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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화학사고, 주민 알권리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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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화학사고, 주민 알권리 보장하라
  • 충청리뷰
  • 승인 2019.05.3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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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승 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지난 5월 13일, 충북 제천시의 한 공장에서 나트륨 폭발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한 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세 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중 두 명이 숨져서 모두 세 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이 공장은 나트륨을 비롯한 25종의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데, 이 사고로 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지도를 보면 이 공장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왕미초등학교가 있다. 오후 2시 29분에 폭발사고가 발생했는데, 인근 공장이나 학교에는 사고소식이 전달되었을까? 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240명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사고에 관해 어떤 정보를 들었을까?

화학안전정보공유시스템(https://csc.me.go.kr/)에 따르면 2018년에만 충청북도에서 5건의 화학사고가 있었다.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4건, 화재사고가 1건이고, 사고원인은 관리부실, 설치오류, 부식/피로균열, 용기파손, 제어장치 오작동으로 다양하다. 사고지역은 음성군 1건, 진천군 1건, 청주시 3건이고, 총 11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당했다. 이 사고에 관한 정보를 인근 지역 주민들은 알고 있을까?

2015년 10월 25일, 청원군의 (주)원익머트리얼즈에서 암모니아수 저장탱크가 파손되어 암모니아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인근 공장 43명의 노동자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회사는 사고 발생 즉시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고 늑장을 부렸고 가스에 노출된 노동자들을 병원으로 보내지도 않았다.

더 놀라운 점은 회사측과 소방당국은 10ℓ가 유출되었다고 밝혔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가스안전공사는 누출량을 1.93t과 1.37t으로 판단했다. 시간이 흐르면 기체의 화학물질이 사라지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사고가 수습되었다. 이 회사의 1km 반경 내에는 아파트 단지가 여러 개 있는데, 주민들은 이 사고에 관한 정보를 신속하게 접했을까?

이런 물음을 던지다보면 한국은 매우 위험한 사회이다. 사고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들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사고 이후 충북에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고 사고시 신속하게 대응하고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할 조례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충청북도는 ‘충청북도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 외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고, 기초자치단체들이 화학사고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하지도 않고 있다.

수잔 헤이든(Susan Hadden)은 『시민의 알권리(A Citizen’s Right to Know)』라는 책에서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을 직접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가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단순히 위험한 화학물질의 양과 위치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서 주민들이 그 정보를 해석하거나 물질의 사용결정에 영향을 미칠 방법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소리 소문 없이 사람의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다.

인간이 하는 일이라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으니 사고가 터진 뒤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위기상황을 관리하는 매뉴얼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위험한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사전에 유해물질을 관리해야 한다. 이 중요한 역할은 지방정부나 기업에만 맡겨질 수 없고 사고의 영향을 받는 주민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충청북도에는 오창공단을 비롯한 산업단지가 199개 있고 2,032개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출처: 한국산업단지공단 2018년 4분기 전국산업단지 시도별 현황). 그리고 청주테크노폴리스를 비롯한 산업단지들이 계속 만들어질 예정이다. 늘어나는 산업단지만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주민들의 알권리와 정책결정에 관한 영향력도 강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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