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믿음, 소통에 대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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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믿음, 소통에 대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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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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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츠 파울리의 『리고와 로사가 생각 여행을 떠났다』
김 은 숙 시인

로렌츠 파울리 저 『리고와 로사가 생각 여행을 떠났다』는 대화와 표정이 살아 움직이며 안으로 스며드는 멋진 책이다. 다양한 존재와 관계, 신뢰에 대해 질문하는 책, 리고와 로사 두 친구와 생각 여행을 하다보면 저절로 우리 삶의 모습과 우주 안의 크고 작은 존재에 대해 질문이 안에서 고개를 든다. 지금까지 우리가 맺어온 관계들은 무엇이며 그 안에서 이루어진 소통과 믿음의 밀도는 어떠했는지 스스로 성찰하게 한다.

동물원에 갇혀있으나 생쥐 정도야 얼마든지 잡아먹을 수 있는 늙은 표범 리고의 우리 안에 작은 체구의 당돌한 생쥐 로사가 찾아와 둘은 만나게 된다. 우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이 깬 표범 리고의 눈앞에 작은 생쥐 한 마리가 울고 있다. 리고는 생각한다.“왜 우는지 물어볼까? 아니면 잡아먹을까? 일단 물어나 보자. 잡아먹는 거야 물어본 다음에 해도 되니까.”

시끄럽게 우는 생쥐를 막무가내로 잡아먹는 게 아니라‘왜 우는지’물어보는 표범. 작은 생쥐는 “나쁜 동물들이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운다고 한다. 그러면서 눈앞에 있는 거대하고 위협적인 표범에게 부탁한다.“나를 좀 지켜줄 수 있겠니?”참 웃기는 생쥐라고 생각한 리고는 “네 이름이 뭐니”라고 물으며 둘의 관계는 시작된다. 이름을 묻는 것은 상대를 먹잇감이 아닌‘존재’로 받아들이는 것, 그러면서 둘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믿음이 깊어지며 친구가 된다.

두 친구, 표범 리고와 생쥐 로사
리고: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있지만, 우주의 텅빈 공간 그 끝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늙은 표범. 덩치도 크고 힘도 세지만 자유로운 상상력과 유머가 있으며, 알고 싶은 게 많은 로사의 질문에 답해주며 꼬마 생쥐가 재치 있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둘만의 특별한 축제 준비를 위해 로사의 온몸을 깨끗이 핥아주기도 하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로사와 함께 있으면 웃음이 난다.

로사: 리고의 따뜻한 털 속에 파묻혀 잠들고, 리고에게 등을 기대고 편안하게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생쥐. 리고의 머리끝까지 올라가서 귀 옆에 자리잡고 앉는 걸 좋아하며, 리고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여서 귓속을 간지럽히기를 즐기고, 리고의 등을 긁어주기도 하며, 부드럽고 따뜻한 리고의 털에서 우정의 향기를 맡는다.

리고와 로사: 상대를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며 표범과 생쥐가 아닌, 친구로서 대화하며 함께 생각 여행을 한다. 서로 위로하고 힘을 주고 서로의 마법에 기꺼이 빠지며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챔피언이다.

특별한 무늬와 파문을 남긴 부분
믿음: “나를 믿고 내 앞발에 앉아있는 너를 잡아먹을 수 없어. 내가 너를 씹어먹어 버린다면, 내가 너의 믿음을 씹어 없애는 것과도 같은 것”“나는 너를 무서워할 수가 없어. 난 너를 믿으니까”
친구: “좋은 친구와는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웃고, 말없이 곁에 있을 수도 있는 데다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까지 같이 볼 수 있는 거구나”
늙는다는 것: “늙으면 가끔씩 몸이 좀 아프게 되거든. 그리고 예전만큼 몸이 빠르지도 않고, 예전보다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거든. 늙으면 추억이 많아져. 추억은 풍경 같은 거야. 마치 높은 나무에서 먼 곳을 내려다보는 것과 비슷하지. 아름답고 평화로워. 그러다 문득 풍경들이 어떻게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지가 보이게 돼. 그런 걸 경험이라고 하는데, 이 경험을 간직한 채 나무에서 내려와 계속 살아가다 보면 현명해지는 거야.”
현명함: “너를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널 기분 좋게 해주려고 따라잡는 척하는 것”
질문: “무엇이 정말 중요한 걸까. 질문일까, 대답일까?”라는 로사의 물음에, 리고는 ‘질문’이라고 말한다. “왜 질문이 대답보다 중요한 거야?” 다시 묻는 로사에게 리고가 말한다. “어떤 질문은 말야, 여행을 시작하는 것과도 같아.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고 앞으로 쭉 가다 보면, 한 가지 질문에서 또다른 질문으로 넘어가게 되거든. 그게 계속되는 거야! 대답은 여행의 끝일 때가 많아. 아주 아름다운 질문 여행이 단 하나의 대답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어. 질문에 꼭 답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리고와 로사가 생각 여행을 떠났다 로렌츠 파울리 지음 카트린 새러 그림 국세라 옮김 고래뱃속 펴냄

28개의 철학적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인지, 누군가를 위로하고 배려하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아름다운 관계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좋은 친구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서로의 존재가 마법이 되는 관계가 동화 같아서, 동화처럼 아름다운 질문 하나가 마지막에 일어 우리 앞에 선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챔피언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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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식 2019-01-28 11:18:34
멋지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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