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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문화예술전문단체 ‘문화공간그루’2014년 괴산으로 내려온 후 사물놀이단 만든 게 시작

‘문화공간 그루’는 2018년 12월 남프랑스 몽톨리유 지역으로 문화교류를 다녀왔다. 괴산 연풍 한지를 모체로 괴산의 예술가들과 함께 공연+전시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만들어 전통 문화가치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몽톨리유는 쇠락해가는 농촌을 책과 예술로 일으켜 세운 마을이며, 7대째 이어져내려오는 종이방앗간이 있는 곳이다. 몽톨리유 사람들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대한민국 괴산에서 온 문화사절단을 매우 반겨주었다. 우리 18명은 대대적인 환영 속에서 그 곳 박물관과 종이방앗간을 소개받고 마을의 극장에서 공연을, 학교에서 한지 워크숍을 진행했다. 서로 언어가 다르고, 비행기로 10시간 넘게 가야 하는 9,500km쯤 떨어진 곳이지만, 우리는 서로 잊지 못할 순간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다.


홍범식 고택에서 시작한 정기공연
‘문화공간 그루’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만든 단체는 아니었다. 2014년 고만고만한 네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의 직장을 따라 괴산에 이사온 후, 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아이들과 수영하러 다니고 매일 식사 준비만으로도 정신없이 보내던 중, 선배에게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내 아이들과 동네 아이들을 모아 사물놀이단을 만들어서 함께 놀았다. 그 학부모들 중심으로 어른들 모임도 만들어졌다. 괴산의 문화단체 ‘문화학교 숲’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문화공간 그루’는 여기에 모여 재미있게 논다.


강사 지원금을 위해 충북문화재단에서 하는 문화예술플랫폼 동호회 지원사업을 신청하면서 나는 동호회를 관리하는 문화예술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일도 시작하게 되었다. 2015년 3월부터 괴산 곳곳의 문화예술동호회를 만나고,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났다. 어린이사물놀이단은 2년만에 끝났지만, 어른들 모임은 재미나게 지속되었다.


2016년에는 본격적으로 ‘문화학교 숲’에서 매달 진행하는 홍범식 고택 행사에서 고정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천안시립풍물단에서 활동하는 선배 부부가 친구, 후배 등을 데리고 와서 공연하고 괴산사람들과 어울려 놀았다. 전문예술가들의 공연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해 가을, 괴산에 연습실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 괴산사람들이 모여 재미난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문화공간 그루’라고 이름을 짓고 단체 등록을 했다. 내가 기획을 하고 선배 부부가 객원 연주자와 함께 공연을 만들었다. 지금은 단원이 적지만 대신 다양하고 재미난 공연을 해보자 했고, 앞으로는 괴산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


막걸리와 파전까지 준비
2017년 첫 정기공연을 올렸다.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준전문단체로 350만원 지원을 받았다. 내가 늘 꿈꾸었던 흥청흥청 잔치같은 공연이었다.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했으므로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를 부탁하고, 5000원짜리 후원티켓을 제작했다. 괴산공연에는 오지도 못할 다른 지역사람들도 내 열정과 협박(?)에 티켓을 사주었다. 길 가면서도 티켓을 내밀었다. 재미있는 공연이 있다고 보러오시라고.

국제문화교류진흥원 2차 발표하러 가는 길. 오른쪽이 원혜진 씨.


후원티켓을 가져오면 막걸리와 파전을 주었다. 그루 첫 정기공연을 위해 열댓명이 모여서 청소하고, 천막치고, 전날부터 준비하여 파전을 굽고, 음료와 막걸리를 나누어주고, 정리까지 모두 함께 했다. 2017년 9월 30일 추석 연휴 첫날 홍범식 고택에서 한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200여명의 관객과 생각지 못했던 군수님 인사말까지. 준비하는 것은 고되었지만 하루 신나게 놀았다. 사람들은 잔치집에 온 것처럼 먹고 마시고 떠들며 공연을 관람하고 함께 춤을 추었다.


2017년 나는 ‘문화공간 그루’ 공연 10번, 충북문화재단 문화코디네이터에 문화모니터, 생활문화진흥원의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지역통신원, 문해학교인 두레학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가있는날 문예지기 활동, 학교 강습 등 여러 활동을 했다. 그리고 2018년, 일을 줄이고 초등 1학년 입학한 막내에게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정기공연을 위한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이외에는 아무것도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6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지역 우수문화콘텐츠 발굴사업’ 공고를 보았다.


처음에는 공모가 안 되더라도 괴산군에서 사람들을 모아 일을 도모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함께 할 사람을 찾았다. 숲속작은책방 국제부장님이 연풍 한지체험박물관에서 포토존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이 떠올랐고 뵙자고 청했다.


마지막주 수요일 집으로 와서 밥 먹자 하시기에 갔더니, 나를 보자마자 웃으며 그러셨다. “요즘 뭐 재밌는 거 없어?” 나는 김현숙 선생님께 공모신청서를 드렸다. 그날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마셨던 것은 한국에 사는 프랑스인이 만든 알자스의 맛 시드르. ‘문화공간 그루’가 그로부터 6개월 후 남프랑스 몽톨리유로 날아갈 수 있게 한, 첫 만남이었다.

원 혜 진
‘문화공간 그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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