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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빠진 판결돈 받은 사람 따로, 배상 책임있는 사람 따로
법치주의의 근간은 헌법과 법률, 하지만 판결은 정황?

충청리뷰는 2019.3.29일 자에 ‘사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판단’, 2019.04.05일 자에 ‘담당 검사가 8번이나 바뀐 사건’ 기사를 다뤘다. B씨의 제보와 판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사는 청주지역 한 로펌 대표인 A변호사가 평소 거래관계가 있는 골동품 브로커에게 가격을 논할 수 없이 가치가 큰 중국골동품이 있다며 매수자를 찾아 줄 것을 부탁하면서 시작됐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내용을 접한 독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며 판결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공개된 재판번호, 사건접수일자 등을 토대로 우리 사법부의 현실을 개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 사건을 되짚어보면 제보자 B는 지역의 유지인 A변호사가 추진하는 골동품 거래 건에 참여하게 됐다. B는 수고비가 있을 것이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매수자를 찾아다녔고, B의 지인인 J가 ‘A변호사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고 반응을 보여 그를 거래에 끌어들인다. 이후 J와 A변호사 사이에는 3억원이 오가는 금전거래가 있었다.

    그렇지만 골동품의 2차 감정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거래는 중단됐다. 3억원의 성격과 행방을 두고 B, J 그리고 A변호사의 입장이 갈렸다. 이들은 돈이 예치금인지 계약금인지를 놓고 다퉜고 결국 B와 J는 돈이 계약금임을 주장하는 A변호사를 사기 및 횡령으로 공동 고소했다.

     

     

    공동고소인의 뒷통수

    한 법조인은 “문제의 골동품은 추정가격이 176억 원이다. 매매의향자가 나타났나는 것은 진품이면 사겠다는 의지이지 가짜를 사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 가격이면 매도자가 주는 감정평가서만으로는 신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A변호사를 ‘불기소처분’했다. B와 J는 곧바로 항소했다. 그런데 항소 기간 중에 J가 B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상황에 대해 한 법조인은 “돈을 준 정황이 없기에 소송이 성립하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B가 J에게 3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사건2018가합**에 대한 청주지법 제13민사부 판결)

    재판부는 “3억원을 다 갚을 때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이를 가집행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를 토대로 B의 집은 압류됐다. B는 “J에게 돈 받은 근거도 없었고, 약정서도 없는데다 돈은 J가 A변호사에게 통장으로 직접 송금하였기 때문에 사법부가 중립적인 판단을 하리라 생각했다. 재판에 회부된 게 조금 걸렸지만 당연히 승소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법 전문가들은 ‘B가 내용증명을 통해 A변호사에게 J한테 돈을 반환하라고 요청한 점, B의 주장대로 금전거래 중개에 불과하다면 B가 A변호사를 고소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J와 B는 대여약정에 따라 B가 지정하는 A변호사 계좌에 3억원을 송금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황만으로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돈을 준 정황이 없기에 소송이 성립하기 힘들다고 봤던 변호인들은 당황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B는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항소했고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 재판, 심리과정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에 줄곧 참여한 박모 씨는 “판결은 증거에 의하지 않고, 오직 정황에 따라 원고 측 의견만 받아들여졌다. 심리 초기에 재판부는 J에게 ‘B에게 돈을 준 증거나 약정서를 반드시 제출하라’고 명령했지만 내용이 쏙 빠졌다”고 주장했다.

     

    청주지법 /육성준 기자

    돈은 누가 받았나?

    박 씨의 말처럼 재판부는 ‘돈을 송금했다’가 아닌 ‘돈을 송금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명시했다. 이렇게 정황으로 판결하는 경우는 없다. 특히 돈을 배상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줬다는 돈이 오간 것을 전혀 파악하지 않은 것은 큰 의문이다. 더구나 이를 근거로 B의 집까지 압류했다.

    사법부의 이상한 판단이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법치주의의 근간이 헌법과 법률에 있다고 적시했다. 법관들은 판사로 임용되면 선서를 통해 이를 되새긴다.

    하지만 1심 판결의 결과는 어떠한가? ‘각주구검’의 말처럼, 물건이 있는 곳은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표시만 보고 물에 뛰어든 격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 법조인은 “B씨 주변에는 형사건이나 민사건 모두가 이해하기 힘든 일 투성이다. 공개된 판결들에 핵심논점은 빠져있다. 그런데 곁가지를 근거로 판결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B는 현재 경매조치(2019타경2XXX)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만약 경매중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B는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공정한 재판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마지막 피난처다. 그래서 사법부를 국민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라고 부른다. 보루가 무너지면 곧바로 패닉이다. 이를 방조한 책임은 무겁다. 때문에 최근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국헌문란 내란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사자인 B도 그렇다. 돈은 어디로 갔나? 이를 입증하기 위해 B는 민사 재판부에 형사재판의 사기 및 횡령에 대한 수사기록을 의뢰한 상황이다. 조만간 그 결과가 밝혀질 전망이다.

    권영석 기자  softkw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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