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짊어진 어른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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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짊어진 어른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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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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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설이
김 은 숙 시인

오래전 읽은 심윤경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손에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린 소설로 마음을 짠하게 일렁이게 했던 작품이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 소년‘동구’의 시선으로 가족 간의 갈등과 상처, 화해를 잔잔한 감동과 위로의 온도로 그려내는 성장소설로 시대적 배경인 1980년대만큼이나 어렵게 통과하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마음 무겁게 했지만 그만큼 진한 감동의 물결도 새겨져서 다른 사람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책이다.

주인공 동구네 가족의 사랑과 미움의 복잡한 감정으로 얽힌 상황과 동생의 죽음으로 증폭되는 상처와 갈등을 80년대를 배경으로 섬세하게 그린『나의 아름다운 정원』. 탄탄한 구성과 개성적인 문체의 뛰어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읽는 내내 곳곳에서 마음 덜컹거리며 불편한 점도 많았다. 난독증을 갖고 있는 소심한 아이 동구. 눈치 보지 않고 아이답게 표현하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고, 자기감정을 말하기보다는 어른들의 감정을 헤아리고 이해하려고 하는 아이, 가족의 눈치를 먼저 살피고 파악하는 아이답지 않은 어린 동구의 견딤과 헤아림이 불편했다.

어머니 삶을 무겁게 짓누르며 첨예한 갈등의 지점에 있는 할머니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부모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아이 스스로 나서서 할머니와 시골로 내려가기로 결심하는 결말은 어이없기까지 했다. 꼭 그래야했을까? 어른들의 감정과 관계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어린 아이가 어른들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도록 해야 했을까? 가족들을 위해 아이가 희생하도록 하는 결말이 참 안타깝고 불편했다.

“동구는 행복했을까?”올해 1월 출간된 심윤경 작가의 신간『설이』작가의 말에 나오는 물음이다. 어른들의 삶과 고통의 무게를 감당하는 아이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러면 초등학교 6학년 소녀인 신간『설이』의 주인공은 어떤가?

설이 심윤경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눈오는 새해 첫날 보육원 앞에 버려져서‘설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아이. 새해 첫날의 축복같은 세상과 최악의 상황을 대비시켜 보육원에 지원이 많이 오기를 기대한 어른들의 탐욕으로, 보육원 앞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이로 전국에 방송된다. 동구보다 더 처참한 설정이다. 세 번째 파양을 당하고 그동안 보살펴준 보호자에게 다시 돌아와 자다가 오줌을 싸고, 파양의 상처로 인한 함묵증으로 말을 하지 않고 생각만 오가는 설이의 안타까운 모습이 독자가 처음 만나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주인공 동구와 설이
생의 시작점부터 많은 것을 박탈당한 설이는 예민하고 상처 많은 아이지만,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안락함이 배제된 결핍과 불행의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며 오히려 주어진 여건에 스스로를 맞춰야하는 자기처지를 일찌감치 깨닫고 안으로 단단함을 키우며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할 줄 아는 주체적 아이로 성장한다.

분명한 자기 생각을 갖고 필요한 순간엔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고 행동하는 결단을 보이며, 남다른 학습 능력은 자기를 증명하는 무기며 방패가 되어 자기를 배척했던 사람들까지도 주변에 서성이게 하는 영리하고 당돌한 아이다. 어른들에게 고분고분하거나 비위를 맞추기는커녕 공손하지 않고 자기 시선으로 어른들을 판단하고 경계하며 때로 어른들 잘못을 지적하며 폭주하듯 대들기도 한다.

다행이었다. 설이는 동구와는 달랐다. 무조건 참고 견디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스스로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갖고 자기의 말을 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모순된 부모의 사랑과 이기심에 대해 어른들에게 소리쳐 묻는다. 사랑의 이름으로 포장된 부모들의 잘못된 강요에 대해, 아이의 삶에 대한 믿음과 지지가 결여된 어른들의 선택과 재단에 대해 날카로운 칼로 후비듯 온힘을 기울여 투쟁하듯 질문한다.

심윤경 작가의 두 작품에서 만난 어린 친구 동구와 설이. 둘 다 참 마음이 짠하게 아려오는 아이다. 아이들이 짊어진 어른들의 삶의 무게가 버겁고 눈물겹게 아프다. 건강한 삶, 건강한 가정과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몸도 정신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정과 사회를 만드는 일이 어려운 일일까?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아이 스스로 자기 삶을 디자인하고 길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게 기다려주는 일이 어려운 것은 부모의 조급함 때문인가? 사랑 때문인가?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지워주는 사회,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질서를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자성이 넘치지만 언제나 새로운 무게를 하나씩 더 얹고 있는 느낌은 왜일까?

김 은 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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