가가 계셨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 힘을’ 같은 추모사업들을 통해서 그 분이 이루고자 했던 현장의 활동들을 지속하고자 하는 기금을 운영하는데, 그 중에는 현장 활동가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건강검진사업 같은 것들도 진행한다. 공룡의 활동가들도 이 프로그램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전복 버터구이

여하튼 공룡 활동가들이 감기몸살 등으로 힘들어 하니 우선 따끈한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먹여야 하겠다 싶어서 궁리를 하다가, 소화도 잘되고 몸에도 좋은 백합죽과 칼칼하게 몸을 데워줄 수 있는 갈치찌개를 준비했다.

끓이기 쉬운 백합죽
죽은 내가 가장 잘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아프시기라도 하면 집에서 주로 내가 어머니를 위한 죽을 끓이는 담당이기도 했지만, 평소에도 밥하기 싫으면 죽을 해먹는 편이라서 요리하는 내내 편하다.

백합죽

백합죽은 그 중에서도 가장 쉬운 요리다. 쌀을 살짝 불려 놓은 후에 백합에 물을 충분히 넣어서 삶아준다. 그 다음엔 냄비에 불린 쌀을 넣은 후 참기름 두 숟가락을 넣고 살짝 볶아주다가 거기에 백합 삶은 물을 넣고 끓여 준 후, 발라놓은 백합살과 각종 야채 다진 것을 넣어준 다음 조금 더 끓여주면 된다.

백합이 싱싱하면 굳이 간을 안 해도 적당하게 간이 맞는다. 보다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쌀 대신 누룽지를 쓰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백합 삶은 물에 누룽지를 넣어서 끓여주면 된다. 솔직히 죽의 맛은 거의 비슷하다. 맛을 충분히 내기 위해서 백미이건 현미이건 생쌀을 사용하면 된다는 것 정도만 지키면 누가 요리하느냐와 상관없이 비슷하다.

시장에 간 김에 작은 전복이 싸게 나왔길래 샀다. 전복으로 죽을 끓일까 하다가 그냥 버터구이를 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전복 버터구이는 우선 잘게 채 썬 양파를 간장과 버터로 볶아준 후에 접시에 깔아 놓는다. 그리고 손질한 전복을 버터로 볶듯이 구워준 후에 먼저 깔아 놓은 양파 위에 얹어서 내면 된다. 원래 전복죽은 전복살보다는 전복 내장으로 만들어야 제 맛인데, 청주에서는 내장을 먹을 만큼 신선한 전복을 구하기가 힘들거나 너무 비싸기 때문에 나는 전복죽을 거의 끓이지 않는다. 그냥 전복살을 이용해서 먹기 좋은 요리를 하는 편이다.

후끈하게 몸 달궈주는 갈치찌개
백합죽을 끓이는 동안 혜린샘이 칼칼한 갈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해서, 갈치찌개도 하게 되었다. 보통 갈치는 주로 구이나 조림으로 요리하고 찌개류의 재료로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편인데, 먹고 싶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찌개를 끓이게 되었다.

갈치찌개

갈치가 생선찌개에 잘 사용되지 않는 것은 갈치의 살이 금방 바스러져서 찌개에 마구 퍼지기 때문이다. 또 그 와중에 가시가 함께 퍼져버리기 때문에 나는 갈치로 찌개를 끓이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따라서 갈치로 찌개 등을 끓일 때는 최대한 갈치가 바스러지지 않게 하는 게 요령이다. 갈치가 부서지는 건 조림을 할 때도 비슷하긴 한데, 찌개를 끓이는 경우 이것을 좀 더 많이 신경 써야 한다.

냄비에 물을 붓고 채 썬 무를 넣어 한소끔 끓이다가, 양념장을 풀고 애호박과 양파를 넣어서 좀 더 끓여 준 뒤 거기에 갈치를 넣고 끓여준다. 이때 갈치를 넣은 후에는 가급적 찌개를 젓지 말아야 그나마 갈치살이 온전히 남아있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쯤에 대파 다진 것을 올려주면 끝이다.

내가 끓이는 갈치찌개는 항상 칼칼하면서 달달하다. 기본 맛을 고춧가루를 써서 칼칼하게 잡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기에 더해서 양파, 애호박, 무 등에서 나오는 채소 특유의 달달함이 우러나서 먹을 때 좋다. 무언가 후끈하게 몸을 달궈주면서도, 달달하게 마음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달까? 혜린샘 덕분에 간만에 추운 날씨를 이겨내는 한 끼 식사가 만들어졌다. 물론 감기에 걸린 사람들은 죽으로 몸을 보양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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