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피해갈 수 있을까
상태바
젠트리피케이션 피해갈 수 있을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5.30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 특성 고려한 재생보다 전국이 ‘붕어빵’도시 될 우려도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저리대출제도, 사회적 기업 유도해
최근 몇 달 사이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골목길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커피숍, 가죽공방, 목공방, 사회적 기업 등이 속속 간판을 달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도시재생이 시작됐다
구도심 활력 찾기 프로젝트

최근 몇 달 사이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골목길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커피숍, 가죽공방, 목공방, 사회적 기업 등이 속속 거리를 메우고 있다. 지난 4월 운천동 골목에 커피숍 ‘이곳’을 낸 이연주 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창업을 하게 됐다. 신혼 때 살던 동네인데 무엇보다 조용한 골목이 좋아서 선택했다. 하지만 요즘 거리에 부동산 중개인들이 눈에 띄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도시재생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건물을 매입해 이곳에 왔지만 임대로 들어온 이들도 많다. 벌써부터 임대료 걱정하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그런 점은 건물주이지만 같이 걱정이 된다. 어렵게 살려놓아도 뛰는 임대료 문제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

 

사회적 기업 ‘여원’을 준비하고 있는 김해정 씨도 운천동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주택보증기금 지원을 받았다. 도시재생 지역에서 ‘코워킹커뮤니티 조성사업’을 위한 활동계획서를 내면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선 향후 15년까지 원금의 80%를 1.5%내외의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준다.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된 곳에서 30년 이상 된 건물을 임대할 경우에 해당된다.

김 씨는 “은퇴 후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 중이다. 주택보증기금을 받다보니 이자부담이 없다. 그러니까 임대료 정도만 내고 내 명의로 된 건물을 매입해 맘편히 사용하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사회적기업 ‘애니멀 공화국’도 같은 기금을 받아 운천동에 터를 잡았다.

김윤정 터와뜰 부동산 대표는 “운천동에 사회적 기업이나 공방을 유치하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거리에 특색있는 상점이 모인다면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다. 이 동네 건물가격도 계속 상승중이다. 물론 서울이 아닌 지방이기 때문에 건물의 투자가치가 어느 정도 일지는 예상하기 힘들지만 외부인들도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벌이는 다양한 기금을 활용한다면 도시재생이 한발 짝 가까워지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임대료가 25만원에서 40~50만원까지 오르고 있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건립되기 전까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것으로 본다. 원주민들이 많은 동네인데 외지인들이 점차 건물을 사서 들어오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주민만족도 제각각인 이유

 

이처럼 도시재생의 딜레마는 바로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이다. 또 동네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 되어도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다를 수 있다. 갑자기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경우 누군가는 부자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철완 청주시 도시재생기획단장은 “솔직히 도시재생지역의 주민만족도가 다 동일할 수는 없다. 도시재생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다. 지역민들은 흔히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만들 때 그냥 빈집 매입해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건물의 위치나 용도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은 도로정비나 안전환경설계를 통해 주거환경이 개선되는 것이다.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국의 도시재생사업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토부는 5가지 유형을 정하고, 이에 맞는 계획서를 낸 곳을 선정한다. 그러다보니 전국의 도시재생 사업들이 비슷한 결과물을 낼 가능성도 높다. 벌써부터 도시재생이 아니라 도시개발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다. 결국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도시재생이 필요하지만 이를 수행할 곳이 마땅치 않다. 한 도시재생 전문가는 “지금은 민 주도로 도시재생 사업을 한다고 형식을 갖추지만 솔직히 주민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 낙후된 지역의 원주민 대부분이 노령인 것도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 갑자기 동네 자원을 찾기도 힘들다. 태생적으로 모순을 안고 있는 사업이다”라고 지적했다.

 

재개발 해지하면 도시재생?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출구전략 중에 하나는 도시재생이다. 실제로 청주시 우암1구역에 살고 있는 모 씨는 “재개발이 해제되면 주민들과 도시재생 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역의 자원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들어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지금부터 고민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재개발·재건축이 해제된 일부 지역은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 지역인데 우암2구역, 수곡동, 모충동, 봉명동 등이 이에 해당된다. 도로폭이 좁아 도시재생 사업지로도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우암 2구역에 살고 있는 모 씨는 “우암 2구역은 재개발이 1구역보다 먼저 해제됐지만 그 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번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쏙 빠졌다. 주민들은 점차 늙고 있고, 골목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시에서 뭔가 대책을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박 단장은 “이러한 지역은 도시재생사업을 해본 적이 없다. 최근 정부가 ‘소규모 주택정비사업법’을 발의했고, 전국 최초로 청주에서 관련 사업을 실행해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은 청주시에 예산 부담을 주기도 한다. 국비와 시비가 거의 일대일로 매칭되다 보니 전체 예산규모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박 단장은 “쉽게 말해 전체적인 도시개발의 프레임이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재개발·재건축에 의한 신도심 개발 사업에서 도시재생으로 전환된 셈이다. 재생의 효과는 떠났던 원주민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상투적인 표현 같지만 살기좋은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