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재취업은 ‘열려있는 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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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재취업은 ‘열려있는 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3.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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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청주시 출신 공무원들 기관·기업 많이 들어가
재직시 업무 연관성 높은 곳으로 가면 영향력 행사 여전
공무원들의 재취업률은 다른 직업에 비해 높다. 문제는 이들이 기관이나 기업에 들어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한다는데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충북도·청주시 공무원들은 퇴직후 공기업이나 사기업에 재취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직렬 중에는 행정직과 기술직이 있다. 행정직은 두루두루 행정 업무를 하는데 반해 기술직은 자신의 전공 분야가 있다. 기술직들은 또 공업·농업·임업·녹지·환경·시설·방재안전·전산·방송통신직 등으로 세분화 된다.

대개 행정직들은 퇴직 후 관련기관이나 일반 기업체 사무직으로 간다. 반면 기술직들은 전공에 맞는 곳을 가는데, 이들의 재취업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이들은 거의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곳을 찾아가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모 씨는 “재취업자들은 지자체와 관련기관 혹은 지자체와 기업체 사이에서 행정적인 처리를 수월하게 하거나 지자체 지원금을 많이 받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관련기관이나 기업체는 고위 공무원 출신의 힘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사무국장·본부장급을 노려라
 

3월 11일 현재 충북도 출자·출연기관은 13개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퇴직을 앞둔 충북도 고위 공무원들이 기관장과 그 아래 간부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출자·출연기관장은 공무원들의 자리냐며 비판 의견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인지 요즘은 줄었다. 그럼에도 형식적으로는 공모를 하고 내부 공무원을 선발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들은 대개 퇴직을 2년 정도 앞두고 3년 임기의 기관장을 많이 한다.

도 공무원 출신 기관장으로는 김창현 충북학사 원장, 전원건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등 2명이 있다. 기관장은 아니지만 신봉순 충북문화재연구원 사무국장, 임헌동 충북개발공사 본부장, 고찬식 충북문화재단 사무처장, 김기학 충북기업진흥원 사무국장, 장권 충북지식산업진흥원 ICT산업진흥본부장도 퇴직을 앞두고 나간 사람들이다. 그리고 김선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본부장도 도 공무원을 지냈다.

사무국장·사무처장은 기관의 일반적인 사무를 처리하는 부서의 장이고, 이런 직급이 없는 곳에는 거의 본부장이 있다. 그러다보니 으레 사무는 공무원 출신이 적격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 이들 차지가 된다.

이에 대해 모 씨는 “공무원들은 60세 정년을 앞두고 1~2년 일찍 나가 3~4년간 기관장 혹은 사무국장을 한다. 다른 직업보다 기회가 훨씬 많다”며 “공무원 출신 자치단체장은 역시 공무원들에게 자리를 준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과거보다는 이런 관행이 덜하지만 이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모 씨는 “충북도뿐 아니라 도내 시·군에도 이런 관행이 많이 남아있다. 이를 바꾸려면 자치단체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공무원들 눈치보느라 쇄신하지 못하는 단체장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들 외에 도지사가 임명할 수 있거나 영향력이 미치는 자리에도 도 공무원 출신들이 들어갔다. 이 지사는 김진식·남창현 전 정무특보와 김용국 현 정무특보를 모두 공무원 출신으로 채웠다. 김진식 전 특보는 충북도 공보관, 비서실장, 증평 부군수 등을 지냈고 남창현 전 특보는 지식경제부 국장을 거쳐 충북테크노파크 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월 15일 임용된 김용국 특보는 충북도 비서실장, 공보관, 경제자유구역청 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김 특보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이 지사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다. 정무특보는 충북도와 지역사회의 가교역할을 하고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자리다. 그러다보니 공무원 출신인 이 지사가 가장 신뢰하는 건 공무원이라는 말이 있다.

 

법은 있으나 마나
 

이학재 대한노인회충북연합회 사무처장, 이종길 총무국장도 도 공무원 출신이다. 이학재 처장은 2015년 음성 부군수를 마치고 처장으로 들어갔고, 이종길 국장은 최근 일을 시작했다. 대한노인회충북연합회에 총무국장 자리는 없었으나 최근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은 지난해 이시종 지사 선거 캠프에서 일을 도왔다.

기술직들은 선후배 관계가 자연스레 형성돼 전공 관련 업체에 순서대로 들어가고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 건축직을 예로 들어보면 김재홍·황봉수·길기웅·고규식·문홍열·김학두 씨 등 역대 충북도 건축문화과장들은 거의 건양, 지명, 홍익기술단, (주)청우 등 종합개발업체로 들어갔다. 그리고 신만인 원건설 부사장, 정인성 쁘라마이에코(주) 부사장도 도 공무원 출신이다.

그런가하면 청주시 퇴직 공무원들도 몇 몇 산하기관에 재취업 했다. 그 중 시설관리공단은 현재까지 3명을 제외하고 공무원 출신들이 이사장을 도맡았다. 2대 최덕창, 4~5대 연중희, 6대 주영설, 7대 강대운, 8대 한권동 이사장이 이들이다.

당시 청주시장들은 형식적으로 공모를 하지만 고위직 공무원 출신들을 이사장으로 내보냈다. 현 9대 장홍원 이사장은 공무원 출신이 아니고 한범덕 시장 캠프에서 일했다. 이사장은 아니지만 홍창수 경영지원본부장, 배종서 장사시설부장 등도 시 공무원을 지냈다.

또 김종욱 전 청주시의회 사무국장은 청주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갔다. 김 전 국장은 대중교통과장을 지냈다. 최재국 전 대중교통과장도 퇴직하고 이 곳 전무로 들어갔다. 송종일 전 공동주택과장은 충북레미콘공업협동조합 상무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주시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취업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취업제한 기관은 일정규모와 범위에 해당하는 영리사기업체와 비영리법인이 해당된다. 대개 큰 규모가 들어가 충북에서 해당되는 곳은 많지 않다.

만일 취업제한 기관에 들어가고 싶으면 재취업심사를 요청하면 된다. 여기서 거의 통과돼 이 또한 요식행위로 보인다. 청주시가 최근 5년간 심사한 결과를 보면 모두 ‘취업가능’ 판정을 받았다. 때문에 관련법이 있어도 공무원 재취업은 매우 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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