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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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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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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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이서현의 『묘하게』
구효진/ 임상심리사, 심리전문서점‘앨리스의 별별책방’ 대표.

사소한듯하지만 조용히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고민, 누구에게도 꺼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에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줄의 문장에 깊은 위로를 얻게 되기도 한다. 묵혀둔 마음속 독소를 날리고 상쾌한 오늘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당신을 위한, 당신에게 맞는 책을 처방한다.

<사연>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딸이 도통 저와 깊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아요. 어느 날 학교에서 제 딸이 고도의 우울감을 보고한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상담을 받았는데 아이가 엄마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게 두려워서 힘들어한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인정할 수 없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둘째에게는 안 그랬는데 첫째라는 이유로 제가 많은 것을 원했더라고요. 규율도 엄하게 적용하고, 아이가 원하는 걸 들어주기보다는 제 틀에 아이를 끼워 맞추려 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렀음에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는데 아이가 제대로 안 받아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와의 벽을 낮추고 제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책을 선물하고 싶어요.”

 

동감을 끌어오기 좋은 에세이

의사소통의 기본수단으로 꼽는 것이 대화이다. 소통에는 사실이나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공감이 없는 대화는 소통의 부재를 부르고 이는 결국 관계의 균열을 초래한다는 것을 세월호사건 당시 국민 대다수가 경험을 했으니 모두가 동감할 것이다. 여기서 공감과 동감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보자.

묘하게 이서현 지음 J.M 미디어 펴냄

문자적 의미로 공감은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고 동감은 함께 느끼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이 되는 것을 표현하는 언어이기는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동감에는 사회적 기능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고, 공감은 정신분석학 용어로 전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마음으로 대변되는 감정이라는 것이 참으로 복잡 미묘해 통할 길이 없어 보이고 답답할 때가 많지만 길이 한번 터지면 바로 넓어지고 직선화되는 속성이 있다. ‘척하면 딱’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본 사례에서는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와 마음을 주고받을 감정의 길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여겨졌고, 책은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선물의 기능과 마음을 전달하는 기능을 포함하고자 하였다.

책을 선물하고자 할 때 상대방의 독서 취향을 알고 있다면 큰 무리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에세이를 제안한다. 에세이가 가지는 특성상 누구나 느끼는 감정들이 곳곳에 있어 동감을 끌어오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동감으로 감정의 방향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공감으로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미안함과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엄마는 아이가 고양이를 좋아했고, 키우고 싶어 했는데 지지하지 못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감정의 응어리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감정의 응어리가 단단할 때는 직접적인 사과가 들리지 않을 수 있으므로 살짝 우회하거나 빗대어 표현하는 것도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관계에서 발생된 삐끗한 마음을 바로잡지 못하여 어색하게 보내고 있다면, 일상의 이야기로 편하게 시작해볼 것을 추천한다.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편안한 책으로 <묘하게>를 처방한다. 이 책은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주제인 관계에 대한 에세이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를, 나아가 상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고이 접은 편지를 대신하기엔 단연코 책이 으뜸이리라.

구효진/ 임상심리사, 심리전문서점‘앨리스의 별별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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