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봉사무대는 서지 말라니…”
상태바
“앞으로 봉사무대는 서지 말라니…”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3.21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상 받는 청주연예예술인협회 Y부회장의 발언 논란
일부 회원들 “무대 추천권 때문에 그동안 참았다”밝혀
청주연예예술인협회 소속 회원들이 협회 부회장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봉사무대에 서지 말라고 회원들에게 종용한 것이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우리는 약자 중에 약자다.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설 기회가 많지 않다. 무대 추천권을 갖고 있는 부회장에게 잘 보이려고 애쓸 수밖에 없었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안하는 건 존재감이 사라지는 거다. 가수라고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알고 있는 데 아무 활동도 안하면 어떻겠나. 그러한 약점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소리 못하고 참았다.”

청주예총 소속 협회 중 하나인 청주연예예술인협회(이하 연예협회) 소속 회원들이 협회 부회장인 Y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Y부회장은 지난 3년 전 협회 내 ‘운영위원회’를 따로 조직해 활동했다. 운영위원회는 한 달에 회비 3만원과 식비 1만원을 회원들에게 걷었다.

이에 대해 Y부회장은 “후원조직이 필요해서 만들었다. 연예협회는 다른 회원들에겐 회비를 받지 않고 운영위원들에게만 회비를 걷는다. 그동안 구두로 돈을 어디에 썼다고 회원들에게 말해왔다. 다른 협회 행사 때 꽃다발을 사거나 표를 사는 데 주로 쓰였다. 장부가 따로 있다”라고 답했다.

현재 운영위원회는 Y부회장을 포함해 14명이 활동 중이다. 연예협회 회원은 30명 정도다. 운영위원 중 한명인 A씨는 “운영위원으로 활동해야 그나마 일 년에 2~3번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지 않으면 그러한 기회마저 없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했다. 그만큼 부회장의 권력이 협회 내에서 막강하다”라고 설명했다.

Y부회장은 “직지코리아 페스티벌 같은 행사는 회장이 중앙가수들을 찍어서 데려왔고, 지역행사는 나에게 문의가 오니까 내가 다 노래잘하는 사람들로 찍어준다. 운영위원들 위주로 선발하고 때로는 일반 가수들도 선정한다”라고 답했다.

 

일 년에 무대 많아봐야 2~3곳

 

하지만 운영위원들은 “연예협회에 소속돼 있어도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무심천 벚꽃축제, 청주예술제, 청원생명축제 정도라고 꼽았다. 가수는 많고 무대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Y부회장은 “작은 무대까지 합치면 일 년에 10개 정도 된다. 가수로 무대에 서면 출연료도 30만원 정도를 준다. 운영회비 내는 것은 다시 가져가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Y부회장은 “지역에서 예총이 주관하는 무대 말고 병원, 요양원, 복지센터 등에서 부르는 행사는 가지 말라”고 회원들에게 말해왔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음반까지 낸 가수가 이런 곳에서 활동하는 것은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운영위원들 가운데 몇몇이 ‘회원 탈퇴’를 준비할 정도로 불만이 고조됐다.

운영위원 B씨는 “가수가 다양한 무대에 서야 경험도 쌓을 수 있고 실력도 느는 것 아닌가. Y씨가 봉사하는 것까지 뭐라고 하니까 정말 화가 난다. 굳이 협회에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탈퇴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운영위원 C씨 또한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회원들이 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무대에 서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장난치는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Y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그런 얘기를 회원들에게 한 것은 맞다. 본부에서 가수들이 아무 무대나 가서 노래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저작권협회에서 경고를 내렸다고 했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그렇게 전달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지역예술계 한 관계자는 “가수에게 무대는 목숨과도 같은 거다. 청주지역의 향토가수가 약 600명 정도다. 지역에서 행사를 해도 서울에서 가수를 데리고 오지 지역 가수를 세우지 않는다. 설 무대가 없다보니 가수들이 봉사활동을 많이 간다. 돈 벌려고 가수하는 사람들보단 나이 들어 자기만족감 때문에 무대에 선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회원들이 Y부회장에게 잘 보이려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향토가수들은 대부분 자기 음반을 갖고 있다. 저작권 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Y부회장은 4월 5일에 열리는 청주예술제에서 16회 청주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Y부회장은 공무원 퇴직 후 청주연예예술인총연합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 대중예술 발전에 기여함을 물론, 소외계층 등을 대상으로 한 활발한 공연활동으로 시민 화합을 도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청주예총 관계자는 “Y부회장이 운영위원회를 따로 조직한 것은 협회 내에서 판단할 일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윤기억 연예협회장은 “가수들이라 무대욕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회원들이 다 음반을 낸 가수이지만 활동 역량도 다르고 실력도 차이가 난다. 리더 입장에선 가수들이 봉사활동을 나가서 활동하는 것도 좋겠지만 오히려 그 시간에 노래연습을 더 해서 실력을 뽐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회원들 간에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무대 선발권도 부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상의해서 결정한다”라고 답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