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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넘어 ‘시인의 집에서 차 한 잔’ 낸 김성구씨예고없이 찾아온 병과 사투 벌인 이야기를 시로

희다 못해 푸르게 빛나는 전깃불 아래
진저리칠 만큼 섬뜩한 차가워 보이는 사각의 링이 여섯 개

(중간생략)
암세포를 도려내고 다시 개화하면서
링거 줄을 타고 흐르는 푸른 꽃물을 따라...


김성구(82) 시인의 ‘생명’의 한 부분이다. 팔순 넘어 낸 그의 시집 ‘시인의 집에서 차 한 잔’에는 병마와 싸운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는 “생의 전반기를 살아내고 내 인생의 후반기에 예고 없이 찾아온 암이란 놈과 사투를 벌인 뒤 다시 개화해 덤으로 얻은 날들을 살고 있음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난히 체구가 작아/힘겨워 보여 안쓰럽던 유군도 어엿한 우유대리점 사장이 되었다/그들은 모두 무엇인가가 되었다/ 종교지도자,교수,경찰,사업가도 되고 (중간생략)/ 노은사의 살아가면서 경험한 이야기 같은 것은/ 전혀 쓸모없는 것일지 모르는데... ”


평생을 교직에 바친 그의 시에는 모질게 가르쳤던 학생들에 대한 회한도 묻어난다. 그는 지난 1999년 증평 형석중 교장으로 퇴임했다. “무섭게 아이들을 가르쳤다. 때론 가출한 학생들 수소문 끝에 찾아갔고 더 좋은 학교 보내려고 공부도 많이 시켰지. 지금은 종종 당시 학생들이 연락 오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2년여간 직장암과의 사투를 이겨내는 동안 그의 곁에는 수필가인 아내 송보영(75)씨가 있었다. “가족한테 미안했다. 매일 새벽부터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니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지. 남편 노릇, 아빠 노릇 못 해줘서 사과한다고 말이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불거진 티눈 때문에 ‘훈장’이라 쓴 시는 실제 그가 1980년 국민훈장 석류장(숨은 유공교사표창)을 받은 것과 비교되어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삶과 제자들과의 애환이 담겨있다.


김 씨는 “나이 들어 문학을 한다는 건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되고 가족과 내 주변의 지나온 일들을 회상하며 쓴 시”라고 시집을 낸 의미를 설명했다.


육성준 기자  eyeman25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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