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흥이를 지키기 위한 침묵 단식 농성에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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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흥이를 지키기 위한 침묵 단식 농성에 들어가며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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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해 숙 (청주역사문화학교 대표 )

지난 10월 19일 청주 산남 3지구 택지개발 지역 내 원흥이마을에서는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두꺼비 핵심서식지와 환경보호종 맹꽁이 서식지, 그리고 원흥이 생태공원 부지로 마지막 남겨 달라는 유승종합건설 부지를 토지개발 공사가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습니다.

사실 이 지역은 충청북도와 토지개발공사, 그리고 원흥이생명평화회의, 이렇게 3자간이 서로 합의점을 찾도록 대화하는 동안은 절대 공사 재개를 하지 않겠다던 ‘약속의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토지개발공사가 습지를 복토하려 했고, 마구 나무를 베어버렸습니다.

이는 평화를 깨는 토지공사의 명백한 폭력입니다. 이 폭력 앞에서 우리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당연히 저항을 하고자 합니다. 또한 3자간의 약속을 깨뜨린 토지공사에 대해, 또 하나의 주체 충청북도도 강력한 항의를 해줄 것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지금 원흥이마을에 가보셨습니까?
청주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자연이 그대로 숨쉬고 있는 이 땅 한 자락은 청주의 꿈이라며, 온 시민의 염원으로 가까스로 남아있던 곳이 포크레인의 거대한 삽질 아래 무참히 파헤쳐져 있습니다. 이는 청주의 꿈을 무참히 짓밟은 것입니다. 개발 세력이 보존하려는 순수한 손길을 짓이겨 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꿈은 그렇게 해서 짓밟아지는 게 아닙니다.

다 파헤쳐진 원흥이마을에서 우리는 오열과 통곡을 했습니다. 그러나 오열과 통곡이 절망에서만 나오는 것이겠습니까? 개발세력에 대한 원망만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울면서 깊이 반성했습니다. 포크레인과 불도저의 발길 아래서 두꺼비가 갈 길을 몰라하고, 잠자리와 나비가 날아 쉴 곳을 찾아 헤매는 동안, 우리는 무얼 했나 하는 자책에 온 몸이 떨려왔습니다. 지난 2년여 세월 동안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했던 말들이 가슴을 찔러와 온몸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더구나 저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요, 아이들의 교육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원흥이마을에서 수만의 아이들에게 원흥이를 지켜나가겠다고, 함께 지켜나가자고, 원흥이의 이름으로 약속했었습니다. 까뭉개진 원흥이마을에서 제가 본 것은 눈 앞의 뻘건 흙더미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세월 그곳에서 반짝이며 빛나던 아이들의 눈망울이었습니다. 까뭉개지는 황무지를 피해 방죽쪽 산자락으로 기어오르고 기어오르던 두꺼비들의 느린 걸음걸이였습니다.

복토된 흙더미는 다시 산자락 제 자리로 쌓아 놓으면 됩니다. 잘려진 나무도 다시 심으면 됩니다. 뒤집어진 논바닥엔 내년에 다시 풀들이 돋아날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어제 보았습니다. 물길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산처럼 높게 복토해 놓은 흙더미 옆으로 구룡산 물줄기는 새로이 물길을 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막아 놓았어도 물은 길을 만들며 기어이 방죽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겁니다. 새 물이 고여있는 물을 함께 살린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겁니다.

저도 지금부터 약속을 지키려 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시민과 서명으로 약속을 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에게 원흥이를 지키자고 손가락 걸고 맹세했습니다. 두꺼비를 비롯한 원흥이의 이름으로 그런 약속을 한 것입니다.
이제 저는 원흥이와 함께 하겠습니다. 아파하는 원흥이를 안고,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이대로 있을 수 없어서 끝까지 원흥이를 안고 함께 하겠습니다.

※ 김해숙대표는
원흥이 방죽에 대한 토개공의 공사강행에 맞서 현재 현장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대표는 원흥이 방죽이 보존될때까지 환경파괴세력에 대항해 투쟁할 것임을 본보에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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