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애등에로 날아오르는 곤충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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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애등에로 날아오르는 곤충산업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12.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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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엔토모, 반려견사료 크라우드펀딩으로 목표액의 400%달성
동애등에 활용해 화장품원료·음식물쓰레기처리기 개발

최근 태안군이 전국 최초로 ‘곤충특화단지’를 조성했다. 특화단지에서는 농가로부터 납품받은 곤충을 효모로 발효시킨다. 단백질 성분만 추출해 먹기 쉽도록 분말형태로 만들어 건강식품을 제조한다.

최근 지자체들이 곤충산업에 뛰어 들고 있다. 2020년이면 국내 곤충산업 규모가 50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측한다. 충북도는 다른 지자체들에 비해 비교적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충북 농업기술원에 우리나라 최초의 ‘곤충종자보급센터(이하 센터)’가 2019년 말 완공을 목표로 들어선다. 센터는 곤충종자를 대량 생산해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우수 곤충 자원을 개발하고 곤충의 질병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

현재 사육되는 곤충은 고소애(밀웜), 귀뚜라미, 딱정벌레, 동애등에 등이다. 청주에만 약 40여 농가가 곤충을 키운다. 그리고 이를 가공해서 분말형태의 단백질원을 만든다. 쿠키, 순대 등 다양한 음식이 가공 판매되기도 한다.

먹거리뿐 아니라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곤충이 쓰인다. 그런 가운데 충북의 (주)엔토모(이하 엔토모)가 곤충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박기환 대표(사진왼쪽 끝)와 엔토모 직원들 /육성준 기자

차근차근 쌓은 기술력

엔토모는 곤충사육사업으로 2014년 설립했다. 청원구 오창읍에 위치한 엔토모는 충북곤충자원연구소로 문을 연 뒤 곤충 전문 기술사업으로 확대하며 사업자명을 바꿨다. 박기환 대표는 “2007년 진천유용곤충연구소로 출발해 2014년 법인을 설립했다. 2015년 충북농업기술원으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사육장을 신축하고 설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곤충사업에 뛰어 들었다. 폐자원을 활용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으로 각광받았고 동애등에를 활용해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그가 연구하는 동애등에는 파리목 동애등에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우리나라에는 14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물을 주먹이원으로 하며 자원의 선순환에 특화된 곤충이다. 학계에서도 관심이 높아 지난해에는 충북대학교의 한 연구팀과 함께 동애등에를 활용한 음식물쓰레기통 연구를 진행했다. 올해 초 끝난 연구는 동애등에를 통 안에 서식하게 만들어 이들이 음식물쓰레기를 먹어 없애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동애등에는 성충이 되고 약 보름정도 살며 마리당 약 3g의 음식물쓰레기를 먹는다. 보통 보름 남짓이면 닭 뼈 등을 제외하고 1톤짜리 음식물쓰레기처리기 내부의 음식물을 처리한다. 동애등에는 한 마리가 한 번에 약 1000여개의 알을 낳는데 조건에 따라 부화하고 40일 남짓이면 성충이 된다.

박 대표는 “약 200kg짜리 음식물쓰레기처리통을 개발했고 내년에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중심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엔토모는 사료와 퇴비, 화장품, 의학소재로 가공하기 위한 동애등에 단백질 재료를 만든다.

현재 엔토모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그는 “곤충부가가치제품을 만들기 위해 충북도와 농가들이 토론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은다. 주로 화장품 쪽에 신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많다. 회사 내부에서 색다른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논의했고 1년 9개월 연구 끝에 반려견 사료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부화시켜 키운 구더기를 말려 가루로 만든다 /육성준 기자

곤충으로 만든 반려동물사료

현재 시중에는 곤충반려견사료 제품이 없다. 기존에 나온 것들은 파충류사료와 반려동물의 간식류 제품들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곤충으로 만든 반려견 사료는 거의 없는 편이다. 박 대표는 “보통 개사료는 야채, 전분, 비타민, 미네랄과 20%남짓의 육고기로 만들어진다. 육고기를 곤충으로 대체하면 일반 사료에 비해 필수 아미노산이 많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대부분 출처를 알 수 없는 육분사료로 인해 강아지들에게 알레르기가 발생하는데 곤충으로 대체하면 그럴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한 방송사는 ‘반려동물 사료제조의 충격실태’를 방영하며 육분사료에 로드킬, 안락사, 전염병으로 폐사한 동물의 사체가 사용된다고 보도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로 인해 반려동물 사료를 전수 조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엔토모가 내놓은 곤충사료는 이 때문에도 호응이 좋다. 현재 크라우드펀딩업체 와디즈에서 12월 31일까지 펀딩이 진행 중이다. 하루 만에 목표금액의 300%를 달성하고 현재 400%를 넘어섰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는 없던 제품이고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시장호응이 좋다”며 “전국에 곤충사육농가가 많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어 전업농가를 육성할 목표를 갖고 있는데 반려동물 사료는 중요한 곤충 가공제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내년에 미국,일본,인도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월 50톤의 동애등에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보통 100평에서 약 5톤가량 생산된다. 100평을 기준으로 부화기, 사육기, 건조기 등으로 초기 설비가 3000만 원 이상 소요되지만 그래도 모두 판매한다고 했을 때 약 600만원 수익이 나는 산업이다. 지금은 몇 농가 없지만 앞으로 조합형태로 많은 농가들이 친환경적인 동애등에를 키우는 시기가 왔으면 한다”며 “앞장서서 다양한 판매형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많은 농가들이 재고가 없어 못 파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출시한 반려견사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목표액의 400%가 모였다 /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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