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물성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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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물성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5.16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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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몸 미술관, 올 한 해 ‘몸’을 주제로 한 기획전 개최
정복수 <뼈·살·피>전, 노석미 작가 <정성스럽게 노래할 때>전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2,3전시장에서는 정복수, 노석미 작가의 개인전이 동시에 6월 6일까지 열린다.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올 1년 동안 ‘인간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기획전시를 연다. 상반기에는 몸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조명하는 <어떤 기록>전이 개최되고 하반기에는 삶과 죽음을 여행으로 바라보는 <유랑>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 <어떤 기록>전에서는 인간의 물성인 신체에 대한 접근에 있어 각별한 차이와 유사성을 보이는 정복수, 노석미 두 명의 작가를 초대했다.

정복수 뼈·살·피 전시장면 2019

정복수 작가의 <뼈·살·피>전시는 70년대 후반부터 몸을 주제로 그려온 작가의 작품답게 무의식에 기댄 본능과 욕망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인체를 그렸지만 해부학적 분석이나 사실적 색과 형, 비례에 맞춰지지 않는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탐구해 온 것은 육체에 담긴 세계다. 일반적인 사람의 크기보다 큰 인체 형상 내부에 우주와 같이 터져나가는 선과 무수히 많은 점들이 세포처럼 연결돼 있다.

작가는 신의 세계를 대변하는 천장화가 아닌 인간의 세계를 대변하는 바닥화라는 작업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관람객 스스로 바닥의 그림을 밟고 다님으로써 몸으로 그림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박영택 평론가는 “정복수 작가는 그림으로 통곡하고, 또 몸부림치면서 그린다”라고 말한다.

노석미 작가의 개인전 <정성스럽게 노래할 때>는 몸으로 살아내는 일상에서 작업의 소재를 취해 온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노석미 정성스럽게 노래할 때 전시장면 2019

“인간이 아름다울 때는 자신을 정성스럽게 노래할 때 뿐”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작업들은 관습적인 틀을 벗어나 있다. 이번 전시에서 15개의 화면으로 구성된 정성스럽게 노래할 때 시리즈 작품은 각각 크게 이등분된 화면에 작가가 일상에서 정성스럽게 생각하는 여러 사물들을 배치했다.

20대 후반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집을 짓고 먹을거리를 거두며 살아온 작가는 하루하루를 온몸으로 살아내며 느낀 것들을 글로, 그림으로 그린다. 작가의 작업은 글과 그림이 같이 등장한다. 이 두 요소가 한 화면에 공존할 때도 있고 색과 형태만으로 구성되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보는 이에게 미감을 느끼게 한다. 이에 대해 박영택 평론가는 “대상을 지극히 단순화시키면서도 명랑하고 환하게 환치시키는 능력을 보여준다”라고 평한다.

작가가 삽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며 흐트러트린 경계의 지점이 작품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관람자들은 작가의 일상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조각작품도 설치했다. 오래된 의자와 벽돌, 깨진 도자기 받침 위에 놓인 조각들의 모습은 일어설 듯, 누워있고, 말을 걸 듯 입을 벌리고 있다. 또 어딘가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만 같은 조각들은 작가의 모습처럼 명랑해 보인다.

스페이스몸 미술관 관계자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보다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들을 통해 몸의 물성과 예술에 대해 탐구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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