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감정은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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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감정은 대체 뭘까
  • 충청리뷰
  • 승인 2019.05.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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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구 효 진 임상심리사 심리전문서점‘앨리스의 별별책방’대표

사소한 듯 조용히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고민, 누구에게도 꺼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에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줄의 문장이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마음속 독소를 날릴 수 있도록 당신을 위한, 당신에게 맞는 책을 처방한다.

<사연> 37세 여. 저는 요즘말로 흔히 말하는 ‘건어물녀’입니다. 전문직으로 밖에서는 프로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실은 일 외에는 만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집에서 책읽고 드라마보고 맥주마시며 하루를 마감하는 게 편하고 좋아요. 요즘 친구들의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사는 내 모습과 대비하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러다가도 이성을 만나서 조율하면서 지낼 생각을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건지 암담하고요. 죽은 연애세포를 미래를 위해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좀 우습기도 하고요.

사랑에 대한 통찰을 시도한 책
우리 사회는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표현하면 나약하게 보일지 모른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있다. 차도남 혹은 여(차가운 도시 남 혹은 여자를 일컫는 신조어), 건어물녀 혹은 남(자신의 욕구를 드러내지 않고 마른 감정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을 일컫는 신조어)등 최근 만들어져 사용되는 언어만 보더라도 사회가 어떠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못 본 척 무시해버리거나 꺼내기 두려워 서랍 속에 넣어두고 묵혀둔 감정들은 쌓이고 쌓여서 엉뚱한 방식으로 폭발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청미래 펴냄

이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연결된 사례가 왕왕 있었으므로 ‘감정다루기’의 필요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하던 방식이라 어색해 몇 번 시도하다 마는 경우가 허다하고 표현이 맞는지 아닌지 의아해하며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그리하여 여전히 감정은 다루기 어렵고 서툴러서 내버려두고 싶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다. 필자는 감정이나 욕구를 표현하기 이전에 ‘인식하기’에 주의를 기울여 볼 것을 제안한다. 감정은 ‘인지, 행동, 느낌’의 삼박자를 갖추고 있으며, 음조와 같이 흐름이 있다.

이는 각자 모양이 다르고 순서가 다른 듯 보여도 ‘인지하지 않은 감정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게 되면 내 삶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을 내려놓을 용기를 가지게 되고, 그 에너지를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변화시키는데 쓸 수 있게 된다.

친밀한 관계는 정서를 수반하여 심리적 보상의 원천이 되는 동시에 스트레스와 고통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과거 정서를 개인 내부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심리학자들은 정서가 사람들 사이에서 기능하는 것을 인식하여 그 역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사랑, 연민, 공감 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사랑을 정서로 간주 할 것인지 아니면 정서들의 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며 사랑의 유형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랑은 태초부터 시작되었으나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그 만큼 다양하고 산발적 분포를 띤다는 의미도 있지만 여전히 통찰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드 보통의 저서 <왜 나는 너를 사랑 하는가>는 아직도 동의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통찰을 시도한 책이다. 소설처럼 흘러가는 플롯 안에서 사랑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재기발랄하면서도 심오하게 전개된다.

심리학자 John Bowlby는 “누군가에 대한 친밀한 애착은 한 사람의 삶의 중심이며 이는 유아기 뿐 아니라 학령기, 청소년기 및 성인기를 거쳐서 노인이 될 때까지 유지된다”고 하였다. 당신의 애착은 여전히 발달하고 있다. 봄꽃이 화려한 지금, 당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며 안정적인 애착이 발달하기를 기원해 본다.

구 효 진
임상심리사
심리전문서점‘앨리스의 별별책방’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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