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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꿈의 대화, 개마고원 트레킹을 구상하며…
한덕현 발행인

김정은이 친서를 보내와 남북 화해와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신년사에선 완전 비핵화와 북·미간 대화를 처음 육성으로 공론화하기도 했습니다. 신년사를 발표하는 형식도 파격적이었고 그의 모습 또한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말끔한 신사복 차림이었습니다.


2012년, 그가 만 28세 나이로 북한의 3대 세습통치자로 등장할 때만 해도 외신에선 이런 평가가 있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과는 다를 것이다.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서구문명을 경험했으니 통치력에서도 어느 정도 합리성을 겸비할 것이다.”


  •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 형을 해외에서 주살하며 정적들을 무참하게 숙청한 것도 부족해 미국을 겁박하면서 로켓을 쏘아대는 바람에 한반도에 최고의 전쟁위기가 달아오르도록 했습니다. 거들먹거리며 걷는 모습은 요즘 유행하는 소위 스웨그(swag)의 전형처럼 보이며 남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합니다.


    그러던 그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고 예술단 공연으로 우리 국민들을 혼돈스럽게 하더니 급기야 파격적인 남북정상회담까지 연출하며 어느덧 세계 언론의 주빈(?)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곧바로 전파를 타며 온갖 뉴스들을 만들어 냅니다.


    김정은의 실체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의 실체를 궁금해합니다. 소문처럼 그의 머리가 비상한지, 실제 성격은 어떠한지, 절대 권력의 세습통치자라는 그 이면의 인간적인 면모는 어떤 것인지 등 등. 그에 대한 이해라고 해 봤자 일반인들로선 그저 언론매체를 통한 추측들 뿐이겠지만 그래도 남북정상회담과 남북예술단의 상호방문에 동행해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그 일면은 엿볼 수 있습니다.


    언행이 거침없다는 것, 백지영이 ‘총맞은 것처럼’을 부를 때는 갑자기 한숨을 지으며 옆의 수행원에게 담배를 요구했다는 것,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북한의 낙후된 경제사정에 대한 번민이 곳 곳에서 묻어난다는 것, 세계 초유의 독재국가 체제수호 문제에 대해 알게 모르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이에 관한 미국의 진심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는 것, 그리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의문도 “미국을 믿어도 되느냐”로 상징되는 향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운신과 자세라는 것, 결국 문재인과 김정은의 신뢰관계는 생각외로 굳건하다는 것 등입니다.


    쉽게 생각해도 현재 김정은의 가장 큰 고민은 극도로 빈곤한 경제사정과 체제유지에 대한 불안감일 수밖에 없습니다. 엊그제 신년사에서도 ‘자립경제’라는 단어는 7차례, 단순히 ‘경제’라는 단어는 무려 38회나 언급됐다고 합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없는 재개용의를 언급한 것도 향후 남북관계의 훈풍을 예단케해 우리로선 크게 반길 일입니다.


    결국 북한이 믿을 건 남한 뿐
    하지만 불행하게도 북한의 경제발전과 체제수호 문제는 서로 길항(拮抗)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개방되고 경제수준에 진척을 보일 수록 지금과같은 국가체제의 유지는 갈수록 더 어렵게 될 것입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3대 우상과 3대 세습이 오래갈 것이라 믿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궁극적인 고민은 여기에 있습니다.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인민의 밥그릇을 채워주지 못하면 북한은 결국엔 무너진다는 것, 이 때문에 김정은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확실한 ‘우군’을 등에 업고 트럼프와 피말리는 게임을 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번 친서와 신년사에도 드러났듯이 김정은은 비핵화와 북미간 대화를 위한 자신의 각종 선제적 조치에도 호의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국에 분명 조바심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의도는 간단합니다. 내년 2020 미국 대선까지 북한 문제는 트럼프 재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입니다. 북한은 하루라도 빨리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풀어야 살겠지만 트럼프는 샴페인을 일찍 터뜨릴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틈만 나면 역대 어떤 정권에서도 해내지 못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끈 장본인이 자신임을 추켜세우면서도 대중 앞에선 NO RUSH!를 일관되게 외치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우리로선 한반도의 미래가 여전히 미국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더 이상 전쟁은 없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북한의 도발이 사라졌고 남북한 대치도 상식의 선에서만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보수론자들은 여전히 북한이 뒷주머니를 차고 있다며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은 더 이상 상수(常數)가 아닙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곧 3차 세계대전과 한반도의 말살을 의미하는 것이고 서구 문명을 경험한 김정은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중국, 소련 등 모든 강대국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유독 일본만이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계속 어깃장을 놓고 있습니다. 일본의 집권세력은 우리나라 식민세력과 함께 과거 한반도의 전쟁, 그리고 이후의 남북대치와 남한의 이념대립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본 집단들입니다.


    통일로 가는 길, 그 것이 남과 북 각 각의 국가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이든 아니면 독립 국가연합체이든 어쨌든 우리는 지금의 화해분위기를 기반으로 이런 길을 닦아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풀어가려면 북한의 급격한 변화는 남한으로선 말 그대로 쥐약입니다. 예상되는 부작용과 역기능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서히 풀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김정은의 두려움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여, 충청리뷰도 새해엔 한 가지 ‘꿈’을 꾸려 합니다. 다름아닌 금강산마라톤입니다. 2004년부터 충청리뷰가 당시 현대 아산의 금강산 특구에서 매년 개최했던 금강산마라톤은 남북간 민간교류에 있어 한 획을 그었습니다. 대회의 회차가 거듭될 수록 조금씩 변해가는 북한과 북한인들의 모습이야말로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의 변화는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일깨우며 통일에 대한 희망을 안기기에 충분했습니다.


    다시 금강산을 달리고 싶은 마음들
    하지만 금강산마라톤은 2008년 7월 11일 이명박정권에서의 박왕자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후 10년째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조건없는 재개를 공언한 만큼 충청리뷰도 이를 대비한 준비에 나설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 트레킹’도 구상해 보겠습니다. 트레킹 내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갑자기 담배를 피우게 한 ‘총맞은 것처럼’을 크게 틀어주면서 그들에게도 애절한 사랑의 감성을 맘껏 전파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또 있습니다. 지난해 충청리뷰가 기획, 연출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새로운 문화 아이콘을 심어준 ‘숲속책빵’ 행사를 북한에서도 열고 싶다는 것입니다. 배고픈 북한동포에게 배불리 빵을 먹이고 또 우리의 책을 보게 함으로써 반 세기가 넘는 억압 속에서 메마르고 메말랐을 그들의 마음에 인문학을 불어넣고 싶은 것입니다.


    2019년 충청리뷰의 ‘꿈의 대화’는 이렇게 진행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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