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함께’ 만든 프랑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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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만든 프랑스 공연
  • 충청리뷰
  • 승인 2019.02.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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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몽톨리유에서의 3박 4일, 내 일처럼 한 사람들 있어 가능

이번 괴산 문화예술연합팀은 ‘문화공간 그루’가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다. 숲속작은책방 백창화 김병록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만난 김현숙 선생님. 유창한 영어 실력이 부러운 김현숙 선생님은 숲속작은책방 국제부장으로, 우리는 문광면의 술 빚는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문화공간 그루’ 김동호 최경아 부부와 나는 그 자리에서 함께 빚은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즐거이 놀았다. 국제교류이기도 하고, 한지박물관과 인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지역우수문화콘텐츠발굴지원사업> 공모신청서를 들고 사리면의 선생님 댁을 찾아가는 것으로 일은 시작되었다.

김현숙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만난 연풍 한지체험박물관의 안치용 관장님은 3대를 이어오면서 전통한지 제작기술을 유지 계승하고 있는 장인이다. 고된 작업인 전통 제작기술로 다양하고 새로운 한지 개발에 노력하며 괴산연풍한지박물관을 꾸려나가고 있다. 맑은 물을 찾아 연풍에 정착한, 단연 독보적인 괴산의 문화콘텐츠라 할 수 있다.

공연을 마친 후 출연진과 도와준 사람 모두 함께 했다.

재능 많은 괴산 주민들

전시팀을 이끌어준 칠성면 김현희 선생님은 숲속작은책방 북클럽 회원으로 미술 전공을 살려 주위 사람들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생협 활동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역동적인 분이다. 사리면 오주희 선생님 역시 미술 전공으로 남다른 손재주의 소유자이다. 우리 프로젝트의 동백꽃은 모두 그 손에서 나왔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의상을 담당해주신 진계숙 선생님은 연풍 바로 옆 문경에서 천연염색, 직물 전문가로 활동하는 분이다. 탈춤 의상과 전시팀 의상을 맡아 제작하고, 팀원 모두에게 천연염색 스카프를 선물했다. 김현숙 선생님까지 네 분은 동백꽃, 지전, 무대 등, 청사초롱, 무대배경막 등의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 손으로 몸으로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어낸 이 작품들이야말로 소리바람의 당당한 주인공이라고 하겠다. 특히 전시팀의 한지 등은 공예디자인진흥원의 한지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하여 상을 받기도 했다.

번역과 통역을 맡은 나은정 선생님은 불어 교사 생활 후 지금은 괴산증평교육지원청의 장학사로 근무하고 있다. 바쁜 업무 중에도 이 프로젝트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도와주었고, 긴 여행을 기꺼이 함께 떠났다. 선생님 덕분에 일정 내내 프랑스인들과 공감하며 함께 즐거울 수 있었다.

사진 촬영과 영상 편집부터 포스터, 티켓, 리플렛 등 온갖 홍보물을 담당했던 ‘느린손 스튜디오’ 차화섭 김주영 작가는 칠성면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부부이다. 괴산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시골, 집, 로컬, 먹을 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사진, 비디오, 그림, 인쇄물 작업,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즐거운 시골의 미디어라는 타이틀답게 작년에는 괴산 사람들의 식탁을 찍고 이야기로 엮은 <이웃의 식탁>이라는 전시를 열었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괴산과 남프랑스 현장을 뛰어다니는 수고를 기꺼이 해냈다.

소리바람 공연의 안무는 ‘예술공장 두레’ 오세란 선생님이 맡아주셨다. 비록 건강상의 이유로 함께 가지는 못하였지만, 공연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많은 도움을 주셨다. 춤꾼 김은희 선생님은 ‘우금치’ 출신의 배우로 청천면 주민이다. 나와 함께 충북문화재단 문화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 세 사람은 괴산의 마실 춤모임에서 함께 춤을 추는 사이이기도 하다.

안치용 한국의 종이장인(왼쪽)과 프랑스 종이장인의 뜻깊은 만남

멀리서 달려온 보배같은 사람들

김동호 최경아와 강성욱, 김현, 오종택, 정영민, 홍성복, 일곱 명의 연주자들은 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의 단원이다. 서울, 경기, 천안, 각자 멀리에서 괴산까지 달려와 ‘문화공간 그루’ 공연에 기꺼이 함께 해주는 보배같은 존재들과 김은희 선생님까지, 이번에는 모두 함께 프랑스까지 날아갔다. 울트라 AV의 김현호는 공연의 음향을 맡아주었다. 이렇게 공연팀 아홉 명은 연습, 리허설 공연, 여행까지 함께 하며 많이 가까워졌다. 아마도 앞으로의 문화공간 그루 공연은 이전보다 더 진하고 짙은 사람 냄새가 나는 공연이 될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몽펠리에 한인회장을 맡고 있는 이장석 선생님이 사전답사부터 행사까지 기꺼이 수고해주었다. 몽펠리에 한국 축제를 주관하는 남영호 선생님은 행사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었다. 인근의 여러 분들이 산골 몽톨리유까지 달려와 도와주었다.

전시를 준비한 사람들. 왼쪽부터 김현희, 오주희, 김현숙, 아리안, 진계숙, 차화섭, 기욤

그리고 3박 4일동안 함께 했던 판화가 기욤 선생님, 루브르박물관 복원팀장 아리안 선생님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전에 괴산 한지박물관을 방문한 바 있는 아리안 선생님은 우리 일행과 한 숙소에서 함께 지내며 공연과 전시 워크숍 모든 행사에 참여하였다. 그녀는 한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으며, 또한 공연이 매우 인상깊었다고 했다.

이제는 친구가 된 몽톨리유 마을사람들, 그리고 시장님을 비롯한 책마을협회 분들, 종이방앗간 사람들, 특히 행사 준비를 도맡아 해준 친절한 시그리드(Sigrid Weinrich)! ‘문화공간 그루’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선물처럼 받았다. 한국과 프랑스, 괴산과 몽톨리유를 잇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참 감사하다.

원 혜 진
‘문화공간 그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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